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불행 - 부서지는 생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평온
김설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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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벗어날 줄 몰라 후회한 선택을 반복하고 더 잘 이해하겠다는 말로 참아내는 사람으로 보였다. 살다 보면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찾아오겠지만 예전처럼 기를 쓰고 이해하지 않고 그저 이해 안 되는 것들을 곱씹으면서 살겠다는 작가님의 말에 화병을 자처하는 것 같았다. 책 표지처럼 힘없이 앉아 받아들이기만 하는 삶을 선택하면서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하는 말이 참 속상하다.

‘다행한 불행’에서도 느꼈지만, 평범한 삶을 목표로 삼을 만큼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남들처럼 사는 게 행복이라니, 남들만 왜 행복한 건지.

“네가 그렇게 흐릿하게 구니까 당하는 거라는,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암시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 사이다같은 말언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쉽게 조언한다지만 신중해서 경험이 없는 것 아닐까?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불성이 되는 그를 보며 끝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허우적거리며 ‘너 죽고 나 살자’ 소리치는 일은 위로가 전혀 안 되었나 보다. 텁텁한 고구마를 입에 넣고 동치미 국물이 간절하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채로 꾸역꾸역 잘도 삼킨다.

“어차피 큰 파도가 밀려올 것을 안다. 도망치고 끌려다니지 말고 파도가 오는 것을 똑바로 보면서 그 위에 올라타야 한다.”

재결합을 통해 욕망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처한 괴로움 속에서 살아보니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인생은 스스로 창조하는 즐거움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사랑이 지긋지긋하다거나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누구보다 사랑을 믿고 싶은지도 모른다.”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은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이 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손 내미는 건 사랑이라는 사실에 다행이다 싶다가도 한숨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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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1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대한 확인 또는 믿음이 몸으로 하는 판단인지, 아니면 머리로 하는 판단인지가 중요한 듯해요.
 
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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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주는 교훈이나 얻을 수 있는 지혜를 기다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래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옛이야기에 열광하며 상상력을 키워나가고, 교훈과 지혜를 예쁘게 포장하여 두근거리는 가슴에 묻기도 했다. ‘또 또’ 해가며 이야기를 더 해달라 조르는 아이에게 이야기보따리만큼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드는 일이 또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오늘날 아이들에게는 작고 네모난 만능 스마트폰이 있어 이야기보따리는 말뿐인 구닥다리 신세다. 생각할 틈 없이 현란하게 쏟아지는 영상들과 음악, 쉴 새 없이 업로드되는 SNS로 이야기는 시시할 뿐이다. 물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과 마주할 수도 있겠지만, 옛이야기만큼 구수한 정담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동심에 머물러 추억으로 간직하기에는 옛이야기의 힘이 너무 셈난다. 어른의 자리에서 읽어내도 해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산 경험치에서 오는 감성과 받아들이는 자세의 냉정함은 이야기에도 나이를 씌우는 것 같아 뭉클했다. 그림형제가 옛날 이야기를 두고 “인류의 삶을 촉촉이 적시는 영원한 샘”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왕비가 거울 앞에 섰지만, 우리에게는 백설공주 이야기가 하나의 거울입니다. 숨겨진 이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자, 늘 진실만을 말하기에 무서운 거울이지요. 그 거울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우리의 내면은 왕비와 백설공주 중 누구와 더 가까울까요?”

거울을 보는 일이 두렵지 않을까? 예쁘고 못생김을 떠나 우리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순간, 과연 진실이 어디까지 닿을지 들여다보는 일이.

“공주이고 왕자라서 짜증 난다는 분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누군가에게 공주나 왕자가 아닌 사람이 있냐고요. 모든 사람이 다 특별한 존재지요.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옛이야기는 잊고 있었던 동심의 세계는 물론 어른이 된 일상에 잔잔한 파도가 되어주는 바다와 같아 곁에 두면 평온한가 보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환하게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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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 - INFP 공감 100배 에세이
우유곽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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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인프피(INFP)만 이상한가? 다 이상하지. 생각이 많은 인프피라면 신중한 거로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게 겁이 난다는 말에 소심함을 추가해 본다. 신중한 소심이 나쁘지 않은데. 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나는 엔팁(ENTP)이다. (그래도 답답한 건 참을 수 없어 몇 가지 적어 본다)

선택에 있어 투명 인간 취급당하길 바라는 인프피는 배려와 양보의 아이콘과 선택의 기로에서 휴식까지 취하는 영리한(?) 자들이다. 혹시나 발생하게 될 신경전이나 다툼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다지만 선택권 받기를 거부한다. 배려해 준답시고 인프피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이들이 있다는 말에 한마디만 보태자면, 그들도 때로는 지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선택권을 주지 말라는 말은 정말 무섭게 들린다.

인프피의 5대 착각 중에 가슴 아픈 착각을 발견했다. 발표를 너무 못해 망했다며 사람들이 비웃을 거라고 생각한다는데 책의 정답처럼 정말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오히려 다른 점에 집중한다는 말이 맞다. 인프피의 급발진 과정에 맞장구를 쳐본다. 관심 → 주위 → 경고 → 최후통첩 → 버럭 순서로 진행되는데 상대에게 보이는 건 관심과 버럭 뿐이다. 중간이 없다. 그때그때 풀고 넘어가면 서로가 편한데, 인프피는 생략 과정에서 충분히 소멸 가능한 요소를 찾는 평화주의자로 보인다.

의외로 당하는 건 절대 못 참는 인프피. 하지만 상황 파악이 늦은 탓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한다는데, (그런 겁니까? 참는 건 줄 알았는데) 당한 만큼 복수해야 직성이 풀리고 복수의 순간을 위해 생각해 뒀던 여러 가지 공격 중 한 가지를 꺼낸다고 한다. (생각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건가?) 그나저나 복수의 순간을 위해 꼼꼼히 준비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런데 상대방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거나 되려 미안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냥냥 펀치 수준의 데미지. (캐릭터만큼 귀여운 표현이다) 더 귀여운 사실은 본인은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책이 말하는 인프피는 배려의 아이콘이 맞고 귀여운 건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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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고 싶은 남자 마지막이고 싶은 여자
세키구치 미나코 지음, 윤성규 옮김 / 창심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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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의사소통을 극복하기 위해 스피치 학원에 다닌다던가 소모임이나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는데, 호스티스라니? 미나코는 이성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해결에 집중한 걸까? 음주와 접대로 오고 가는 소통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의사소통 장애를 극복하고자 호스티스 세계로 뛰어든 세키구치 미나코는 연애 심리학까지 독학해가며 9년간 넘버원 호스티스를 유지하다가 은퇴했고, 현재는 낯가림이 심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과거의 자신과 같은 남녀들의 결혼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체인지 하지 마시고, 챌린지 해 봐요!”

미나코가 손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체인지 당하기 직전 한 말이다. ’대화가 안 통한다, 못생긴 건 사양한다‘ 등의 말을 듣고 화장실에서 우는 일이 많았는데 위트 있는 말솜씨를 뽐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의사소통 장애라도 남녀의 속마음을 이해하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며 남녀의 심리나 차이를 책 속에 담았으며, 남성 손님들과 실제 있었던 내밀한 남녀의 일화, 그리고 호스티스들이 직접 실천하고 있는 남성을 사로잡는 비법 등이 바탕을 이룬다.

“키가 작은 남자와 같이할 수는 있지만, 키가 작은 콤플렉스까지는 같이할 수 없어.“

콤플렉스로 의기소침한 남성을 좋아할 여자는 없다. 키가 작더라도 자신감만 있다면 교제하는 데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매력의 본질은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키가 작거나 예쁘지 않다는 결점 그 자체보다, 어떻게 결점을 여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미나코는 본격적으로 소통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다.

모든 관계에서 자신감이 빠진 배려는 눈치라고 생각한다. 모나코 역시 눈치와 배려를 구분하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배려를 잘하는 것과 눈치가 빠른 것의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에서 관찰력과 상상력이 동원되는데 호스티스 경험으로 얻은 긍정적인 결과로 보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괜찮을 리 없다며 현상 유지 편향을 타파하는 법과 상대가 아쉬움이 남도록 연출하는 틀을 잡는 법 등 남들 다하는 평범한 연애조차 못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남겼다. 연애와 섹스, 의사소통, 그린라이트 시그널로 구분하여 다양한 남녀 심리전을 펼쳐 놓았으며, 오해 만발 남녀 속 사정을 해피 만능 팁과 해피 톡의 예시로 재밌게 풀어내어 남녀 관계 소통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데이트 : 남자에게는 승부처, 여자에게는 탐색전
아이콘택트 : 남자는 자신감의 표출, 여자는 호감의 표출
먹히는 칭찬 : 남자는 넘버원이 되고 싶고, 여자는 온리 원이 되고 싶다
동작 : 남자가 숨기는 것은 손에 나타나고, 여자가 숨기는 것은 입술에 나타난다

위와 같이 전혀 다른 사고방식의이성을 다루는 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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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쓸모 -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는 21세기 시스템의 언어 쓸모 시리즈 3
김응빈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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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물학의 기초 정보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현실 문제와 생물학이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를 이어가는지 세포, 호흡, DNA, 미생물, 생태계의 이야기로 접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순간은 출생도, 결혼도, 사망도 아닌 바로 낭배형성이다.”



영국의 저명한 발생학자 루이스 월퍼트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책은 세포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눈에 띄는 문장이라 적어봤다. 그만큼 세포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산소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다는 당연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산소가 없어도 숨 쉴 수 있는 생물에 대한 기대심리를 건드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 생물의 미세한 숨에 기대어 새로운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면? 질문의 꼬리를 이어가다 보니 과학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물음은 철학적 성찰로 확장되고 철학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져 숨과 공기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이 책은 그려보기도 한다.

이어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설계도이자 행동 지침서인 DNA와 박멸의 대상에서 팬데믹 시대의 생존 지식이 된 미생물,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원리도 다루고 있다.



철새 몸속의 내비게이션이라며 생물 나침반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동물은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 자기의 존재를 알고 이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생물 나침반 존재가 명확해지자 과학자들은 자연스레 그 실체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갔다고 한다. 부리 위쪽에 있는 구조체는 실제 나침반처럼 자철석이 주성분이고, 망막에 있는 것은 크립토크롬이라는 단백질로 되어 있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자기수용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생물은 지구에 있는 생물 중 가장 널리 퍼져 있고 그 종류도 가장 다양한데, 우리가 접한 미생물은 고작 1퍼센트 남짓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미생물과 함께 사는 건지. 다르게 생각해 보면 99퍼센트라는 거대한 희망이 주위에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박멸의 대상이기도 했던 미생물이 우리 생존과 깊게 관련된 지식이자 해답이 되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지구 생명체의 화학적 기반인 탄소는 오늘날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에너지인 화석연료의 주성분인데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또한 늘어나 지구온난화를 가속하여 기후변화를 비롯한 많은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농축산업을 포함한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지구온난화의 그 중심에 화석연료 사용량의 급증이 있기에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다. 생물연료나 2차 전지로 다음을 준비할 것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삶은 미생물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인간 중심적 환경관에서 벗어나 생태주의적 가치관으로 의식을 전환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대자연을 향한 이기심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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