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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몰이꾼 이기 1 - 테의 섬을 탈출하라 ㅣ 펑 1
허진희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7월
평점 :
처음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솔직히 B급 감성의 좀비 액션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 보니 그런 예상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책은 좀비보다 인간을, 공포보다 감정을, 액션보다 성장을 중심에 둔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다.
이기라는 한 소녀의 여정은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책임과 공존,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힘에 대해 묻는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기의 내면 변화이다. 처음엔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믿던 아이가 끝내 누군가와 함께 지켜내는 삶을 택한다는 것. 자기만 애쓰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책임이란 누군가의 짐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 이기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에게 깊은 인사이트가 전해질 것이다.
작가는 이 두 권 안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들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공존이란 무엇인가? 통제와 안전 사이에서 자유는 어떻게 가능한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좀비가 문제일까 아니면 감정 없는 인간일까?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어른 독자들에게도 울림이 큰 작품이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을 효율과 통제로 재단하는 시대에 이기의 고집스럽고 다정한 선택은 낯설고도 반갑다.
그 다정함이야말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이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좀비는 배경일 뿐 진짜 이야기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좀비몰이꾼이란 어쩌면 타인을 지키는 삶을 넘어,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