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 노년의 철학자가 산을 오르며 깨달은 것들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최린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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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가 가시지 않은 저녁 무렵이면 우스꽝스러운 몸짓, 금속 고리, 마치 뱀처럼 얽힌 몇 킬로미터의 밧줄이 부딪치는 소음 속에서 등반가들은 맥주 한 잔으로 갈증을 해소합니다. 분위기는 뜨겁고, 사람들은 암벽, 낙하, 다음 날 해야 할 모험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땀 냄새나는 단어들의 나열인데 즐거운 파티에 초대된 기분이다. 산은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기에 장소나 치장에 상관없이 빛이 나는가 보다. 오로지 노력, 소박한 성공, 앞으로 나아가려는 공동의 욕망만이 자리한다는 그들의 대화가 증거이다.

이 책은 정상을 향해 걷다 보면 산이 허락한 초록의 숨을 쉬며 자연이 주는 생각과 스치면서도 머물게 하는 풍경이 정상이라는 목표와 인생길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업적이 주는 교훈보다 가능성의 지혜를 더 선호하면서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의지로 절벽을 지배하고 그 장소의 장엄함 앞에서 더 강렬하게 느끼고 멈춘 채 가만히 머무르기 위해 산을 오른다. 그래서 산은 철학의 공간이고 인생의 교실이기에 산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이 책에 담아냈나보다. 산은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가능성의 지혜를 얻는다면 인생의 비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산삼 하나쯤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산은 자신의 방법으로 당신은 먼지 알갱이일 뿐이고, 하찮은 원자, 입자로서 경외심과 겸손함을 느끼는 거라고 말합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산을 정복했다는 승리감도 잠시, 무섭도록 드넓은 풍경에 감탄하며 산이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모래알만큼 작은 인간일 뿐이라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야 산이라는 거대한 자연이 알아볼 수 있는 곳에 닿을 수 있는 건지 소심한 생각을 하면서 하찮은 원자나 입자라고 말한 파스칼의 말에 자연스럽게 묻혀가 본다.

격하게 뛰는 심장, 불타는 듯한 폐, 자꾸만 발길을 흐트러뜨리는 연약한 무릎, 걸을 때마다 신발에 쓸려 찢어지는 발가락 등은 목표로 향하기에 이 모든 고통을 기쁨으로 만드는 산이 지닌 수수께끼라며 사랑이 새겨진 흔적이자 근육을 통해 쌓은 지식이라고 파스칼은 말한다. 휴식이 마음을 약하게 만들 때 시련은 강해지기에 산을 통해 단련을 하면서 휴식 또한 산 정상에 부는 바람에 맡기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한번 정상에 도달해 본 자는 계속해서 산을 오르게 된다고 한다. 승리를 맛본 자의 도전이 쉬운 것처럼. 산은 인생의 비탈에 흔들릴 때 꽉 잡아주는 밧줄과 같다. 그 밧줄을 신체의 어느 부분에 갖다 대느냐에 따라 포기와 도전으로 나뉘겠지만, 밧줄 묶을 힘으로 버리는 일에도 도전하는 일에도 온 힘을 다했으면 좋겠다. 낡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산에서.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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