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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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인함은 참 끔찍해. 그리고 맞아. 혼돈도 압도적이지. 그렇지만 그보다 대단한 게 있어. 그건 바로 기적이야. ” — p327

오랜만에 메모까지 하면서 정신없이 읽었던 소설. 나는 ‘해리포터’가 처음 나왔을 때 보다도 오히려 최근들어 그 재미에 빠진 편이다. 올해 1편부터 마지막편까지 정주행, 신비한 동물사전, 그리고 또 다른 판타지 고전 나니아연대기 (아이와 같이 보다보니 정주행과 반복은 기본, 엄마는 자연스럽게 스토리와 철학에 관심이 쏠림)그리고 책으로는 <임파서블 크리처스>까지 마흔이 넘어(?) 떠난 소소한 판타지 여행,

한마디로 ‘재밌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시의적절‘ 했다.
이런 판타지가 시의적절하다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판타지인가 싶기도 했고..

/ 어려서부터 이상하게 동물들이 따르는 ’크리스토퍼‘ 그가 어디를 가든 주변의 동물들이 항상 그의 냄새를 맡고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이 사람은 ‘안전한 장소’라는 것을 동물들은 감각적으로 알고있다. 영국의 도시에 살다가 외할아버지가 사시는 스코틀랜드 시골로 이사를 온 참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맬은 ’평행세계‘와 비슷한 신비한 동물들이 사는 환상의 섬 ’아키펠라고’에 살며,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돌아가셨고 어떤 낯선이로부터 전해진 ‘비행코트’를 입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소녀다. 유일한 가족인 고모할머니와 살던 어느 날, 집으로 들어닥친 ’살인자‘로 인해 고모할머니가 살해당하고 맬은 가까스로 도망치다가 절벽 아래의 강으로 빠지고 만다. 그런데 그 강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였다.
그렇게 위험 속에서 맬은 크리스토퍼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토퍼 할아버지의 집은 스코틀랜드의 시골에서도 이웃과의 왕래가 없는 고립된 지역이었는데 뒷산의 꼭대기에는 ‘로켄’이라는 호수가 있다. 무료함을 달래려 로켄 주변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신비한 동물 ‘그리핀’ 새끼가 부상당해 있는 것을 보고 집으로 데려와 치료해준다. 사실 이 그리핀은 아카펠라고에서 맬이 키우던 동물이었고 살인자가 들이닥치면서 그리핀도 이 쪽 세계로 떨어졌떤 것. 강으로 떨어졌는데 ‘로켄’근처에서 발견이 된다.. 산 위의 고요한 호구 ‘로켄‘이 바로 아키펠라고로 들어가는 통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근처에 인적도 없는 곳에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 크리스토퍼의 할아버지가 이 통로를 지키는 ’통로의 수호자‘였기 때문에 크리스토퍼는 그 혈통을 물려받았던 것이다. 집으로 데려왔던 그리핀이 경계하며 날카롭게 덤벼들자 어쩔 수 없이 그리핀을 다시 호숫가로 데려다 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물에 흠뻑 젖은 채 도움을 요청하는 한 소녀를 만나고, 그게 맬이었다. 맬과 크리스토퍼, 그리고 그리핀은 그렇게 다시 아키펠라고로 들어가 왜 살인자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 최근 아카펠라고의 ’글리머리’(마법)이 점점 약해지며 신비한 동물들이 점차 멸종하고 땅과 바다가 죽어가는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차근차근 이유를 파헤쳐간다.

낯선 동물 이름들이 조금 어지럽게 했지만 책의 앞부분에 이미 그런 독자를 배려해 ‘수호자의 야수도감‘이 실려있다. 특징적인 동물들을 하나씩 찾아며 읽으니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됐다. 상상속의 이야기와 실제 동물의 이미지를 매치시키며 보는 재미는 덤!

소년, 소녀의 모험과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신비한 동물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 그리고 마법의 섬 아키펠라고를 소리없이 점점 파괴시켜가는 인간의 이기심과 이 이상 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절대 소수의 파수꾼들.. 이 모든 사회적인 구조들이 단지 판타지 소설같지만은 않았다. 지금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 또한 판타지인가? (정말 판타지라면 좋겠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 사람이 되고, 여섯, 일곱, 그들의 여정을 따라 수 많은 존재들이 아카펠라고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지켜낸다. 누군가는 죽고 피흘리며 온 몸이 떨리는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끝까지 빛을 잃지 않았던 신념이 있었기에 세상을 지킬 수 있었다.


+ more sentences,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는 걸 아냐? 흙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있고 글리머리가 희미해져가는 건? 다 그분의 힘 때문에 그런 거야. 그분은 먼저 충성을 바치는 자에겐 모든 걸 주신다고 했지. 그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인 지금 말이야. | 61

너희 인간도 신화 속 존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거야. | 193

그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잔인하고 슬픈 일들을, 죽고 다치는 일을 보면서 의문을 품었지. 그런 일들과 분노가 빚어내는 결과가 과연 고통을 감수할 만한 것인지 말이야. | 197

우리 안에서 우리가 보고 아는 것의 비중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답은 없어. 질문만 있지. | 210

너희 인간들은 서로를 두려워하지. 그것도 무척이나. 창피를 당하는 것도, 비웃고 손가락질당하는 것도. 그리고 남들에게 죽을까 봐 겁이 나서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지. | 279

그때 전에 들었던, 즉 현기증은 떨어질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뛰어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생긴다는 말이 떠올랐다. 암흑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반드시 몸을 앞으로 기울이게 되리라는, 자기 몸이 어둠 속으로 당기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 306

안개가 솟아오르더니 회색 바람이 되어 그의 피부에까지 스며들었다. 슬픔과 비참함을 이끌고 온 어둠이 어느샌가 그의 안에 자리 잡고는 눈먼 분노를 만들고 있었다. 길지 않은 삶이지만 그는 이미 적지 않은 아픔을 빚어냈다. | 310

유일한 자유는 절대적 힘에 있어. 절대적인 힘이 없다면 항상 누군가에게 휘둘리게 되어 있지. 자유는 힘으로 얻어낼 때만 누릴 수 있는 법이야. | 317

난 공포와 어찌할 수 없는 악을 봤어. 야만적 행위와 거짓말도 봤어. 또 이성과 현명함의 탈을 쓴 질투와 원한 그리고 탐욕도 봤지. 몰랐다는 핑계로 잘못을 스스로 용서하는 일도 셀 수 없이 봤고, 또 하룻밤 사이에 시체가 산을 이룬 모습도 봤어. | 323

잔인함은 참 끔찍해. 그리고 맞아. 혼돈도 압도적이지. 그렇지만 그보다 대단한 게 있어. 그건 바로 기적이야. | 32

#임파서블크리처스
#캐서린런델
#아르테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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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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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메모까지 하면서 정신없이 읽었던 소설. 한마디로 ‘재밌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시의적절‘ 했다. 이런 판타지가 시의적절하다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판타지인가 싶기도 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판타지 소설 찾는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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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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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치병같았던 ‘디에고’의 여성 편력에도 그림을 그리며 평생 그와 살고 싶다던 #프리다칼로
/ 평생의 연인 ‘갈라’를 여신처럼 추앙했지만 정작 남은 것은 서늘한 뒷모습 뿐이었던 #살바도르달리 ,
/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고통받는다. 영혼을 바쳐 ’로댕‘을 사랑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 버린 조각가 #카미유클로델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지는 예술 작품들을 마주하며 오롯이 그 작품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거나, 어떻게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연결짓는것 만으로도 큰 과업처럼 여겨지는 나에게 이 책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욱 폭넓게 도와주는 선물같았던 책이었다.

추명희 작가의
“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특히 예술 작품의 영역에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작품에 대해 표면적으로 단순히 어떤 화풍인지, 어떤 기법을 썼는지 뿐만이 아니라 그 이면으로 들어가 어떻게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당시 작가의 상태나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연인에 대한 이야기,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는 분명 같은 그림이라도 아주 다른 해석을 낳게 해줄 것이다.

자연을 동경했던 ’클로드 모네‘가 본격적으로 빛을 탐구하기 위해 배를 작업실로 개조해 선상에서 그림을 그렸고, 배 위에서 혼자인 채로 오롯이 작품에 몰입하며, 사람이 아닌 자연을 벗 삼아 고독을 즐기는 법을, 그 속에 진정한 내가 있음을 깨달았던 그 시간들은 나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영 알 수 없었을 것이고 모네의 작품을 보는 내 눈은 끝내 밋밋한 근시안으로 남았을 것이다.

‘카미유 클로델’은 어떤가. 나에게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유명한 조각가였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카미유 클로델이라는 재능있는 여성 조각가가 있었고 그녀는 로댕의 동반자이자 뮤즈이면서도 그의 일을 해주는 일꾼으로 전락하여 철저히 이용당한 뒤, 30년을 정신병원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충격적이고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한 채 매장되기엔 그녀의 작품들이 가진 숭고함, 예술적 가치 또한 같이 생매장된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 카미유는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몇몇 여인상의 모델을 섰다. <다나이드> 역시 카미유가 포즈를 잡았다. 당시 그녀를 향한 로댕의 짙은 사랑이 감미롭고 관능적인 선으로 드러난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나오스 왕의 딸들로 죄를 지은 대가로 지옥에서 평생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형벌을 받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실이 없는 헛된 일만 반복하며 살게 된 것이다. 로댕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당시 카미유가 느낀 절망이 마치 영원한 지옥의 형벌을 받은 다나이드에 빗대 표현된 듯 절묘하다. ” | 107

> 이 책을 즐기는 팁이라면, 꼭 천천히 읽을 것.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하지만 이야기가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루룩 읽게 될 테지만) 매일 조금씩 나누어 작품과 이야기를 충분히 음미하며 감상할 것!

> 올 컬러로 인쇄된 작품들을 세세히 들여다보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의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기차에서 뿜어져나오는 몽글몽글한 수증기의 힘찬 솟아오름, 차마 얼굴을 그리지 못한 모네의 그리움이 사무쳐 화사한 색채 속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한 폭의 그림처럼 감상하는 것. 이 것이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일상의 휴식같은 순간을 선물해줄 책, 예술 작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과 그 시대와 작가에 대한 통찰이 나와 같은 예술 초보에게 흥미를 일으키기 아주 좋은 자극제였다.

“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피와 눈물로 새겨 놓은 답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은 곧 상처이고 눈물이고 고통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자신의 삶 속으로 기꺼이 고통을 끌어들인다. 그들은 인간은 오직 사랑 속에서만 자신의 본질과 대면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랑의 대상은 타인이든 자기 자신이든 자연이든 심지어 사물이어도, 그 무엇이어도 좋다. 여기서 파헤쳐진 사랑과 고통의 이야기들이 읽는 이들의 가슴 속에 박히는 마법의 주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누구든지 사랑을 하고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그렇게 운명을 알아채기를. 그리고 모두가 위대한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 | 6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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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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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읽지 않아도 생각날 때 한 꼭지씩 발췌독을 하기에도 참 좋은 책. 작가와 그의 작품에 담긴 서사가 작품을 보는 나의 시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올컬러 인쇄에 자료 사진도 풍부하여 소장가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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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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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식은 대서양을 건너는 증기선에 몰래 든 ‘밀항자’와 같다. 이 밀항자는 발밑에 존재하는 거대한 기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행의 공을 자기 몫으로 돌린다. — p14

카를 융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 머릿속에 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

어떤 위험 상황을 감지했을 때, 나도 모르게 먼저 몸을 피하게 되거나,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상황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무의식적으로 ..했어.” 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들. 그렇다면 우리가 ‘나’라고 알고 있는 ‘의식’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놀랍게도, 의식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식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세한 부분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지금 내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 내 손가락은 머리속의 생각을 따라 알아서 움직인다. 만약 내가 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의식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더이상 ‘글’에 집중할 수 없고, 그저 ‘손가락’의 감각에만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이렇듯 의식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의 중심에 있지 않다.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의 속삭임을 먼 가장자리에서 듣기만 할 뿐이다.

“ 우리 자신의 뇌 회로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가장 먼저 간단한 교훈 하나를 얻는다. 행동과 생각과 느낌 대부분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뉴런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정글이 알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의식을 지닌 나, 아침에 눈을 뜰 때 깜박거리며 살아나는 '나'는 뇌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가장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우리는 뇌의 기능에 기대어 내면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뇌는 스스로 쇼를 진행한다. 뇌가 수행하는 작전의 대부분은 우리 의식이 지닌 보안등급을 넘어선다. '나에게는 그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 | p13


이 책은, 스텐퍼드대학교 신경과학과 외래교수 데이비드 이글먼이 이 책의 원제 ‘Incognito인코그니토‘에서 드러나듯 ‘신분을 숨긴’ ‘익명의’ 범인, 즉 우리 무의식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 뇌에 대한 무한한 탐구다. 그는 우리의 모든 판단, 선택, 행동을 죄우하는 1.4킬로그램의 작은 머릿속 독재자가 설계한 세계를 우리에게 펼쳐보인다.

나는 왜 나 자신에게 화가 날까?
술을 마시고 하는 말은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이름이 J로 시작하는 사람이 역시 이름이 J로 시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을 말하고 싶다는 유혹이 그토록 강렬한 이유는?
뇌의 막후활동과 이 모든 일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무의식의 세계에 펼쳐진 ‘나’의 비밀을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탐구하고 이해하기를 돕는다.

“ 세상의 중심에서 굴러떨어진 우리는 이런 식으로 훨씬 더 큰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뇌과학에서 우리가 자아의 중심에서 쫓겨난 뒤, 훨씬 더 찬란한 우주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이 책에서 우리는 그 내면의 우주로 들어가 낯선 생명체들을 탐사할 것이다. ” | 25


막연하게 무의식의 존재 정도만 이해하고 있던 내가 무의식에 이렇게 깊이 사로잡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의 모든 행동과 생각이 ‘나’라는 착각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이 ‘나’는 어디에도 관여하지 못하고 의식의 틀 안에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의 궤적이 나도 모르는 ‘무의식’에 의해 결정되어온 것이라면,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는가? 내 안의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한편으로 든 생각은, 그럴수록 우리의 무의식을 잘 다듬고 무의식에 관여하는 모든 생활 전반의 감각들, 나의 내면으로 주입되는 모든 input을 더 좋은 것들로 채우고, 더 바른 행동과 생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작은 행동 같은 것들을 ‘의식’적으로 주입해야겠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쌓여서 쓰레기가 내가 된다니까.

우리의 뇌는 철저하다. 모든 감각을 흡수하고 차곡차곡 쌓아둔다. 사실 나는 지난 밤 조금 걱정했다. 뇌과학에 대한 책이기에 내가 제대로 읽고 소화한 것이 맞을까 의심도 들고 과연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느꼈던 신기한 그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자, 책을 읽고 나를 깨웠던 그 친절한 사례들,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무의식이 관여하는 모든 선택에 얼마나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나의 뇌는, 내가 잠든 사이, 천천히 내가 읽고 생각한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프로세싱하고 올바른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접근 가능한 결과값을 도출해두었다. 그리고는 나를 깨웠다. 생각이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손가락이 움직일 차례라고. 너는 글을 써야하지 않느냐고. 무의식의 부름을 받고 벌떡 일어나, 나는 지금 이 순간 책상에 앉아있다.

어쩌면 나의 뇌가 ‘열일’한 덕분에 지금껏 유유자적하게 사유의 숲을 거닐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삶을 채워온 수 많은 ‘내가 아닌 나의 존재들’. 그 존재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이 책은 분명 우리 자신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제공할 것이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성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조금씩 달리진 나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것이다.

“ 우주가 이렇게 광대할 줄을 우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듯이, 우리 자신이 이렇게 대단할 줄을 직관과 성찰로 알아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내면 우주의 광대함을 처음으로 언뜻 목격하는 중이다.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우주는 자기만의 목표, 책임, 논리를 갖고 있다. 뇌는 우리에게 외계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기관이지만, 그 세세한 회로 패턴이 우리의 내면생활을 조각해낸다. 뇌는 얼마나 당혹스러운 걸작인지. 그리고 이 뇌에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의지와 기술이 있는 시대에 살게 된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지.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것. 그것이 뇌이고, 그것이 우리다. ” | 308

“ 우리 뇌는 광대하고, 복잡하고, 자꾸 변하는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그 부품들에 거의 접근하지 못한다. 이 책은 몇 년 동안 여러 명의 다른 사람 손에서 집필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데이비드 이글먼이었으나,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 | 311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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