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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불의 향기
이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허균이 남긴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로서 허균이라는 이름도 너무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홍길동전의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접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정작 허균에 대해서는 이름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실제 허균은 집안은 당대 최고의 가문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허균은 조선 선조 시대에 과거 급제를 하여 관직 생활을 시작하였지만, 기생을
데리고 살거나 자신의 무리를 거느리고 거침없는 행동이나 청탁을 일삼았으며 불교를 숭상하였기 때문에 몇 차례나 파직과 복직을 반복할 만큼 좋은 관료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광해군 시절에는 위기도 있었지만
글방 동문인 이이첨에게 의탁하여 화를 피하였고 이후 정치적으로 밀착하며 큰 위치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인목대비 폐비, 영창대군의 옹립 시도 그리고 이이첨의 배신으로 인해
사형에 이르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최후 진술 마저 거부당한 조선의 정치가이자 소설가인 허균에 대한 저자의 헌사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부족한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든 허균에 대한 탐구이며,
그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책은 그날, 길, 불씨의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 속에서는 이이첨이 자신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허균의 위세를 꺽기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다는 것을 허균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 것은
그의 잘못은 아니지만,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배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양반이 천한 것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양반사회를
비난하는 것, 왕을 앞세워 천한 것에 권력을 쥐어주려한 것과 같이 허균이 추구한 삶의 궤적은 언제든지
당시 권력자들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허균이 위기에 처할 때도 조정의 그 누구도 허균을 위해 변명을 하기 보다는 당장 죽여야 하는데 동조를 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정치적 동지였던 이이첨이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인 허균과 정적을 한꺼번에 제거한 행동은, 반대로 허균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면 어찌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어찌
되었든, 안전하게 집안의 위세를 누리며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사회와 정치에서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은 홍길동의 현실판이며 권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양반이자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