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반을 넘어서 - 기후정치로 가는 길 전환 시리즈 3
트로이 베티스.드류 펜더그라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이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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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이내에 기후 변화의 주요 마지노선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사상 최초로 나왔다. 2027년경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암울한 경고라고 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올해 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엘니뇨로 인해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매해 기후 예측은 비관적이다. 올여름 더위는 기록을 경신한 것 같다. 매해 같은 마음이지만 올여름처럼 더위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스스로 열기를 식히기 위해 지구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 같다.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가는 인류에게 절망적 경고와 유토피아적 희망을 담고 있지만 ‘지구의 절반’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 절반에는 인간 발길을 제한하기 위해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길고양이가 2층 보일러실에서 네 마리 아가를 데리고 살고 있다가 지금은 1층으로 내려와 마당과 화단을 운동장 삼아 뛰고 싸우고 난리이다. 화분도 깨고 화단의 꽃들도 망가뜨리고 속상하지만, 지구가 인간의 것만은 아니라는 당연한 생각을 지지해 볼 겸 길고양이 가족에게 마당을 내주었다. 처음에는 파손된 물건들 가격을 계산해 가며 길고양이 쫓는 방법을 검색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지구가 인간의 것만은 아니다’라는 당연한 생각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왜? 우리는 기후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사는 걸까? 걸리는 건 자본주의고 찔리는 건 지구이니, 결국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으면 되는 일인데. 길고양이가 준 깨달음 때문에 요즘 정신이 맑아지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느슨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지구의 절반’을 누구보다 강력하게 지지한다. 마당을 길고양이 가족에게 내어준 것처럼 지구의 절반을 자연(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에 맡긴다면 인간도 지금보다는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기후 위기는 '필요의 결핍'이 아니라 '욕망의 과잉'으로 일어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저자는 인간이 과시하는 인식의 힘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몰지각한 자연의 자본화를 끝내고 광범위하면서도 세심한 계획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계속 이대로 이어가다간 불평등의 심화와 질병, 기후 재앙, 생태계 피폐라는 세계가 우리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남겼다. 환경에 대해 책임지는 기업에 투자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이 우리가 생활에서 실천하는 일 외에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자연의 한계 안에서 만들어야 하는 인간 세상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길이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 본성에 더없이 충실한 길이다.“

더 좋은 세상이란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풍요를 느끼는 일이라 생각한다. 인간을 포용할 수 있는 건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사실 말이다.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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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의 재구성 - 황혼기를 황금기로 바꾸는 새로운 원칙
마이크 드락.수잔 윌리엄스.롭 모리슨 지음, 김지동 옮김 / 유노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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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전쟁이고 나가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아 지옥행이라는 삶의 교란은 참 살맛 안 나게 한다. 은퇴는 불가피하게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은퇴 지옥을 피해 행복 여부가 결정된다.

이 책의 저자는 세 명으로,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은퇴 전환하는 것을 멘토링하고 있는 마이클 드락, 베이비 붐 세대가 최고의 삶을 만들고 생활하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수잔 윌리엄스, 20년간 자산 관리 전문가로서 고객이 변화하는 은퇴 환경을 탐색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돕는 롭모리슨이다.

은퇴와 노후 대비는 단지 재산이 많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노후의 행복은 라이프 스타일과 태도에 훨씬 관련 있기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 배움을 멈추는 것, 신체 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가족 및 친구들과의 관계가 끈끈하지 못한 것, 목적의식을 갖지 않는 것, 건강한 식사를 하지 않는 것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순간 뜨끔했다. 실천하기 쉽고 평소 몸에 배어 편한 것들의 나열이 차례대로 내 몸에 파고드는 느낌이다. 녹스는 것보다 닳는 것이 낫기에 인생관을 바꿔가며 노후 관리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최고의 노후를 위한 9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하지 않을 일을 정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며, 미래를 계획한다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깨닫게 되고, 정년을 정해 두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인생의 새로운 목적을 찾기 쉽다. 이러한 마인드와 행동전략이 이 책 3장에 상세히 나와 있다.

“거대한 은퇴 계곡의 바닥에 갇힌 사람들은 다시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퇴보하고 고립된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친숙한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원한과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의 짐을 지고 있다. 그들은 실패, 패배했다고 느끼고, 바닥을 치고 있으며, 노후가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으로 의기소침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행복을 느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 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극적이지 않고 기대가 크기 때문에 지금 내 삶은 훨씬 좋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부정적인 것이 들어올 여지는 줄어든다. 모든 일이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삶이라 계획만 잘 세운다면 노후를 재구성하고 죽을 때까지 자신 있게 잘 수 있지 않을까?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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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과 신비 을유세계문학전집 128
르네 샤르 지음, 심재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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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샤르의 시는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이자 떠오르는 악상이다. 예측을 넘어 새로운 탄생에도 익숙함을 전달한다. 구체적인 갈구는 전쟁과 폭력에 저항보다 각오를, 절망을 말하면서도 욕망을 내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인간의 본성으로 시대적 배경을 연결하는 구실을 만들고 창조로 이어가는 샤르는 즉각적인 회유에 능숙하게 휘말리고 싶게 만든다.

“말하라· · · · · ·

불이 말하기를 주저하는 것을 말하라.
허공의 햇살, 과감한 빛,
그리고 모두를 위해 그걸 말했다는 것으로 죽으라.”

차례대로 떠오르는 불굴, 자유, 독립, 투사.
이보다 더 아름다운 레지스탕스가 있을까.

“시인이 된다는 것은 불안에 대한 욕구를 갖는 것이고, 그 욕구의 수행은 존재하는 것들과 예감되는 것들의 총체적 소용돌이 속에서, 마지막 순간에 지극한 행복을 유발한다.”

승화란 이런 것일까? 시라는 안정제를 찾는 일.

“시는 예측 가능한, 그렇지만 아직 표현된 적이 없는 것과 분리될 수 없어야 한다.”

샤르의 시는 ‘시의 시‘라고 말한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떠오르면서 소름 돋았다.

포용의 아포리즘과 고운 레지스탕스는 분노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자 시를 향한 충심의 선언이었을까?

“비밀의 길이 열기 속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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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 노년의 철학자가 산을 오르며 깨달은 것들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최린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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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가 가시지 않은 저녁 무렵이면 우스꽝스러운 몸짓, 금속 고리, 마치 뱀처럼 얽힌 몇 킬로미터의 밧줄이 부딪치는 소음 속에서 등반가들은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해소합니다. 분위기는 뜨겁고, 사람들은 암벽, 낙하, 다음 날 해야 할 모험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땀 냄새나는 단어들의 나열인데 즐거운 파티에 초대된 기분이다. 산은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기에 장소나 치장에 상관없이 빛이 나는가 보다. 오로지 노력, 소박한 성공, 앞으로 나아가려는 공동의 욕망만이 자리한다는 그들의 대화가 증거이다.

이 책은 정상을 향해 걷다 보면 산이 허락한 초록의 숨을 쉬며 자연이 주는 생각과 스치면서도 머물게 하는 풍경이 정상이라는 목표와 인생길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업적이 주는 교훈보다 가능성의 지혜를 더 선호하면서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의지로 절벽을 지배하고 그 장소의 장엄함 앞에서 더 강렬하게 느끼고 멈춘 채 가만히 머무르기 위해 산을 오른다. 그래서 산은 철학의 공간이고 인생의 교실이기에 산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이 책에 담아냈나보다. 산은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가능성의 지혜를 얻는다면 인생의 비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산삼 하나쯤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산은 자신의 방법으로 당신은 먼지 알갱이일 뿐이고, 하찮은 원자, 입자로서 경외심과 겸손함을 느끼는 거라고 말합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산을 정복했다는 승리감도 잠시, 무섭도록 드넓은 풍경에 감탄하며 산이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모래알만큼 작은 인간일 뿐이라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야 산이라는 거대한 자연이 알아볼 수 있는 곳에 닿을 수 있는 건지 소심한 생각을 하면서 하찮은 원자나 입자라고 말한 파스칼의 말에 자연스럽게 묻혀가 본다.

격하게 뛰는 심장, 불타는 듯한 폐, 자꾸만 발길을 흐트러뜨리는 연약한 무릎, 걸을 때마다 신발에 쓸려 찢어지는 발가락 등은 목표로 향하기에 이 모든 고통을 기쁨으로 만드는 산이 지닌 수수께끼라며 사랑이 새겨진 흔적이자 근육을 통해 쌓은 지식이라고 파스칼은 말한다. 휴식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 때 시련은 강해지기에 산을 통해 단련을 하면서 휴식 또한 산 정상에 부는 바람에 맡기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한번 정상에 도달해 본 자는 계속해서 산을 오르게 된다고 한다. 승리를 맛본 자의 도전이 쉬운 것처럼. 산은 인생의 비탈에 흔들릴 때 꽉 잡아주는 밧줄과 같다. 그 밧줄을 신체의 어느 부분에 갖다 대느냐에 따라 포기와 도전으로 나뉘겠지만, 밧줄 묶을 힘으로 버리는 일에도 도전하는 일에도 온 힘을 다했으면 좋겠다. 낡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산에서.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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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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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조건도 이런 악조건이 없다. 외국인 혐오가 극심했던 시대에 워싱턴주의 삶은 전쟁 같은 맛을 넘어선 전쟁 후유증의 맛이다. 이 책은 저자인 그레이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실의 슬픔을 글쓰기로 달래보려 시작했지만 이른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닮은 사람들을 기리고 애도하는 데 실패한 한미 사회에 대한 정의 회복이기도 하다며 어머니를 애도하면서 온갖 꼬리표를 넘어서는 존재였던 그분의 모습을 기억하려는 개인적 여정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탐구와 지식을 마주하게 되는데.

어머니가 사회적 죽음을 맞게 된 원인을 조사하던 중 혼혈 아동을 한국 국적자에서 배제하는 국가 정책과 어머니들에 대한 지독한 낙인으로 한국에서 추방당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종 무시로 봐야 할까? 지금이야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혜택을 자국민보다 더 주고 있지만, 현시대의 이런 상황이 발전이라는 말을 하기도 부끄럽다. 당연한 일을 지나온 시대의 사회적 문제와 비교해 가며 평등이나 존중이라 말하기가 죄송할 정도다. 왜 인간은 시절에 기대어 살아가는 걸까? 물론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미래의 누군가도 현시대를 어이없게 바라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저자 그레이스는 백인 미국인 부친과 기지촌에서 일하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뉴욕 시립 스태튼아일랜드대학 사회학, 인류학 교수이다. 모친의 조현병 발병을 경험하면서 어머니의 존재와 생애가 인생의 중대 지표가 되었다고 한다.

“진실되고 근면했던, 사랑과 고독으로 가득 차 있었던 어머니의 삶을 그려내보고자 했다.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았고, ‘정신병자’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이었던 어머니의 존재를 말이다.”

자녀들을 포기하지 않는 결연함과 미국에서 삶을 꾸려보겠다는 의지, 음식을 만들며 어떻게든 생존해 보려 했던 방식이 어머니의 생애를 가득 메우고 있다. 소외감과 향수병에 시달리면서도 생활력이 강한 엄마로 남은 그녀였다.

”어째서 우리 가족 말고는 아무도 엄마를 신경 쓰지 않은 걸까?“

한국전쟁, 기지촌 생활, 미국 이민과 조현병..
전쟁의 고통은 어디까지일까.. 폭력과 두려움 그리고 트라우마까지.. 죽지 못해 산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영웅처럼 살아낸 어머니 ‘군자’의 삶을 통해 반성해야 하는 건지 애도해야 하는 건지 복잡하지만, 시대적 배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심정이다.

전후 세대가 받는 고통은 고통 그 자체로 끝나서는 안 되며 그들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회고록이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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