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지음 / 문학세계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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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가 이렇게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처음이다.

가벼운 사랑시가 아니라 삶과 죽음, 자연의 섭리까지 담아낸 그의 언어는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도 같았다.

그는 누구인가? 함부로 책장을 넘기면 안 될것 같아 그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김종해 시인’...... 아......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묵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후광효과라 해도 좋다. 시인의 시어는 무언가 모르게 나를 꽂는다.

그의 시론을 찾아본다.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 눈물이나 이슬이 묻어 있는 듯한 물기 있는 서정시, 압축되고 함축되다가 옆구리가 터진 시, 삶의 일상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가 세상사의 중심을 짚어내는 시, 울림이 있는 시, 향기가 있는 시’를 쓰고 싶다.”

그래. 이건 울림이다. 삐죽이 고개를 밀고 나온 삶의 편린들을 조각조각 붙여놓고, 얇은 습자지를 덮어 보일락말락하게 한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더욱 애닯아 두번이고 세번이고 다시 읽어본다. 그 애달픔은 정제한 눈물과도 같다.

노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의미와 깨달음. 삶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 한편씩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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