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작가 - 우리가 사랑했던
조성일 지음 / 지식여행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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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그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


고등학교 때였다. 담임은 국어 담당이셨는데, 어느날 평소답지 않게 상당히 센티한 모습으로 시 한편을 너희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하셨다. 그때 얼떨결에 알게 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의 기억 속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죽음을 ‘소풍’에 비유한 그 문학적 깊이가 나에게 와닿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에는 그야말로 ‘그리운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던 김춘수 작가부터, ‘인생이 소설가’였던 박완서 작가, ‘무소유’를 설파하던 법정 스님과 ‘펜 하나로 삶을 지탱’한 박경리 작가까지. 지금은 그들의 보석같은 작품만이 우리 곁에 남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서 별이 되어버린 스물 여덟명의 그리운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들의 생을 따라가다보면 고작 대표작 정도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듯하다. 주로 일제시대부터 시작되어 남북전쟁, 그리고 탄압의 시대를 살아온 그들이기에 작품의 밀도는 대단하다. 어려운 시기에 탄생했던 찬란한 예술작품들은 그들의 고된 삶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들의 유년시절부터 삶의 마지막까지 읊어내려간 ‘그리운 그 작가’는 잠시나마 그들을 인간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작품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달까? 그 작가는 어땠을까? 그럼 그 작가는? 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던 시간을 가졌다.



📚 책 속에서...
김춘수는 일본 유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일본을 험담한 적이 있는데, 그게 문제가 되어 7개월 동안 구금된다. 그때 감옥에서 만났던 한 노인 사상범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그는 그 노인 사상범이 사환이 들고 온 갓 구운 빵 서너 개를 태연히 먹던 모습에서 이념이 도대체 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평생 이데올로기나 관념 같은 ‘의미’를 걷어낸 시를 써야겠다고 맘먹었다.

📚 책 속에서...
천상병이 있다. “진실의 고통”을 알고 있을 그의 “살과 뼈”는 비록 스러졌을지라도 영혼은 부활과 부활을 거듭하며 순진무구 그 자체로 우리들 곁에 머물다 갔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나라로 이사한 그는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했으리라.

📚 책 속에서...
박경리는 다음과 같은 고백으로 미루어보건대, 이런 불우한 환경을 문학적 텃밭으로 삼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고독을 만들었고, 책과 더불어 공상의 세계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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