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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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하는 여행이야기입니다. 니콜라 부비에 작가와 티에리 베르네 화가 두 명의 저자들이 피아트 토폴리노 자동차에 몸을 싣고 1953 6월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1954 12월 파키스탄 국경에 접한 아프카니스탄의 카이바르고개까지 1년 반 동안의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지명도 있으나 생소한 지명이 더 많이 있기 때문에 전체 여행경로를 먼저 이해하기 위해서 책의 뒤편에 실린 여행 지도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총 열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여행지가 옛 유고슬라비아인 동유럽의 남부와 아라비아 반도의 북부 및 이란을 거쳐서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가들에 해당됩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인들의 방문이 적은 지역이라서 해당 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느껴졌으며, 우리 부모님 세대의 현지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에세이나 보고서 형식이 아닌 저자들이 생각, 대화 그리고 현실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며 시간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형식입니다. 마하바드로 가는 길에서 만난 강도와 구별 안 되는 무장한 히치하이커를 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비 때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져 돈 문제로 호텔에서 교도소로 가게 된 상황이 너무나 현지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책의 사이사이에 있는 티에리의 흑백 삽화들은 여행지나 사람, 문화를 표현한 것 이라 느껴졌으며,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더 감성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서언에 언급하듯이 처음은 여행자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되는 책입니다. 여행문학의 고전으로 알려진 책이라서 지금처럼 상업화된 여행이 아닌 진정한 옛 사람들의 여행 모습은 어떤지 엿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자들처럼 정해진 여행일정이 아니라 현지의 환경이나 상황에 맞기며 때가 되면 물 흐르듯 다음 여행지로 이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삶의 일부인 것 같은 여행의 모습에서 진정한 여행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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