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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평점 :
/ 불치병같았던 ‘디에고’의 여성 편력에도 그림을 그리며 평생 그와 살고 싶다던 #프리다칼로
/ 평생의 연인 ‘갈라’를 여신처럼 추앙했지만 정작 남은 것은 서늘한 뒷모습 뿐이었던 #살바도르달리 ,
/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고통받는다. 영혼을 바쳐 ’로댕‘을 사랑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 버린 조각가 #카미유클로델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지는 예술 작품들을 마주하며 오롯이 그 작품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거나, 어떻게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연결짓는것 만으로도 큰 과업처럼 여겨지는 나에게 이 책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욱 폭넓게 도와주는 선물같았던 책이었다.
추명희 작가의
“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특히 예술 작품의 영역에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작품에 대해 표면적으로 단순히 어떤 화풍인지, 어떤 기법을 썼는지 뿐만이 아니라 그 이면으로 들어가 어떻게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당시 작가의 상태나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연인에 대한 이야기,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는 분명 같은 그림이라도 아주 다른 해석을 낳게 해줄 것이다.
자연을 동경했던 ’클로드 모네‘가 본격적으로 빛을 탐구하기 위해 배를 작업실로 개조해 선상에서 그림을 그렸고, 배 위에서 혼자인 채로 오롯이 작품에 몰입하며, 사람이 아닌 자연을 벗 삼아 고독을 즐기는 법을, 그 속에 진정한 내가 있음을 깨달았던 그 시간들은 나는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영영 알 수 없었을 것이고 모네의 작품을 보는 내 눈은 끝내 밋밋한 근시안으로 남았을 것이다.
‘카미유 클로델’은 어떤가. 나에게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유명한 조각가였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카미유 클로델이라는 재능있는 여성 조각가가 있었고 그녀는 로댕의 동반자이자 뮤즈이면서도 그의 일을 해주는 일꾼으로 전락하여 철저히 이용당한 뒤, 30년을 정신병원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어떤 막장 드라마보다 충격적이고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한 채 매장되기엔 그녀의 작품들이 가진 숭고함, 예술적 가치 또한 같이 생매장된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 카미유는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몇몇 여인상의 모델을 섰다. <다나이드> 역시 카미유가 포즈를 잡았다. 당시 그녀를 향한 로댕의 짙은 사랑이 감미롭고 관능적인 선으로 드러난다. 다나이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나오스 왕의 딸들로 죄를 지은 대가로 지옥에서 평생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형벌을 받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실이 없는 헛된 일만 반복하며 살게 된 것이다. 로댕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당시 카미유가 느낀 절망이 마치 영원한 지옥의 형벌을 받은 다나이드에 빗대 표현된 듯 절묘하다. ” | 107
> 이 책을 즐기는 팁이라면, 꼭 천천히 읽을 것.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하지만 이야기가 재밌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후루룩 읽게 될 테지만) 매일 조금씩 나누어 작품과 이야기를 충분히 음미하며 감상할 것!
> 올 컬러로 인쇄된 작품들을 세세히 들여다보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의 길이 어떻게 나 있는지, 기차에서 뿜어져나오는 몽글몽글한 수증기의 힘찬 솟아오름, 차마 얼굴을 그리지 못한 모네의 그리움이 사무쳐 화사한 색채 속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한 폭의 그림처럼 감상하는 것. 이 것이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일상의 휴식같은 순간을 선물해줄 책, 예술 작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과 그 시대와 작가에 대한 통찰이 나와 같은 예술 초보에게 흥미를 일으키기 아주 좋은 자극제였다.
“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피와 눈물로 새겨 놓은 답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은 곧 상처이고 눈물이고 고통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자신의 삶 속으로 기꺼이 고통을 끌어들인다. 그들은 인간은 오직 사랑 속에서만 자신의 본질과 대면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랑의 대상은 타인이든 자기 자신이든 자연이든 심지어 사물이어도, 그 무엇이어도 좋다. 여기서 파헤쳐진 사랑과 고통의 이야기들이 읽는 이들의 가슴 속에 박히는 마법의 주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누구든지 사랑을 하고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고 그렇게 운명을 알아채기를. 그리고 모두가 위대한 인간으로 거듭나기를. ” | 6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