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채희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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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이 담길 곳은 역사책이 아니라 역사다'


2500년의 유럽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낸 영미 문학의 거장, D.H. 로렌스의 유럽사 이야기이다. 로렌스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 <무지개>, <아들과 연인> 등 외설이라 불리워지는 많은 작품들을 쏟아낸 작가이기도 하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지 않은채 출간을 한 후, 사회적 반향은 대단했다고 한다.


통찰력 있는 힘으로 역사를 꿰뚫고, 소설가의 유려한 문체로 소설보다 더 생동감 있는 진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던 로렌스의 필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역사서인듯 역사서 아닌듯 그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며 소설처럼 흡입력 있게 써내려간 문장이 진실로 그가 문장의 대가임을 말해주는듯 하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시도한 일탈이 유럽사에 한 획을 그었으니 모험과 일탈이 만나 시너지를 낸 대단한 케이스일거라 생각이 된다.


'역사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이 만들어낸다'


저자는 진짜 역사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 역사란 역사가가 서술한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인가? 진짜 객관적인 진실은 있는 것인가? 영웅을 만들기 위한, 혹은 국가의 존립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역사서인것은 아닌가하고 말이다. 통찰력 있게 써내려간 그의 대답은 '인간'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인간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란 말이다.


때로 인간은 말로 설명이 안되는 행동을 한다. 나 자신조차도 내가 그때 왜 그랬지라는 행동과 말을 하며, 그것 그대로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의 색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세상을 본다. 옥스포드가 과감히 그를 택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논리적인 설명과 영웅이 빠져있는 진짜 역사서를 담아내었던 로렌스의 유럽사가 다른 책과 다른 이유이다.


<책 속에서...>
생명은 그 자신의 커다란 몸짓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이 몸짓의 구성 요소이다. 역사는 이 몸짓을 반복한다. 그래서 인간은 그 몸짓을 다시 한번 되살리며 과거 속에서 자신을 실현한다. 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과거 속에서 스스로를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책 속에서...>
우리에게는 불운하게도 지나간 시대의 ‘사적’인 현실을 재구성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장소와 시간에 매여 있는 존재다. 한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인간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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