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붕에 앉아 이 모든 일의 어리석음에 혀를 내두르곤 하였다. 관측소의 작은 창문으로 주변 몇 킬로미터씩을 내다볼 수 있었다. 높고 날씬한 건물들에 이어 유리 돔, 밝은 녹색과 구리색 타일을 얹은 환상적인 나무결 모양의 지붕들이 끝도 없이 뻗어 나갔다. 멀리 동쪽으로는 푸르스름한 바다가 회미하게 반짝거렸다. 스페인에 온 후로 처음 보는 바다였다. 그러나 인구 100만의 거대한 도시가 일종의 광포한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었다. 동작은 없고 소리만 있는 악몽이었다.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