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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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신현승 옮김, 시공사, 2002.

 

지난 해 구제역의 여파로 우리 사회에 채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이라는 운동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일주일에 단 하루 월요일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말자는 운동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겠지만 이 운동을 처음으로 제안하고 시작한 사람이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금시초문일 것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2009년 폴 매카트니가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회의 전에 열린 벨기에 토론회에서 처음 제안한 운동으로, 매주 하루 채식을 통해 기후변화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일주일에 겨우 하루 고기를 안 먹는다고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패널의 회장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라젠드라 파차우리Rajendra Pachauri 박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단 하루 혹은 일주일 동안 고기를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후변화를 막는 데에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우리나라에서도 2010131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강령으로 채택하면서 시작되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의 이현주 대표는 영국의 통계를 인용하면서 매주 1회 채식을 하면 차량 500만대를 운행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후변화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51% 이상인데, 이 운동은 밥상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지구온난화, 구제역 파동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풀뿌리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고기를 먹는 것이 기후와 환경에 이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심지어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아예 육식을 끊을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숭배의 대상에서 산업 생산품으로

 

소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는 지구의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6대륙의 거주지들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그 무엇보다 소의 증가는 현재 남아있는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중앙, 남아메리카의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고대 열대우림 지역이 소 방목용 목초지로 개간되고 있다. 또한 소 방목은 사하라 이남 및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목장 지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의 주된 요인이다. 반건조 지역과 건조 지역에서의 과잉 목축으로 인해 4대륙에는 메마른 불모지가 생겨나고 있다. 나아가 사육장에서 흘러나온 축산 폐기물이 지하수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소가 내뿜는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잠재적인 가스로서 지구대기에서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9)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소가 숭배의 대상에서 산업 생산품으로 전락하게 된 과정을 세계사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소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것은 인간이 소를 조작 가능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소를 경제적 생산성의 대상으로 만들어낸 결과이다.

리프킨이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소의 사육은 지금 전 대륙에서 진행중인 사막화 확산의 주범이며 남아있는 열대우림 파괴에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알려진다. 게다가 소 사육에는 인간이 사용하는 것 이상의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담수를 고갈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때문에 현재 대륙의 일부 저수지와 대수층(帶水層)들은 마지막 빙하 시대 이래 최저 수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소들은 유기체 오염의 주요 원인이기도 한데, 소들의 배설물은 전세계의 호수와 강, 개울들을 오염시키고 있다. 소를 사육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태워 없애고 원래 살던 동식물들을 제거함으로써 소는 전례없이 야생의 모든 종들을 멸종의 위기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축산단지라고 불리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소를 사육하기 시작한 이래 반복되어온 일이다. 19세기 미국에서는 날로 증가하는 쇠고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서부 평원을 새로운 소 사육지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광대한 초원이었던 서부에서 공생하던 버펄로와 인디언들은 소 사육을 위해 멸종되고 쫓겨났다. 지금까지도 아메리카 버펄로의 멸종은 미국 생태계 역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일화로 남아있다고 한다.

미국 철도가 서부로 확장되고 새로운 냉동기술이 발명되는 데에 힘입어 영국의 소비자들도 미 서부의 소 사육지로부터 더 많은 쇠고기를 얻어 갈 수 있었다. 이렇듯 쇠고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소들은 더 빨리 더 쉽게 살을 찌우는 방식으로 길러졌는데, 그 중 하나가 곡물사료를 먹이는 것이었다. 1900년 이후로는 점점 더 많은 소가 옥수수 사료에 의존하게 되면서 곡물 가격의 변동이 쇠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는 가축을 먹이는 데에 쓰이고 있다.

 

* 1파운드의 쇠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가축들 그것도 주로 소가 소비하는 곡물은 전국민이 소비하는 곡식의 두 배에 육박한다. 전세계적으로는 6억 톤의 곡식이 가축들, 그 대부분은 소의 먹이로 사용되고 있다. 만약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가축 사료가 아닌 인간이 직접 소비한다면 지구상의 10억의 사람들이 곡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122)

 

리프킨은 미국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곡물의 2/3가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가축의 사료로 쓸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경작지를 잃고 쫓겨난 사람들이 도시 주변으로 모여들어 새로운 빈민계층으로 형성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하여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지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를 가리켜 리프킨은 소가 인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사육되는 소들을 먹이기 위해 지구 어느 편에서는 굶주리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소 사육지를 마련하기 위해 환경과 생태계 또한 파괴되고 있으니, 소가 인간은 물론이고 환경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축에게 곡물 사료를 먹이는 일의 또 다른 문제는, 열량이 높은 곡물을 대량으로 먹는 것이 소의 생리에도 맞지 않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살을 찌워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곡물 사료를 먹는 소들은 소화기 질환을 비롯한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이는 결국 소에게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신의 생리에도 맞지 않는 사료를 먹고 인간의 요구에 의해 단축된 성장기를 거치면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촉진제 등의 약물을 다량으로 투여받는 소가 행복하지도 건강하지도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리프킨이 제시하는 수치를 봐도 쇠고기 1파운드를 얻기 위한 희생과 대가가 너무나 크다. 쇠고기 1파운드를 얻기 위해서는 9파운드의 곡물사료가 필요하고 35파운드의 토양 침식이 뒤따르고, 식물성 단백질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물보다 15배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프킨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햄버거, 스테이크, 쇠고기를 소비하면서도 자신들의 육식 습관이 지구상의 생물권과 생명체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따끔하게 지적한다. 곡물로 키운 쇠고기는 지구 환경을 불에 탄 삼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로 만들어버리고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육식을 삼가는 사회적 결정

 

육식의 종말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리면 심해부터 성층권까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350)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육식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축산단지의 해체와 함께 육식을 아예 끊을 것을 강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육식의 종말은 역사적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프킨에게 육식을 삼가는 것은 개인적인 선택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결단의 문제이다. 그리고 육식을 삼가는 사회적 결정이야말로 심해에서부터 성층권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 육식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수치들로 입증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런 문제에 이토록 관심이 없는 것일까.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축산 단지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면서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을 망각하게 만드는가 하는 사실과 너무나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비롯한 육류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도축되고 부위별로 조각이 난 채로 포장되어 소비자 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가 고기를 살 때는 그 고기가 하나의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내 밥상에 오른 고기가 나와 마찬가지로 숨 쉬고 먹고 자며 성장하며 감정을 느끼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육류 소비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거대한 축산 단지의 등장으로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싼 가격에 고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싼 가격에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과다 영양으로 현대인의 질병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가 지불하는 고기 가격에는 포함되지 않는 막대한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리프킨은 육식의 문제를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존의 문제로 연결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육식의 종말은 단순히 음식 선택의 취향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348)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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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