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과 신비 을유세계문학전집 128
르네 샤르 지음, 심재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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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샤르의 시는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이자 떠오르는 악상이다. 예측을 넘어 새로운 탄생에도 익숙함을 전달한다. 구체적인 갈구는 전쟁과 폭력에 저항보다 각오를, 절망을 말하면서도 욕망을 내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인간의 본성으로 시대적 배경을 연결하는 구실을 만들고 창조로 이어가는 샤르는 즉각적인 회유에 능숙하게 휘말리고 싶게 만든다.

“말하라· · · · · ·

불이 말하기를 주저하는 것을 말하라.
허공의 햇살, 과감한 빛,
그리고 모두를 위해 그걸 말했다는 것으로 죽으라.”

차례대로 떠오르는 불굴, 자유, 독립, 투사.
이보다 더 아름다운 레지스탕스가 있을까.

“시인이 된다는 것은 불안에 대한 욕구를 갖는 것이고, 그 욕구의 수행은 존재하는 것들과 예감되는 것들의 총체적 소용돌이 속에서, 마지막 순간에 지극한 행복을 유발한다.”

승화란 이런 것일까? 시라는 안정제를 찾는 일.

“시는 예측 가능한, 그렇지만 아직 표현된 적이 없는 것과 분리될 수 없어야 한다.”

샤르의 시는 ‘시의 시‘라고 말한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떠오르면서 소름 돋았다.

포용의 아포리즘과 고운 레지스탕스는 분노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선택이자 시를 향한 충심의 선언이었을까?

“비밀의 길이 열기 속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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