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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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는 인류의 슬픈 진실이란, 사람들이 듣는대로 믿는다는 것임을 빠르게 깨달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도 백 번쯤 들으면 당연한 것이 된다. ” | 130

✔️ 여전히 ‘생명법’은 존재하고…

해피잭 하비스트 캠프가 폭발 사고로 파괴되고, 생명법에서 언와인드의 연령 제한이 17세까지로 낮춰졌다. 17세까지의 언와인드들이 풀려난 반면 사람들은 기이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더 빨리 언와인드를 결정하자’
‘이제 우리가 이식받을 장기가 부족하다’

자유로워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이 언와인드되기 시작하고, 이식할 장기가 부족해지자 장기 밀매를 하는 조직들이 거리의 아이들을 납치하기 시작한다. 혼란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이제 언와인드한 신체 조직 중에서 최고의 조건을 가진 조직들만을 합성하여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창조하기에 이른다.

✔️ ‘카뮈 콩프리’
그는 과연 인간일까?
그의 영혼 어디에서부터 생겨난 것일까?

2권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이 카뮈(캠)의 등장과 그 스스로 존재와 영혼에 대해 탐구하고 성장해 나가는 부분이었다. 너무 끔찍한 존재이지만 이미 이 세상에 내던져진 이상 그를 정말 인간이라고 불러야만 하는 것일까? 그의 끝없는 공허함이 안타까우면서도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은 추악했다.

“ 공허함. 그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의 내면이다. 거대한 빈 공간, 눈 앞을 행진하는 소녀들 중에서 영혼의 짝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사람들의 생각이 맞고 그에게는 정말 영혼이 없다는 뜻 아닐까?
「불완전. 」 그가 말한다. 「내가 완전하다면, 왜 이렇게 완전하지 않은 기분이 들죠?」
인간의 영혼이 나뉠 수 없는 거라면, 그의 영혼은 어떻게 그를 있게 한 아이들의 부분의 총합이 될 수 있을까? 그는 그들 중 하나도 아니고, 그들 모두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까? ” |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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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이어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대로이지만 마냥 희망적일것 같았던 미래 대신 혼돈의 세계가 이어진다. 묘지를 이끌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언제 그들의 위치가 탄로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코너, 게다가 장기 밀매 조직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그의 몸을 차지하려고 혈안이다. 그와 자꾸만 어긋난 채 어디론가 끌려가 척추이식의 위기에 처한 리사, 언와인드 조직 복합체 카뮈 콩프리, 스스로 십일조를 자처하며 (부모가 서명하지 않았는데도) 죽지 못해 안달인 미라콜리나,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레브, 각각의 인물이 갖는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로 엊갈리고 분투하고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의 향방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 그래서.. 빨리 3권..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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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을 떨며 깊이 숨을 들이쉰다. 마지막 기억은 이제 그의 일부가 되었다. 기억들이 얼굴의 피부처럼 짜맞춰져 있다. 견딜 수 없는 기억이지만 그는 견뎌 낸다. 이제야 그는 깨닫는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무너져 내리지 않고 백여 번의 언와인드 기억을 간직한 자신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 97

과학의 임무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위에 새로운 것을 쌓는 것입니다. 생명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완성하는 것 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 질문을 밀고 나갔습니다. 우리의 지적, 신체적 진화를 우리 자신의 가장 뛰어난 요소들로 재조합 할 순 없을까? 우리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어떻게 될까? 알고 보니, 알맞은 질문을 던지게 된 순간 답은 매우 간단하게 떠올랐습니다. | 207

자신을 전부, 완전히 내주기를 바라는 것이 그토록 이상한 일일까? 미라콜리나의 마음속 생각이 그렇다면, 왜 거부당해야 하는 걸까? 내 정신은, 사랑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의 내 기억은 그런 기억이라고는 없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간다. 나의 일부가 간 지금, 그들은 살면서 입은 수많은 상처에서 치유된다. | 305

병든 사회가 자신의 병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건강했던 시절을 기억조차 못할 수도 있을까? 지금의 상황을 반기는 사람들에게 기억이라는 것이 너무 위험한 것이라면? | 370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거나 아무 이유가 없다. 인간의 인생은 영광스러운 태피스트리의 실오라기이거나, 그저 절망적으로 뒤엉킨 매듭에 불과하다. |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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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세고 촛불 불기 바통 8
김화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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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이 도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 새하얀 크림 사이로 켜진 영롱한 촛불, 이 어여쁜 표지 덕에 나는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행복이 가득한 기념일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했다. 연애 소설? 힐링 소설인가? 하지만 이 얼마나 납작한 상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우리를 우리이게 한 모든 시간들 ”
생일이나 결혼처럼 흔한 기념일 보다는 나 또는 배우자가 죽었던 날, 이유없이 기억이 사라져버린 날, 어떤 사건이 발생한 날과 같이 우리의 흔한 상상 너머의 아주 특별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리없이 스며들어 누군가의 기억속에 단단히 자리잡을
여덟 개의 기념일 앤솔러지.

자칫 스릴러 미스터리가 될 뻔 했다가, 표지를 보고 달콤함에 빠져들 독자들의 뒷덜미를 잡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끌고갈지 모를 이야기들이라 뭐라고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웠지만
김화진, 남유하, 박연준, 서고운, 송 섬, 윤성희, 위수정, 이희주 총 8명의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고스란히 뭍어나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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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박연준 #월드발레데이
#위수정 #비트와모모

특히 <월드 발레 데이>의 첫 문단은,

“ 나는 죽은 무용수다.
나는 왜 떠나지 못하지? 산 자들이 계속 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우고 퇴장해야 하는데. 목소리를 반납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 사는 일에 미련이 남아 있는 걸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나를 향해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 ”

우아한 발레리나들의 고군분투를 상상했다가 첫문장부터 죽은 무용수가 튀어나와서 숨을 참고 읽어 내려가야 했지만, 스산하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갈수록 이렇게 애처로워지다니… 죽은 무용수가 죽은 후에야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통찰, 회한 같은 것이 느껴져 읽을수록 안타까움이 커져갔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는 그 마음이 아직 여전히 이 곳을 떠돌고 있고, 자신을 따르는 어린 발레리나에게 노력은 계속 하지만 자신을 다 태워버리진 말라고, 죽었음에도 무대 위에서 끝까지 한 마리 백조가 되고 마는 그녀의 움직임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원히 그녀는 무용수라는 것을 보여주는듯 했다.

“ 쉬지 않고 계속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된다. 좀 더 집요하고 열렬히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뛰어난 전문가가 된다. 집요하고 열렬하며 꾸준히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수월하게, 혹은 수월해 보이게 성장하며 자신을 믿고 긍정과 충만함으로 그 일에 뛰어드는 사람은 대가가 된다.
’뛰어드는‘ 이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뛰다가 걷고, 걷는 중에 지치고, 중단하고, 의심하고, 머뭇거리고, 돌아가다 숨는다. 물론 대가가 되기 위해 이 모든 지체가 필요하다. ”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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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작가의 <비트와 모모>는 배우자와 사별하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다시 삶을 살아내는 용기를 갖기까지 잔잔하게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작가 특유의 섬세한 슬픔이 느껴져 무척 좋았다.

“ 거품으로 몸을 닦은 후 한참 뜨거운 물을 맞고 서 있었다. 영원히 그렇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언젠가는 끝난다. 틀어놓은 물은 잠가야 한다. 새로 지은 집도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나는 방금 태어난 것 같은데 이렇게 늙었다. 우리가 만난 게 언제였더라. 처음 만난 날 당신은 어떤 표정이었지. 나는 그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같은데 이미 모두 끝나버렸네. ” |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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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이야기 가지가 퍼져나가다니. 어느 하나 비슷한 이야기가 없고 모두 저마다의 특성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약간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 조차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 작품들 간에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가 조화롭다고 느껴졌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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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정용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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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는 아이들이 더는 울지 않게
슬픈 아이들이 더는 슬프지 않게 ” | 77

다큐 프로그램 작가 ‘유희진’은 아동학대를 다루는 에피소드를 촬영하며 한 목사 부부와 그들의 두 아이를 만났다. 목사는 못난 질그릇을 수려하고 빼어난, 쓸모있는 그릇으로 만드는 ‘토기장이‘가 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며, 그 과정에는 늘 고통과 인내가 수반된다고, 아이들은 그것을 참고 견디며 이 세상과 주님의 뜻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그릇으로 다시 태어날 것 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 뜻에 깊이 감응한 몇몇 신도들은 자신이 낳은 ’못난 토기‘를 빼어나게 정련하느라 기도하고 꾸짖고 열과 성의를 다해 그들의 자식을 ‘깨뜨렸다’. 자신이 하는 일이 신성하다고 믿었다. 죄 지은 자의 구원이며 사랑이라 믿었다.

” 때문에 고행은 계단입니다. 한 발 한 발 올라가면 그 분께 닿을 수 있죠. 고통이 필요합니다. 흘리는 눈물의 양 만큼 마음이 씻겨지는 법. 더 많은 눈물. 더 많은 고통. 거룩하고 깨끗한 그릇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나는 딸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 “ | 57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희진은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다가 희미해진 불꽃처럼 사라져버린 아이들을 놓아버릴 수 없었다. 방송이 나간 후에도 추가적인 취재를 이어가던 어느 날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몇몇 학대 부모들이 돌연 사라져버린 것. 그중 하나는 강물에 투신한 변사체로 발견되었고, 부검 결과가 놀라웠다. 물고문의 흔적과 몸 속에서 검출된 락스 성분. 이건 죽은 자가 그의 자식에게 했던 학대의 방식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들을 심판하고 있는 것일까?



<너에게 묻는다>는 못나고 약해빠진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것이 너의 얼굴이라고 들춰내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마주하고싶지 않았던,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약한 모습들. 어쩌면 이것은 또한 사랑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당신이 지금 믿고 있는 것이 사랑이 맞느냐고, 슬퍼도 웃는 아이와 기뻐도 우는 어른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놓여진 이들이 정말 사랑을 하는 것이 맞느냐고.

“ 사랑이 차올랐다가 사라진 자리. 그 무게와 부피만큼 움푹 팬 기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처음엔 정리된 나의 대답을 들려주려 했지만 나중엔 너에게 묻고 있었다. 사람이 무엇이냐고. 사랑이 무엇이냐고. ” | 347 작가의 말

+ 아동학대를 다루는 글이라서인지 격한 감정 이입에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학대를 당하면서도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참아내고 죽을 결심까지 하는 아이를 보며 내가 사는 세상이, 그리고 부모로서 내가 사랑이라고, 사랑해서 그런 것 이라고 정의하는 그 모든 것들이 정말 사랑이 맞는지 마음 한 켠에 서늘한 냉기가 돌았다. 내 아이는 충분히 사랑 속에 자라고 있을까. 화를 낼 때 나의 표정을 본 아이가 깜짝 놀라거나 움츠려들 때, 나는 거울을 들어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여기 이 거울 안에 갖힌 나를,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해 떼를 쓰며 어르고 달래주길 바라는 아이같은 나를.

+ 성경에서 욥의 이야기나, 분명 하나님의 뜻인데 그것이 폭력의 근거가 되는 잘못된 믿음, 이단, 그리고 기도..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게 정말 맞느냐고 묻고 있는 듯한 글이 깊이 와닿았다. 정용준 작가의 에세이에서 성경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생각이 구체적으로 소설 속에 녹아있는 것 같아 이게 작가의 세계관인가 싶었다.

오래된 기도에 대한 생각. 기약없는 기다림,
누군가는 이 어둠 속에서 나를 꺼내줄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내가 변하기 시작한 이유는
‘내가’ 움직여 스스로 어둠을 뚫고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전지전능한 신의 구원 보다
나의 의지가 늘 한 걸음 앞에 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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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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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겁나는게 당연해. 변화는 항상 두려운 거니까.
언와인드는 변화야. 그게 전부란다.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구름이 되는 것 같은 변화.
넌 계속 살아갈 거야, 리사.
단지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거지. ” | 43

#언와인드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

✔️ 생명법
인간이 잉태된 순간부터 13세까지 그 생명에 대한 침해를 금지한다. 그러나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은 부모가 소급적으로 ‘중절’할 수 있다.

열여섯살 ‘코너’는 부모가 자신을 언와인드하기로 결정하자 탈출을 감행한다. 그 길에서 만난 ‘리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부모에게 버림받아 보호시설에서 자랐고 13세를 넘기면서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언와인드 하기 위해 하비스트 캠프로 보내진다. (이름도 서늘한 하비스트 캠프는 말 그대로 ‘수확’캠프. 언와인드를 분해하는 장소) 그리고 처음부터 사회에 공헌할 목적으로 ‘십일조’라고 이름붙여 성장해온 ‘레브’.(교회에 십일조 하듯 여러 자식 중 한 아이를 언와인드 하는 의례)

코너, 리사, 레브는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되어
열여덟이 될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아직 어리고 나약한 아이들은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

언와인드 디스톨로지가 전개되는 가장 큰 요인은
‘더 이상 낙태가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13세 이후에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13세가 되면 레고 블럭을 분해하듯 아이를 분해하여 그의 장기나 조직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게끔 한다.

이 과정을 그들은 ‘변화’라고 한다. 아이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며 단지 형태가 변화하여 다른 사람의 일부가 되어 남은 생을 살아간다는 것. (이게 무슨 🐶소리?)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러니. 누구도 죽음을 입밖에 내지 않지만 그 아이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나에게서 떨어져나간 나의 팔, 심장, 근육, 안구.. 나의 조직들은 여전히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의술적으로 이식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작 병을 치료하는 기술은 오래된 유물 취급을 받는다. 심장에 질환이 있으면 심장을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질환을 치료하느라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에 새로운, 튼튼한 장기가 필요하고 언와이드 대상 아이들은 훌륭한 보급처가 된다.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세상에 말도 안되는 법이지만 이미 생명법에 합의한 세상에서는 언와인드는 고결한 것이며 애써 죽음을 뒤로 한채 이 세상을 여전히 살아 움직이게 한다. 너무 익숙한데도 너무 말이 안되는 세상. 그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남고자 분투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어른들. 이렇게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인지, 인간의 욕심이 존엄성을 넘어서는 순간 얼마나 끔찍한 세상이 벌어지는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인간 본성이 바뀌지 않으면 법은 바뀌지 않아
/ 법이 바뀌지 않으면 인간 본성은 바뀌지 않아

“ 완벽한 세상이라면 모든 어머니가 모두 아기를 원할 테고, 낯선 사람들은 사랑받지 못한 아기를 위해 자기 집 문을 열어 줄 것이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모든 것이 검거나 희고, 옳거나 그를 것이다. 모두가 그 차이를 알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완벽한 세상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완벽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 | 118

-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의 첫 번째 이야기, 언와인드
이제 그들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이어질 두번째 이야기, 언홀리
너무 궁금해서 호다닥 이어서 읽어보기로 ;)
닐 셔스터먼 형님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역시! 🫶🏻
(에이모 토울스에 닐 셔스터먼까지 어마어마한 형님들🥹)

📌 관전 포인트! 📌
도대체 언와인드가 뭐야? 그 과정이 궁금하다면?

✔️ 끝까지 읽어보시길. 작가의 서늘한 문장들로
언와인드의 실체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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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받기 전까지는 영혼이 없어. 엄마가 아기를 사랑하고 원할 때, 엄마가 아기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아기에게 영혼이 생기는 거야. 사랑받는 순간, 그게 영혼이 생기는 순간이야. |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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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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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에 남기를 잘했다 싶어? ”
“ 지금 이 순간에 내가 가장 있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
| 571

/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두 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일곱 편의 이야기

특히 전작 <우아한 연인>에서 이어지는 ‘할리우드의 이브’는 이블린 로스가 뉴욕을 떠나기 위해 오른 기차에서 충동적으로 목적지를 로스앤젤레스로 바꾸며 벌어지는 그녀의 삶의 변화에 주목한다.

당당하게 스스로의 삶의 목적지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영리하게 움직이고 후회없는 삶의 한 편을 만들어가는 이블린 로스. 그리고 그녀의 든든한 조력자 찰리 그레인저.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스토리가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 처럼 화려한 영화 산업의 이면, 숨막히는 추리와 음모 속에서 정신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지만 흡입력있는 단편들이라 부담스럽지 않게 읽혔고, 작가의 전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음에도 이질감 없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어서 에이모 토울스 초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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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 있지만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둘만의 내밀한 대화를 나눈다.
둘이라서 가능한 것들, 둘 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은 때로는 사건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상향을 향한 용기있는 도약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건 이 테이블 위에서 나눈 대화로 그들이 삶이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다 모은 뒤, 대부분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족이나 낯선 사람 두 명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서 자기 삶에 나타난 새로운 사실과 직면한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 작품들을 쓸 때는 그 점을 의식하지 못했으나, 틀림 없이 2인용 테이블에서 나눈 단 한 번의 대화로 인생이 크게 변할 때가 많다는 제 잠재의식 속 확신이 낳은 결과일 겁니다. ” | 591

둘이 있을때 유독 깊어지는 대화들,
서로가 알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봐주는 순간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에 갇혀 있다는 이유로 상대가 망가지도록 둘 수 없는 마음, 연민,
유독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삶이 변화해가는 모습에 주목하는 글들.

그의 이런 의도는 내 삶 속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는듯 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자주 이런 변화의 순간을 마주한다. 비록 할리우드의 영화같은 일상은 아닐지라도, 안온한 삶 속에서도 누군가에 대한 진심과 이해 같은 것들이 아주 미묘할지라도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자양분이 되어왔다

두 사람을 위한 테이블에 앉아,
그들이 나누는 내밀한 대화는
때로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곤 한다.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을 해나가는 두 사람.

그들은 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들의 삶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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