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만 한 쥐들도 함께 했던 그 시절 그때의 온도, 냄새, 평등의 공기로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준 사람들(물론 오합지졸에서 조금 벗어난...)이 떠올려진다. 조지 오웰의 툭툭 내뱉는 무심한 유머가 있는 글솜씨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진흙 속에 코를 박으며 총알을 피하는 기분도 느껴지고 제대로 쏠 줄도 모르는 총을 들고 있는 동지들이 불안하기도 하다. 더욱이 어린 아이들은 도대체 그 추위와 배고픔과 쏟아지는 졸음을 어떻게 버틴 것일까...

물론 당시에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던 변화를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주로 느끼는 것은 권태, 더위, 추위, 더러움, 이, 궁핍, 이따금씩의 위험 따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그토록 무익하고 지루할 정도로 평온하게 느껴지던 시기가 지금은 매우 소중하다. 그 시기는 내 인생의 다른 시기들과는 워낙달라서, 벌써부터 마술 같은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 속성은 보통 오래된 기억에만 생기는 것인데 말이다. 당시에는 지긋지긋했지만, 이제 그 기억은 내 마음이 뜯어 먹기 좋아하는 좋은 풀밭이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앞 장들에서 조금이라도 전달됐기를 바랄 뿐이다. 내 마음의 모든 기억들은 겨울 추위, 의용군 병사들의 넝마가 된 제복, 스페인 사람들의 달걀 같은 얼굴, 모르스 신호 같은기관총 소리, 지린내와 빵 썩는 냄새, 더러운 접시에 담아 후루룩 들이키던 함석내 나는 콩스튜 등에 연결되어 있다. - P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시의 일들 가운데 나의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한낮의 뜨거운 태영, 웃통을 벗고 햇볕 때문에 살갗이 벗겨진 어깨로 모래주머니를 나르던 일, 너덜너덜해진 데다가 이마저 들끓는 옷과 군화, 소총에는 끄떡없지만 공중에서 유산탄이 터지면 기겁하며 날뛰는 식량 운반용 노새와의 실랑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모기, 가죽 허리띠와 탄약 상자 주머니까지 먹어 치움으로써 공적 1호가 된 쥐 등이다. - P1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민들은 아무리 좋은 시절이라도 군부대가 자기들 마을에 주둔하는 것을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변함없이 친절했다. 우리가 다른 무리한 짓을 하더라도, 과거의 지주가 되돌아오는 것을 막아 주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혁명적 경향을 억제하고 전쟁을 가능한 한 평범한 전쟁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존재하던 전략적 기회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었다.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