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던 문화심리학자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도 한 김정운 작가의 최신작입니다. 이번 글은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곳과 다른 공간인 여수의 바닷가 작업실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가끔은 낚시를 하면서 심리적 여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조선일보에 ‘김정운의 여수만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을 모아서 출판한 것입니다. 연재글에 추가하여 저자가 직접 쓴 글이나 직접 그렸던 그림 그리고 여수에서 생활하면서 찍어 사진도 함께 실려있어서 여수의 4계절을 시각적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최소 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하며, 여자에게는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화장대를 언급하고 남자들에게는 자동차 운전석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마당이 있는 자신만의 집에서 사는 것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물리적인 공간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심리적인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가능해 진다고 하며, 공간이 의식을 결정하고 얼마든지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여수에 살면서 좋은 것이 무엇이냐의 질문에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다는 것과 차가 전혀 막히지 않는 여수에서의 행복한 운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수의 공용 주차장은 처음 한 시간이 무료라는 것도 함께 언급합니다. 일부러 찾지도 않았지만,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교통환경에 만족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공간을 바꾸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주거 공간만 제공하고 있으며 잠자는 방, 아이들의 방 그리고 거실 뿐이라며,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 때, 방송에서도 부인이 없는 시간에 남편이 원하는 모습으로 아파트를 변신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매년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톱 10에 들어간다는 것과 남성들의 로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캠핑 문화들은 한국 남성들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에도 깊은 공감이 느껴졌습니다. 방송이나 캠핑의 행동이 아닌 심리적으로 느끼는 자유로움이 어디에서 왔는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사회를 떠나서 감시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의 행복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처럼 뻔한 여유로운 낭만과 자유로운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간이 가져다 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남성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