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위하여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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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진정 제왕인가, 한낱 돈키호테인가! 아아, 제왕인 내가 천민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천민인 내가 제왕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냐?'


세번째 출판사를 만난 <황제를 위하여>는 출간된지 이미 40여년이나 된 소설이다. 어찌어찌하여 출간의 굴곡을 여러 번 거쳤던 과거의 세월만큼이나 우리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도 던져주는 작품. 한국의 대표작가라 할 수 있는 이문열 작가의 작품으로 작가 스스로도 낄낄 웃으면서 써내려갔다고 하니 진중함일까? 해학일까? 그 중간 즈음에 서서 독자에게 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작품일 듯 하다.


이 책의 설정은 가히 낄낄거릴만 하다. 1895년에 태어나 1972년까지 본인이 황제라 믿으며 살다간 한 사람의 이야기로, 정감록(조선시대 3대 예언서)에 예언된 대로 정씨 왕조가 올거라 믿고 실제로 계룡상 기슭에 남조선을 건립하고 살아간다. 소설의 내요은 바로 그의 일생을 기록한 글이라고 볼 수 있다. 1편은 남조선까지의 건국을 그렸고, 2편에서는 건국 후 여러 역사적 사건(해방과 625전쟁, 516 등)을 맞이하며 살아간 세월을 짚어본다고 한다.


서두 뿐 아니라, 작가가 직접 밝힌 여러 번의 서문에는 그가 동양의 여러 가지 사상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첫 구절은 장자의 호접몽을 빚대어 쓴 글이라 할 수 있는데, 누군가는 그가 미치광이라 할지 모를 황제의 일생이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40여년 된 소설의 문체는 상당히 옛스럽다. 처음 읽어내려갈 때 진짜 옛 황제를 더듬어 상상을 하였던 것이 당연했을만큼 세월의 탓인지, 설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의 그것을 느끼게 해준다. 우화적인 요소를 가득 품은 소설은 1989년에는 드라마로 나오기도 하였고, 2010년에는 라디오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니 이제라도 고전과도 이 소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 책 속에서...>
그러나 기차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황제의 두려움도 커졌다. 혹시 저것은 하늘의 뜻을 방해하기 위해 상제(上帝) 몰래 내려온 살성(殺星)의 변신이거나, 백제(白帝)인 그 다음에 오기로 되어 있는 흑제(黑帝)가 성급하게 배암의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그리하여 한입에 나를 삼키고자 저토록 맹렬하게 덮쳐오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오오, 한칼로 베기에는 너무 크고 굵은 배암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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