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댄 브라운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 사실 나는 이 작품을, 댄 브라운의 작품 중에서는 제일 하위에 둔다. 무엇보다 반전이 그다지 충격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소재면에서는 역시 댄 브라운,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한 면이 있었다. 특히 우주 생물체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란······. 그리고 거기에 관련하여 정치계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장면은 정말 댄 브라운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 소설은 또한 여자가 주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특이하다. 댄 브라운의 소설 중에서도 여자가 주인공인 것은 별로 없다. 디지털 포트리스는 남녀 주인공의 중요도 비율이 비등비등하긴 하였지만, 누군가 한 명 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었다. 댄 브라운이 이런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댄 브라운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인가? 철저한 사전 조사, 그리고 톱니바퀴가 맞물려가는 듯한 치밀한 구성은 댄 브라운의 특기 중의 특기이다. (리뷰는 ‘정치계의 더러움 - 디셉션 포인트 2‘에서 계속)
(리뷰는 ‘재미는 보장한다 - 로스트 심벌 1’에서 이어진 내용입니다) 제일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로스트 심벌은 비판할 내용이 많다. 특히 노에틱사이언스와 바이블 코드에 대한 부분 같은 건 당혹스러울 정도다. 작가가 사이비 과학에 사로 잡힌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물론 꼭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작품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디까지나 ‘현실’ 세계의 범주 내이다. 결코 이야기를 가상 현실로까지 이어가지 않는다(그것이 좋은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댄 브라운은 음모론적인 소설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음모론적인 소설은 음모론으로 읽혀야만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는 법이다. 어디까지나 픽션으로 받아 들여야지, 사실로 받아 들였다가는 망상에 빠질 위험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심벌이 재미있고, 읽을 만한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댄 브라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였다. 지금도 작품들의 질의 평균을 내자면 댄 브라운이 가장 낫다(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부 다 수작들이긴 하지만 댄 브라운 작품에 못 미치는 작품들도 많다······. 다양한 장르를 써내는 터라 취향 때문에 안 맞는 것일 수도 있지만).
로버트 랭던 교수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이 책은 댄 브라운의 작품 중에서 제일 최근에 나왔고, 제일 재미있었다.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반전이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소재가 정말 특출났다. 아니, 이 소설에서는 반전이랄 만한 반전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장막 뒤의 음모자라는 설정이 없었던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음모자가 직접 나서서 행동을 한 달까. 물론 ‘장막 뒤의 음모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반전은 없지만, 다른 재미있는 반전들이 많다. 그리고 작가가 정말 조사를 잘 했다. 나는 하도 오랫 동안 작품이 안 나오길래 댄 브라운의 작가 인생은 끝났나 싶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작품이 나왔을 때 전작들처럼 그렇게 재밌진 않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러나 좋은 의미로 댄 브라운은 예상을 배반하고 또 한 번 ‘해냈다’. 댄 브라운 같은 작가는 아무리 오랜만에 책을 내도 그 재능이 퇴색되지 않는가 보다. (리뷰는 ‘재미는 보장한다 - 로스트 심벌 2‘에서 계속)
(리뷰는 ‘반전의 묘미! - 천사와 악마 1’에서 이어진 내용입니다) 다 빈치 코드의 명성과는 다르게(물론 훌륭한 작품인 것은 분명 맞지만), 댄 브라운의 작품 중에서는 다 빈치 코드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다. 다 빈치 코드는 종교계에 반감을 샀기 때문에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써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물론 댄 브라운이 노이즈 마케팅을 쓴 것인지는 타인인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댄 브라운이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러나 댄 브라운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순서대로 따지자면 로스트 심벌-천사와 악마-디지털 포트리스-다 빈치 코드-디셉션 포인트 순으로 재미있었다(물론 내 ‘주관적’인 순서다). 하지만 나중 작품으로 갈수록 소재 면에서는 몰라도 작가의 필력만은 확실하게 진보되어 갔다. 다음, 다다음 작품은 대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음에 소설계의 빅뱅이라는 그는 과연 어떤 작품으로 우리들을 찾아올까? 아저씨, 빨리 돌아와 주세요. 죽겠단 말이에요.
천사와 악마를, 과학과 종교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라면 될까? 아니, 과학과 종교에 대한 이해서, 혹은 화해서나 타협서라고 불러도 됨직하다. 종교에 대한 반감을, 과학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책이라고 불러도 됨직하다. 그 모두라고 불러도 됨직하다. 천사와 악마라는 흔하디 흔한 제목이지만, 작품은 재미있기 짝이 없다. 반전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반전이 예측하기 쉽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예측하기 정말 어렵다. 만약 예측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틀린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천사와 악마는 대단한 작품이다. 로버트 랭던 교수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영화에서는 다 빈치 코드가 먼저고 천사와 악마가 나중인 것처럼 나왔다) 내가 봤을 때 댄 브라운의 작품 중에서는 반전이 제일 뛰어났다. 다 빈치 코드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리고 소재의 독창성과 참신성 면에서는 다 빈치 코드보다 댄 브라운의 데뷔작인 디지털 포트리스가 더 나았다(다 빈치 코드, 정말 미안). (리뷰는 ‘반전의 묘미! - 천사와 악마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