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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 - 가족에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한 심리학
최광현 지음, 윤나리 그림 / 부키 / 2014년 12월
평점 :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책 표지가 예뻐서 사고 싶은 책이 있다.
장서가는 아니지만 내 방에 있는 책장이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어요.”라고 항의하듯 빡빡한 위용을 드러내어도 책 내용이 50점만 된다면 못이기는 척 하고 얼른 사서 꽂아두고 싶은 책.
『가족의 발견』은 나에게 그러하였다.
가족. 어떻게 풀어도 정답도 없고 지름길도 없는 난제(難題).
말은 쉬워도 어지간해서는 행하기 어려운 도돌이표 연주.
하지만 책 표지에 그려진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출근하는 아빠, 나무와 새와 아담한 집의 꿈꾸는 듯한 그림은 얼마나 마음을 따스하게 하던지. 그것이 『그 무엇의 발견』이었다 해도 나는 아마 꾸역꾸역 장바구니에 담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심리학 분야의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 처음엔 필기도구를 갖추지 않은 채 가볍게 읽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노트에 적어가며 찬찬히 생각하며 읽어보았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트라우마가 크면 클수록 시야는 좁아지게 마련이다. 상황을 넓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더 크게 불안해하고 긴장하고 더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서문의 글부터 옳거니 싶다. 책에도 인용되었듯, "행복한 가족은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가족은 저마다의 불행이 있다"라는 말처럼 각 가족의 트라우마에 따라서,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가족 구성원에 따라서 각각 그들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된 수많은 상담 케이스 중에서 가장 공감되었던 것은 p.178 어머니에게 늘 미안해하고 조금이라도 더 잘해 주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미혼 여성 수현씨에 관한 글이었다. 가족에게 헌신하였던 어머니의 수고를 아무도 몰라주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공감하고 다른 식구들을 대신해 어머니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 수현씨. 그녀는 곧 나였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가족 구성원들이 감정적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려고 할 때 끌려가지 않고 버티기는 대단히 힘들다고 위로해주면서 가족 구성원 각각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질 때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되고 긍정적인 변화가 서로에게 전염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해주었다.
또한, p.140 “만성적 불안을 가진 부모는 서로에게 또는 자녀에게 집착하고 불안한 감정을 투사한다. 또 자녀를 과보호하고 지나치게 통제할 뿐 아니라 부모와 같은 불안의 수준을 갖도록 강요한다.”라는 내용에도 크게 공감하였다. 저자는 불안의 의미망에 있는 부정적인 영상을 끊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정서체계에 변화가 일어나 불안이 줄어들면 불안의 악순환이 멈추면서 안정감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문제는 곧, 나의 모습이었고 남편의 문제, 시댁과 친정의 문제, 내 주변 사람들의 문제였다. 모두들 따뜻한 공감의 말 한마디를 원하는,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소박한 가정을 꿈꾸는,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 그것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던 것이다.
p.268 독일의 부부 상담가인 에바 마리아 추어호르스트는 “가족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고, 마음을 열고, 상대에게 베풀고, 용서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를 실천하고 산다면 치열했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갈등의 flow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사실 모두가 가해자이고 동시에 피해자인 가족들. 그 중에 누군가가 먼저 갈등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와 현재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가족의 발견』을 읽은 내가 먼저 실천하고 볼일이다. 가족은 내게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삶의 이유이고, 마지막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문제투성이인 가족일지라도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