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너라는 문제집을 서른세 해째 풀고 있어.
넌 정말 개떡 같은 책이야.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어.
사랑의 길목마다, 일상의 고비마다, 지뢰처럼 포진한 질문이 당장 잡하라며 날 다그쳐.
ㅡㅡㅡㅡㅡ
나는 더듬더듬 답하지. 내가 진짬을 흘리며 내놓은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넌 알려주지 않아.
인생에는 답이 없다고만 변명하지. 그래, 너는 출제자가 아니야. 답도 없는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문제집을 뿐이야.
ㅡㅡㅡㅡㅡ
그 아이도 저런 어른으로 자라날까.
파릇파릇한 시금치 같은 사람.
그러나 노지가 아니라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난 시금치, 여리고 연해도 화초는 아닌 사람.
그러나 무든 칼날에 뿌리를 잘리고 끓는 물 안에 들어갈 앞날은 상상도 못하는 사람, 언제까지나 투명한 유려컵에 화처러럼 꽂혀 있을 예외적 운명의 시금치.
ㅡㅡㅡㅡ
상처 없는 사람 없어. 여기 다치고, 저기 파이고, 죽을 때까지 죄다 흉터야.
"같은 데 다쳤다고 한 곡절에 한마음이냐, 그건 또 아니지만서도 같은 자리 아파본 사람끼리는 아 하면 아 하지 어 하진 않아."
ㅡㅡㅡㅡ
"죽으라면 죽을게. 죽는 게 뭐 어렵나? 살아 있는 게 어렵지. 살아 있으면 살아야 하잖아. 살아가야 하잖아."
ㅡㅡㅡㅡ
"하루 살면 하루치만큼 부끄러움이 쌓이는 것 같아."
죄 지은 사람이 자기 죄를 깨달을 때처럼 경건하고도 슬픈 마음이 되었다.
사람은 언제 슬픈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따뜻한 살과 살을 맞대며 이 또한 식으리라 인정할 때.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상처를 입고 똑같은 진물을 흘리며 똑같은 슬픔을 몇 번이고 반복하리라 예감할 때.
그때 나와 너의 연약함, 우리의 숙명 앞에서 경건해진다.
ㅡㅡㅡㅡㅡ
인생에는 답이 없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있다.
나의 0.5, 내 절반의 사람들이.
ㅡㅡㅡㅡㅡ
이 깜깜하고 드넓은 바다에서 내 불빛 홀로인 듯해도 사실은 멀지 않은 곳에 다른 불빛이 있다는 사실을.
ㅡㅡㅡㅡㅡ
(오영오 이야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수첩에는 처음보는 이름이 3개 적혀있고,
딸은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도중, 자신의 삶과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모자란 부분들을 그들로 인해 채워간다.

저마다의 상처 있는 이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면서 사랑과 친구와 가족을 찾아가게 된다. (공미지 이야기)
이유 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하는 맹랑한 중학생 미지.
그저 반항이라 생각한 엄마는 전에 살던 빈집으로 아이를 쫓아내고, 그곳에서 옆집 할아버지와 만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진다.
어른스러운 아이로 조금은 시니컬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
다른 이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손내미는 미지로 인해 주변도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자신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해간다.
.
.
정말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0.5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이들로 인해 세상은 아름다운건지도 모르겠다

국어 문제집을 만드는 영오와 중학생 미지.
두 사람의 연결지점이 어쩌면...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예상이 맞았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자존심으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멀어져야만 했던 아버지와 딸.
마지막에 뭉클했다.
부모란, 아버지란 역시 표현하지 못한 채 가슴앓이 하고 묵묵히 견디고 버텨내는 존재라 생각하니 참 가슴 아프다.
살가운 딸이지 못한 내 자신도 반성하게 되고...
따뜻함이 뭉게뭉게 퍼지는 책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자승의 하루 - 모든 순간이 행복해
동자승 이찬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아버지, 다들 꽃을 원하는데 왜 안 파시는 거예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꽃이 아니란다. 사람들은 꽃이 주는 즐거움을 좋아할 뿐이지. 정작 꽃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른단다.

예쁜 꽃아, 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널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한테만 보여줘
ㅡㅡㅡㅡㅡㅡ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자승이 엉떵발랄한 호기심으로 찾아낸 삶의 놀라운 비밀들이 당신의 마음속에 깃든 따뜻함과 선함, 행복을 일깨워 드립니다.
.
.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
사실, 내 종교는 기독교인데, 받은 책이 "동자승의 하루" 라서 실소했었다.
뭐지, 이 뜬금없는 책은...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만화에 삶과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곱다" 이다.
그림고 곱고, 내용도 곱고, 마음도 곱다.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동자승의 순수함에 미소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소소함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특별한 책. "동자승 이찬"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창작팀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인기를 끌만도, 사랑받을만도 충분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 온전한 나를 만드는 니체의 자존감 회복 수업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나의 가르침은 이것이다.사람들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자기 자신을 참고 견뎌내면서 쓸데없이 방황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ㅡㅡㅡㅡㅡㅡ
성공적이고 행복한 오늘을 만들어준 것은 바로 그 잘못된 선택들의 결과이다.
잘못된 선택이 가장 옳은 선택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가거를 바꾼다.
과거의 선택이 후회스러우면 후회스러울수록, 미련이 남으면 남을수록, 우리는 지금 현재를 바꿔야 한다.
ㅡㅡㅡㅡㅡㅡ
내가 잘할 때는 침묵하자.
내가 목할 때는 웃어버리자.
그리고 더욱더 못해버리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ㅡㅡㅡㅡㅡㅡㅡ
마음을 읽으려면 귀로만 들어서는 안 된다.
언어를 담고 있는 소리만 들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상황이 어떤지,
상대의 감정이 어떻게 꿈틀거리며 흐르고 있는지,
상대의 생각이 어떤 선을 그으며
미끄러져나가고 있는지 함께 들어야 한다.

타인의 자아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바로 진실한 독서이다.
-이 사람을 보라-
.
.
고통으로 얼룩진 삶 속에서 자신의 학문적 가치를 극대화시킨 철학자 니체.
그러한 고통을 바탕으로 자기 성찰을 비롯해 자존감 상승을 이룬 그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말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철학자 니체의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 한다.
니체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설명하며 자존감에 다가가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게 중간중간 삽화가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니체의 섬사상은 너는 나, 나는 나
너와 나는 다르고 결코 같을 수 없다.인데
개인주의가 강한 것 같지만 나 자신과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했을때 편견이 사라지고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것이 자존감의 밑바탕이 되고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고 지켜내 나가는 방법이라 이야기 한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마주하는 것.
그것만이 내 자존감을 지키고, 상승시키는 것이 아닐까.

니체를 바탕으로 한 자존감 책인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책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 캐롤 수녀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해야 할 것들>
캐롤 재코우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 이순간이야말로
가장 재미있을 가능성이 있는 때로,
이 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바로 지금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있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ㅡㅡㅡㅡㅡ
세상 그 누구보다 재미있게 살아가는 네 가지 방법
1. 재미있는 사람을 찾아라.
2. 남들과 함께 있을 때 내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3. 당신이 먼저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라.
ㅡㅡㅡㅡㅡ
지금 행복하게 지내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매 순간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부예요.
더는 없습니다.
.
.
부제는 "후회없는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해야 할 것들" 이다.
이책은 캐롤 수녀가 1987년 세인트메리대학에서 강연한 원고이고, 죽기 전 마지막 강의로 생각하고 고별사를 해달라는 부탁으로 시작한 책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그림도 있고, 내용도 쉽고 제법 재미있다.
수녀님이 쓴 책이다 보니 종교적 색채가 강하긴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각박한 삶에 즐거움을 원하거나, 소확행을 원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
나도 오늘부터 한가지씩 실천해봐야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잠깐이라도, 그 인연을 귀하게 여기세요."
"어떤 우여곡절을 거쳤든 간에, 서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연결된 데에는 이치가 있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때론 설명되지 않는 연결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며 살아 있는 이유랍니다.
그러니 이어진 끈을 섣불리 자르려 하지 말고 그리로 마음이 흐르게 해야 합니다."
ㅡㅡㅡㅡㅡ
나는 그 사람을 만난 걸 후회하지 않고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도 부끄럽지 않아.
ㅡㅡㅡㅡㅡ
세상에서 바람직하고 아름답다고 하는 형태와 과정을 갖춘 사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구하고 살리는 것도 삶의 이유이자 의미가 된다면
그 마음을 귀하게 품어야 할 것이었다.
ㅡㅡㅡㅡㅡ
그러나 도시의 서쪽 끝으로 나가면 도시, 도시, 또 다른 도시들....로 이어져 있지.
그곳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람들, 사물들, 사건들, 문명들,그러나 우리와 완전히 같지는 않은 누군가들과 무언가들이 있다.
ㅡㅡㅡㅡ
좋은 말로는 신기하게, 평범한 말로는 낯설고 어색하고, 나쁜 말로는 옳지 않은 것이나 틀린 것으로 여길 테지.
서로가 서로를 불길한 이물질로 느끼며 영원히 불가해한 평행선을 그릴 테고.
ㅡㅡㅡㅡ
'베푸는 겁니다. 무엇이든 나눠 주는 거지요. 자기가 가진 거라면, 하다못해 한 줌의 체온이라도 말입니다.
조각내서 나눠 줄 수 없으니 그 순간 눈앞에 있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서 마음의 전부를 주는 것, 그게 우리의 본성입니다.'
ㅡㅡㅡㅡㅡ
날개를 가진 ‘익인’들과 도시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시작해, 작고 보잘것없이 태어난 주인공들이 세계에 맞서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어덜트 소설이다.
어느 날 고원 지대의 익인들이 도시까지 날아와 시 청사 건물을 습격한다. 익인 가운데 작은 날개로 태어나 비행 능력이 부족한 비오는 습격 직후 도시인에게 붙잡혀 청사에 갇히고 만다.
그런 비오에게 루라는 이름의 도시 아이가 찾아오고, 비오는 루를 인질로 삼아 청사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루를 데리고 고원 지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익인들이 도시를 공격한 까닭은 무엇일까? 고원 지대에서 익인들과 함께 살게 된 루의 앞날은? 익인과 도시인 사이의 오랜 반목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비밀들이 흥미진진하게 밝혀지는 가운데, 함께 걷고 함께 날고 서로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작은 존재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작지만 당당하게, 다르지만 특별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 우리 모두를 위한 소설 -출판사 서평 중-
.
.
#눈가리고책읽는당 이벤트 덕에 읽게 되었던 책!
애정하는 구병모 작가님 소설! .
.
"천 명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 한 명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옳은 것이냐고, 고작 도시에서 온 아이가 제게 묻더군요." p.119

다수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것, 그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공리주의의 폐단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역시나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문제들을 소설 곳곳에 잘 녹여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
혈통과 전통성을 중시하는 낡은 생각과 고유성에 위배는 것들에 대한 배타적인 모습.
차별받는 혼혈.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숨죽여 사는 소외받는 이들의 삶.
서로를 지배하려 하려는 생각과 물질적 욕심에 약탈하고 짓밟는 행위.
권력을 잃은 이에게 행해지는 무관심과 소리없는 폭력.
집단 이기주의와 방임.

그러한 세상 속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비오와 루의 삶이 먹먹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그렇게 조금씩 알을 깨고 세계로 나아가는 작은 날개짓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안타깝고 대견하다.
상실과 이별, 상처와 슬픔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둘의 모습과 조금씩 변해가는 세계와 사람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깊고 깊은 이야기였다.

정말 구병모 작가님...
너무 애정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