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이력서 - 기음증, 공기연하증, 성대마비, 배에서 꼬르륵 등 호흡장애에 대한 최초의 이야기
Wooya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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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ya의 <나의 작은 이력서>는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이력서'라 하면 흔히 화려한 경력이나 스펙 등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기록을 떠올리지만. 이 책은 정반대의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신체적 변화와 그에 따른 고통,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며 스스로 터득하고, 알기 위해 공부했던 삶의 태도를 담담하게 기록한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력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쓴 작은 일기 같은 글이다.

결국 나의 이력서는 나를 돌아보고 나 스스로 나를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이야기들이다.

우리에게도 각자의 이력서가 존재할 것이다.

스펙이 아닌 진정한 나를 돌아보며 쓰는 이력서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 아닐까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작은 이력서'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이력서가 아닌 그의 이력서는 실패와 고통, 그 안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타인에게 내세울 업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당신도 괜찮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삶의 조각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 사람의 고통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누구나 아프면 검색을 해보고 병원을 찾아간다. 병원에서도 고쳐주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면 이곳저곳 방법을 찾아다니는 에너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대개 좌절하고 불안해하면서 하루하루를 지옥 속에서 보낸다.

저자는 달랐다. 병원이나 인터넷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내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누구나 주위에 병자가 있으면 반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있듯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연구했기에 저자는 전문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의 여정을 기록하면서도 다정한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아프지 마세요. 이 흔한 말이 저자가 하니 특별한 말로 들린다.

그가 직접 몸으로 겪어낸 절실한 바람일 것 같아서이다.

그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혹여 우리가 건강하다면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늘 간과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일개 운다.

이 책을 통해 '이력서'에 대해 다른 시각이 생겼다.

화려함으로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이력서. 우리에게는 모두 작은 이력서가 있다.

나의 작은 이력서를 무엇으로 채울까 생각하게 된다.

여러분들은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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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 -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질문과 말들
나태주.김예원 지음 / 더블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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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는 언제 읽어도 '짧지만 오래 남는 여운'을 가진다. 단 몇 줄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아주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려 위로로 전환하는 힘.

그런데 이 익숙한 시들을, 이제는 인공지능과 함께 다시 읽는다는 발상은 조금 낯설고도 흥미롭다.

김예원의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는 바로 그 독창적인 실험의 결과물이다.



누구나 개인적으로 지피티에게 나태주의 시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를 읽어보게 할 수는 있는데, 그 작업을 그대로 책으로 출간했다는 것이 트렌드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ㅎㅎ

<선물>이라는 시를 읽게 하고 저자는 '오늘'이 왜 가장 큰 선물이냐고 AI에게 물었더니 지피티는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AI도 시를 쓰나 보다.

새로운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빈 상자라니... 와 우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지피티가 나보다 낫다.

이 표현을 읽는 순간, 아침에 눈을 뜨며 느끼는 그 맑은 공기와 하루를 생각하는 설렘이 겹쳐졌다. 주로 아침 명상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충만함 같은 것인데, 지피티의 해석을 읽으니 명상할 때 받는 그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선물이라는 사실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말해주니 그 말의 진실성이 더 선명해지는 듯도 하다.

지피티 최고.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AI가 시를 분석하면서 자주 감성적인 어휘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따뜻하다, 빛난다, 위로가 된다'와 같은 표현들이 많았는데 물론 이것은 인간이 입력한 수많은 텍스트에서 배운 결과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시를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서적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시가 본래 보편적인 감정의 언어라면, AI의 대답은 그 보편성에 대한 또 다른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AI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그 말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다시 느꼈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하루를 빈 상자라고 생각해 봤는가'

'어떤 존재를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선물처럼 생각한 적이 있는가' 하는 자문들.

프롬프트를 잘 쓰신 작가님과 그 이상으로 즐거움을 준 지피티를 만날 수 있어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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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영혼들을 위한 독서클럽
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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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리빙스턴 씨의 달빛 서점>의 작가 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의 신간 소설 <길 잃은 영혼들을 위한 독서클럽>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독서클럽과 책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욱 기대감에 부풀어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다.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나로서는 다른 독서모임의 색깔이 궁금하기 마련이다.
<길 잃은 영혼들을 위한 독서클럽>은 지난번 읽었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보다 훨씬 아름다운 배경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할머니의 위로의 말이 이해는 되지만 전혀 피부로 와닿지 않을 만큼 절망에 사로잡힌 아브릴에게 바르바라는 자신이 떠나온 카탈루냐 지방의 시골마을 트레비예스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그리하여 서른세 살의 아브릴은 성공한 커리워먼에서 벗어나 조용하다 못해 프라이빗 한 트레비예스의 할머니 집으로 간다.
피레네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외딴 마을에 도착한 아브릴은 할머니의 집이자 마을 사설 도서관이기도 한 예쁜 주택에 들어간다.
하루 열네 시간씩을 꼬박 자며, 먹는 것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책에 묻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굿 소설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점은 알렉스와 아브릴의 러브스토리와 스페인 시골마을의 그 정서이다. 이런 곳이라면 나도 하루 종일 처박혀 책만 읽을 수 있겠다 싶은 그런 배경지.

우리 모두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어디론가 들어가고 싶은 심리를 잘 묘사했고, 그곳이 바로 책이 가득한 곳이라는 점은 백퍼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이 주는 위로와 치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
읽기도 편하고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 책.
잠시 휴식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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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몰이꾼 이기 1 - 테의 섬을 탈출하라 펑 1
허진희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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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솔직히 B급 감성의 좀비 액션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 보니 그런 예상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책은 좀비보다 인간을, 공포보다 감정을, 액션보다 성장을 중심에 둔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다.

이기라는 한 소녀의 여정은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책임과 공존,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힘에 대해 묻는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기의 내면 변화이다. 처음엔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믿던 아이가 끝내 누군가와 함께 지켜내는 삶을 택한다는 것. 자기만 애쓰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책임이란 누군가의 짐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 이기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에게 깊은 인사이트가 전해질 것이다.

작가는 이 두 권 안에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들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공존이란 무엇인가? 통제와 안전 사이에서 자유는 어떻게 가능한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좀비가 문제일까 아니면 감정 없는 인간일까?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어른 독자들에게도 울림이 큰 작품이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것을 효율과 통제로 재단하는 시대에 이기의 고집스럽고 다정한 선택은 낯설고도 반갑다.

그 다정함이야말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이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좀비는 배경일 뿐 진짜 이야기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좀비몰이꾼이란 어쩌면 타인을 지키는 삶을 넘어,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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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감댁 여인들 - 세 자매가 선사하는 따스한 봄바람
이지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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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감댁 여인들>은 조선시대라는 배경 속에서,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안방' 여인네들의 삶을 되살려낸 책이다. 이지원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유교적 제도와 남성 중심의 사회 곳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려 하는 여성들의 섬세하고 단단한 서사를 그려냈다. 그것도 '특별한 여인'이 아닌 너무도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세 명의 자매를 통해서.

어찌 보면 이 세 자매는 조선시대에선 매우 특별한 사연을 각각 안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또 어쩌면 매우 흔한 사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따뜻하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만큼 사극이 생각나는 어투들과 그 분위기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댕기머리를 휘날리며 그네를 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어쩐지 읽는 내내 심쿵 하게 되는 소설이다.

고풍스러운 말맛이 살아있지만, 지나치게 고어체에 머무르지 않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감정'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고 탁월해서 마치 내가 예임이나 예도가 된 것만 같다.

사랑, 원망, 체념, 그리움...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이 감정들이 인물들의 말과 침묵, 시선과 숨결 속에 살아 숨 쉰다.

사극 로맨스 좋아하는 분들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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