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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
정재인.정준일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월
평점 :
전역 후에 취업 자리를 알아봐야 할 ROTC 장교인 저자는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어느 한 도시도 아닌 세계여행을 가자는 아버지의 제안에 무척 황당했으리라 예상됩니다. 그것도
고등학교 이후로 서먹한 사이였기에 다른 이유를 의심하거나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아들의 장래가 걸린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의 경험상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장기간의 시간을 내어 여행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의 전역에 맞추어 아버지도 평생직장에 명예퇴직 신청을 하고 둘 만의 여행을 시도하는 것은 아들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가지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거쳐간 여행지의 순서대로 여행지의 이야기와 여행 중에 느꼈던 점을 쓴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의 앞 부분은 아들이, 뒤 부분은 아버지가 같은 지역,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동일 시간대에
같은 곳에서 느낀 이야기이지만 아들과 아버지의 각기 다른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 나이 만큼이나 살아온 인생과 가족에서의 역할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었으며,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방문지마다
찍은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는 모습은 여행지가 주는 즐거움도 있었겠지만, 그 보다는 부자가 공간과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라 느껴졌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전하는 이야기는 다른 여행책자에서는 접할 수 없는 평범함 속에 일반인의 사소한 행복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도전의 기회도, 서로간의 충돌도 이제는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것 같아서 너무 부러웠습니다. 저도 아이가 성인이 되면, 세계여행을 함께 떠나는 것을 새로운 버킷리스트로
추가 하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무모하거나 시간 낭비가 아니라 인생에 꼭 필요한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