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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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토록 힘겨운 삶을 살아내는가’


'을'이 살아가는 세상. 자본주의 사회에서 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세상을 말한다. 이 책은 한 명의 '을'이 세상에 고하는 항변과도 같다.


작가는 흔하디 흔한 한 명의 30대 중반의 비정규직이었고, 금융사기를 당해 모은 돈을 다 날리기도 했다. 비정규직으로 살아야만 했던 세상의 시선을 감내하며 지내온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기록이다.


'한때는 노예 근성이 있는 내가 미치도록 싫었다. 싫어도 좋은 척 웃는 피에로 가면을 쓴 채 하루 종일 가식을 떨어대는 내가 미웠다. 제발 좀 그만하라고 내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며 매일을 살았다. 니체는 수동적이고 약한 인격체를 ‘반응적 인간’이라 불렀다. 나는 누구보다 반응적 인간이었다.' <책 속에서...>


힘이 없고, 빽이 없으면 대우 받기 힘든 세상이다. 갑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고, 늘 노예처럼 알아서 굽신거리게 된다. 성수대교 대신 출판사 문을 두드렸다는 짧은 문구가 가슴에 콱 와닿는다. 자살을 생각할만큼 비루했던 자신의 삶을 결국에는 철학으로 승화한 저자는 승자이지만, 그간의 고통들은 너무나도 현실 그 자체이다.


저자가 겪었던 좌절은 '철학'이 대신해 줬다. 철학이 그녀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았다. 닥치는 대로 철학책을 읽고 해석하며, 결국 자신의 언어와 가치로 만들어내었다.


저자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철학이 저자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고, 그 전까지의 저자에게 나타난 악인들과 쓰라린 상처들, 자신에게만 닥친것 같은 불운들을 견디게 해준 연고나 다름없었다. 삶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준 터널의 끝. 바로 그것이었다.


이 책이 그저 그런 에세이가 아님은 세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은 저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었고, 지금의 자신을 창조해냈다. 저자의 싸움에 찬사를 보낸다. 그 용기를, 극복을, 투쟁을! 을이라 생각된다면 꼭 한번 읽어보아야할 책!


'우울이 나를 사로잡았을 때 성산대교에 갔다가 이내 마음을 바꾼 적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이 사람 없으면 나는 별 수 없이 죽겠구나 싶은 사람, 살아갈 의미이자 전부인 사람. 사람이든 동물이든 못다 이룬 꿈이든, 이런 대상이 있으면 쉽게 떠날 수 없다. 진짜 두려운 건 나의 죽음이 아니다. 내 죽음으로 인해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갈 ‘너’의 삶이 두렵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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