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질의 사랑 - 천선란 소설집
천선란 지음 / 아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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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곳이든 네가 나아가는 곳이 길이고, 길은 늘 외롭단다. 적당히 외로움을 길 밖으로 내던지며 나아야 한다. 외로움이 적재되면 도로도 쉽게 무너지니까. 알겠니?p35 -사막으로 中-

엄마 말 잘 들어. '원래 그런'건 없어. 당연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애들이 당연하다거나 네가 이상한 거라고 하는 거 다 듣지마. 그거 다 너희가 아직 어려서 상대방 상처 주려고 하는 말이니까. 알겠지?p96
......
사람들은 가끔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해. 그냥 상처 주고 싶어 해. 그러니까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지 네가 생각할 필요 없어.p97
......
아빠가 한 명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많아서 당연해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엄마의 말을, 그러니까 일일이 그걸 다 마음에 두고 있으면 정말로 필요한 감정이 들어올 곳이 없어 튕겨 나간다는 그 말을 다시 곱씹었다. p134
....
"정상이라고 착각하는 것들에 억지로 하나를 맞췄다가 너를 영영 잃을 것 같았어. 그럴 바에야 그냥 너는 너 자체로 살아가는 게 더 맞겠다 싶었아. 배꼽이 없으면 어때. 틀린 것도 아닌데."p153
.....
"결국 너는 너야. 끝까지 무엇이라고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돼."p153
-어떤 물질의 사랑 中-

감정은 때로 전쟁을 일으키게 했고, 때로 인간을 불가능에 도전하게도 했다. 그것이 결단코 옳기만 한 방향은 아니겠으나 어쨌든 감정은 인류의 멱살을 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 p300 -마지막 드라이브 中-

-사막으로: 투병중인 엄마, 해외 출장이 잦았던 아빠의 사막이야기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너를 위해서: 현실을 반영한 낙태에 대한 이야기
-레시: 환경오염과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되어 가는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
-어떤 물질의 사랑: 알에서 태어나 배꼽이 없는 주인공의 사랑과 삶 이야기
-그림자 놀이: 감정을 지우고 살아가기 위한 수술을 받은 이의 이야기
-두하나: 남성들만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세상 속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
-검은색 가면을 쓴 새: 멸종된 저어새 이야기
-마지막 드라이브: 자동차 사고 시험에 사용되는 AI더미의 사랑 이야기

8개의 단편들은 사랑스럽지만 씁쓸하고, 따뜻하지만 안타깝다.
단편 하나하나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묵직하기도 하지만, 곳곳에 유쾌함과 따뜻함을 담아내 한편한편이 참 재미있고 좋았다.

보통의 사람과 다르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참 좋고, AI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든, 외계생명체가 등장하는 이야기든 근간은 사랑이고, 보호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담아낸게 아닐까.
사라지는 것을 당연시 여기지 말고, 틀린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또 개개인 모두를 존중하는 것.
그게 천선란 작가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 어떤 물질의 사랑과 레시, 그리고 마지막 드라이브가 좋았다.

사람을 담은 이야기들이 과하지 않은 감정선 속에 무덤덤 하지만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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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 -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안전거리 지키는 법
서제학 지음, 봄쏙 그림 / 필름(Feelm)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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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자와 또라이의 공통점>
1. 그들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기피의 대상이다.
2. 그들과 부딪히면 무조건 다치는 것은 나다. 몸이든 마음이든.
3. 그들에 대한 사회의 처벌은 놀랄 정도로 약하다.

음주 운전은 경찰이 잡앗 벌이라도 주지만, 또라이들은 벌을 주는 사람조차 없다. 그러니 비틀거리는 자동차와 같이 "저 사람 왜 저러지?" 싶은 또라이를 발견한다면, 사명감? 자애? 동료의식? 다 버리고 우선 피하고 보자! 요령껏, 최선을 다 해서!

현명한 포기는 '실패'가 아니며 또 다른 목표를 위한 '기회'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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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며 터득한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을 저자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 속에 녹여냈다.
선을 넘는 무례한 사람들,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갑질과 을질, 심리적 불안과 걱정, 후회들에 무너지지 않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중간중간 있는 4컷 만화도 너무 귀엽고.

역시 나의 행복은 사회와 타인이 규정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나'에 초점을 맞추어야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고 선을 지키며 살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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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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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상의 불행은 결코 쉽게 극복되지 않으며, 아주 길게, 어쩌면 평생 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기도 한다.p308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밤 동안 지금과 같은 순간을 견뎌내야만 하는 거라. 얼마나 많은 날이 지나야 지금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까. 손가락도 까딱할 수 없는 고립 속에서 나는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p350

너는 안다. 너를 향해 기울어 있는 내 마음을 안다. 내가 너에게 더 캐묻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니까 너는 기꺼이 비겁해져도 된다.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더이상 무엇을 물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냐고 추궁해서도, 감정이 동요되어서도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나 자신의 마음을 꽉 묶어놓은 채 조용히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결말을 내는 것이다.p359

누군가를 밀치고 짓밟고 간신히 도망쳐온 이곳에서도 나는 고작 이렇게 살고 있구나. 그 시절의 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던 삶이 이렇다는 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도착한 곳이 여기라는 사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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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스릴러인듯 싶지만, 사실은 어설프고, 솔직하지 못했던 10대 퀴어 성장 로맨스 소설이다.

읽는 동안 지금은 흐릿한 옛 추억을 소환해 몽글몽글한 기분과 애틋한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시절 상처받기 두렵고, 소외되고 고립되는게 무서워 되려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소외시킬 수 밖에 없었던 정리되지 않은 투박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주인공 나, 윤도, 무늬, 태리, 희영, 나미에, 태란의 감정들이 뒤엉켜 방어하고, 숨기기 급급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담아냈다.

옛추억을 끄집어 내는 박상영 특유의 문체들과 내용들이 흡인력과 몰입도를 높인다.

2002년 월드컵, 호텔아프리카, 나나, Let다이, 별빛 속으로, 노말시티, X, 성전 해리포터, 중경삼림,해피투게더, 박효신, 넬, 자우림, 푸른새벽, 아무로나미에, 에이브릴 라빈, 콜드플레이, 파르페, KTF비기알, MSN메신저 CD플레이어, 만화 대여점, 싸이월드, 캔모아까지...
그 시절 유행했던 음악과 만화책, 체벌과 폭력이 일상이었던 학교가, 나의 옛 추억과 조우하게 하기도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어지는 퀴어 서사가 성 정체성에 고민하는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 같지만, 실은 누구나 겪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솔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룰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사랑이야기가, 안타까워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장이 줄어드는게 아깝고, 읽은 후에도 긴 여운이 남아 앞 이야기들을 다시 뒤적이게 만드는 책.
박상영 작가의 매력에 너무 깊이 빠지게 한 책이었다.

연작소설이었던 대도시의사랑법도 참 재미있게 읽어 좋아했었는데 이 책은 정말 진심으로 좋다.
스릴러와 퀴어, 로맨스와 성장이 적절히 섞여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는데다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내 추억여행까지 할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을 수 밖에..

아.... 정말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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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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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루 마사토모>
-원 루머: 이동형 자율주행 주택(원룸)카 트럭
-돌핀 슈트: 돌고래를 보고 만든 슈트 개발

<고기쓰네 유스케>
-dogcom.: AI강아지와 컴퓨터를 결합한 반려견 컴퓨터
-사막의 기계공: 다리를 사용하지 않아 도태되어 포트로만 이동하는 미래 인간들 속 자신의 다리를 이용하는 인간

<기타노 유사쿠>
-공장 산책: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도시형 공장
-안장 위에서: 이동시 사고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AI

<마쓰자키 유리>
-산으로 돌아가는 날: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등산용 스파이더 체어
-천문학자의 수난: 다이아몬드 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오타 다다시>
-라플라스 남매: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위한 시스템
-계승되는 추억: 디지털 미디어 상속과 과거 아버지의 삶을 찾아가는 스트리트뷰 데이터 기술

일본에서 실제 공학을 전공한 SF소설가 5명이 각 2편씩 총 10편의 단편을 담은 책으로 상상 속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지금도 존재하고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할 이야기들이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기술을 발전시킨 것도 사람이고, 그 기술들을 이어가는 것도, 또 지켜내는 것도 사람이며, 피해를 입는 것도 혜택을 보는 것도 사람이 아닌가 싶다.

짧고 짧은 이야기 속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고, 모든 단편들이 가독성이 좋아 책장을 펼치면 끝까지 읽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들이 시종일관 재미를 선사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좀 더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을 보존하기 위한 기술들이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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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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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을 꾸는 초능력을 가진 유리는 자신의 초능력을 같은 반 아이 '시아'에게 들키고 만다. 당황해하는 유리에게 시아는 자신도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평행우주에서 유리'를 찾아온 또 다른 다섯명의 '유리'
외모도, 성격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도 모두가 다르지만, 모든 운명에 붉은실로 이어진 '시아'가 있다.
하지만 시아가 각 평행우주 속의 멸망의 원인이라는 것을 관측자인 '유리'가 알아낸다.
모두의 행성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시아'

각 평행우주 속에서 소중한 시아를 잃었음에도, 지구의 멸망을 위해 시아를 사라지게 해야한다는 설정이 잔인하다는 생각 들었다. 각자의 세상속에는 아끼고, 사랑한 시아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살리려고 노력하고,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했으나 어쩔 수 없이 잃을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연들은 안타깝지만, 멸망을 막기 위해 시아라는 존재를 없애야하는,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합리화는 씁쓸하기만 하다.

평행우주 속 존재들이 촘촘하게 엮여 지켜내야 할 것들을 위해 서로가 연대하고 보듬고 함께 하는 이야기가,
싸우고, 버티고, 이겨내고, 무너지고, 또 일어서는 반복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현실을 마주하는 주인공들이 참 단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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