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 - 이제는 엄마나 딸이 아닌 오롯한 나로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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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인생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여든여섯, 노작가의 이야기. 한 명의 여자로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느껴왔던 인생 이야기. 한 집안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왔던, 혹은 버텨왔던 노작가의 이야기는 마치 나를 보듬는 듯 하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과 관계, 인생에 관한 통찰은 긴 인생동안 겪어왔던 삶의 풍랑들을 들려주며, 모든 여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여자로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자신을 희생해가며 자식들과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자신의 인생은 사진첩에 고이 접어둔채 그저 희생을 위해 태어난 사람인냥 한다.


“너희가 건강하고 행복하면 우린 상관없다. 우린 다 살았으니까 니네가 잘 살아야지.”라며, 자신은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간다. 마음이 아프다. 우리네 엄마 세대는 특히나 더 그래왔다. 여기저기 치이고 또 치여서 이리저리 양보만 하다 한 평생을 보내버린, 한때 여자였던 그녀들의 삶.


“자의든 타의든 내 나이가 되면 무관심, 무간섭이라는 세계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리나 봐요.”


웅크려왔기에, 참아왔기에, 그 삶의 농도는 그 누구의 것보다 짙다. 스쳐가는 삶의 순간, 그때 느껴지는 감정, 생각들을 진솔하고 촘촘하게 묘사하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는 안도감마저 들게 하는 그녀의 글은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해준다.


이 책의 저자인 최문희님은 예순한 살의 나이에 등단하였으며, 제1회 혼불문학상까지 수상할만큼 늦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셔서 놀라울 정도였다. 이 책은 작가님의 첫 에세이로, 노작가가 전해주는 인생 이야기로 위안을 얻는다.



📚 책 속에서...
내가 나를 보듬지 않은 세월을 살았다. 바람그늘 나무처럼 휘어지고 구부러지면서 살아내려고 안간힘 썼던 자국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 책 속에서...
‘길들이다.’ 나는 나를 길들이면서 살았다. 세상과 불화하면서도 나는 나의 감정을 숨기거나 위장하지 않는다. 나를 지탱하고 연명해주는 핵은 나 자신뿐이니까.

📚 책 속에서...
너무 오그리고 산 것 같다. 이래도 참고 저래도 참는 동안 미간에 가로질린 주름살 골이 깊어졌다. 하지만 누군들 그만한 굽이가 없었을까? 집집마다 방문 열어보면 숨겨둔 한숨 보따리 한두 개는 있지 않을까?

📚 책 속에서...
“난 이제 말랑말랑한 말로 나 자신을 너무 구부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좋은 자리를 양보하고, 착한 체, 겸손한 체, 순한 양의 얼굴을 하고 돌아서서 입술을 깨무는 따위는 이제 안 하고 싶어요. 그냥 생긴 대로 살래요. 마구잡이로 살자는 건 아니고, 내 방식대로, 80년 동안 눈치코치 보면서 길들여온 그 양보와 겸손이라는 허물을 벗어던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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