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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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유기비료조차 쓰지 않는 '자연재배'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작년부터 유기농 먹을 거리에 무지하게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 전에는 부르주아들의 호사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유기농 먹을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계급적 취향에 관계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비싸지만 유기농 먹을거리를 사게 됨으로써 유기재배하는 농가도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유기농산물 시장도 커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좀더 싼 값에 유기농 먹을거리를 사게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희망을 넘어, 유기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남으로써 '땅'이 살아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제 sbs 스페셜 '생명의 선택' 3부 마지막에 어떤 이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결국은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기적의 사과>의 주인공인 기무라 씨도 자신이 터득한 자연재배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자연재배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될 수 있는 한 가격을 낮게 책정하라고 당부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싼 가격에 자연재배로 생산된 사과를 맛보게 되면, 무농약 무비료로 농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무농약 재배 작물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일종의 사치품으로 남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

사과는 사람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완결된 시스템이다,

<기적의 사과>는 이런 말들이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도록 만든다.

 

"사과나무는 사과라는 과일을 생산하는 기계가 아니다. 사과나무도 이 세상에 목숨을 받아 태어난 하나의 생명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는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사과에게 말을 건넨다. 기무라 씨는 사람이라는 생물의 한 種으로서 사과라는 생물과 마주섰다." (143쪽)

 

내 몸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몸을 만든다'라는 말이 별 이의없이 쓰이고 있지만, 사실 몸도 내가 알지못하는 그 자체의 질서로 움직이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사이즈와 무게로 일정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다"는 말이다.

언제인가 요가 선생님이 했던 말도 생각난다.

요가를 열심히 하게 되면 몸이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회복하게 되고,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스스로 멀리하게 된다고 했다.

한때는 그 선생님의 말대로 부지런히 요가를 하는 중에, 각종 식품첨가물로 맛을 낸 먹거리들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기도 했다.

그런 자연치유능력이 우리 몸에도, 자연에도 있는데, 그 '생명시스템'을 내가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문제가 비롯되지 않았을까.

<기적의 사과>는 자연재배로 사과를 키우기까지 기무라 씨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들려준다.

자연농법에 관한 이야기지만 옮긴이의 말대로 이 책은 문명비판으로 읽을 수도 있고, 눈 앞의 결과만 보고 금방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고 나니, 나는 '음식'은 정서적인 측면을 비롯해서 환경문제까지 그야말로 인간의 모든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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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읽기 2010-05-1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전 부터, 유기농 생협을 했지요...생협으로 물건을 사면, 좋은 물건을 고르기 보다, 주는대로 그냥 받아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때는 생협 조합원 수가 많지 않아, 늘 공급량이 남아 돌다 보니, 시든 채소를 받아 먹는 때도 많아, 가족들한테 미안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가족들이 큰 병 없이, 아이들은 가공식품을 선호하지 않으면서, 편식이 적고, 어른은 비만이나 성인병 걱정 없이 건강하게 잘 살아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생협이라도 공급이 딸려, 나오자 마자 빨리 주문해야, 제 철 지나면 곧 없어지는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수 있습니다. 따로 고르지 않아도 마트에서 사는 물건 보다 싱싱해서, 비슷한 물건을 사두면, 생협게 더 오래 가고 썩지 않는 것도 알게 됩니다.....그런데 이 만큼이나 생협 조합원 수가 늘어난 것은 그 때 그 시든 채소라도 먹어주었던 제 탓도 있으니 말입니다. 좋은 생산자들이 많아지는 건, 소비자 하기 나름은 아닐까요...

니리 2010-05-2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약간 시든 채소라도, 가격이 좀 비싸 당장 아까운 생각이 들어도, 그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유기농산물 시장도 커질 테고 결국 우리한테도 이익이 되어 돌아오겠죠~ 유기농산물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