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들의 초상 청어소설선 18
박선형 지음 / 청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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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제목의 의미였다.

초상(肖像).

사람이 떠나면 그 사람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함께했던 말과 표정, 어느 날의 풍경과 감정까지 기억 속 어딘가에 남는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떠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무늬로 남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초상들과 함께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기억은 상처가 되고, 또 다른 기억은 그 상처를 견딜 힘이 된다. 중요한 것은 떠난 것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기억을 어떤 모습으로 내 안에 남겨둘 것인 가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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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떼
김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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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이 ‘쥐떼’일까.


작품 속 쥐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카메라를 통해서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쥐들을

인간이 애써 외면해 온 진실,

혹은 예술만이 발견할 수 있는 현실의 또 다른 얼굴로 읽었습니다.


카메라는 단순히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드러내는 시선이 됩니다.


그래서 <쥐떼>는 미스터리소설이라기보다

‘예술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묻는 소설처럼 다가왔습니다.


읽는 내내 프란츠 카프카가 떠올랐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재판, 조금씩 균열되는 현실, 

그리고 끝내 하나의 답으로 규정할 수 없는 세계까지.


사진이라는 예술을 통해

우리는 정말 현실을 보고 있는가.

그 질문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밀어붙입니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쥐는 정말 소설 속에만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이었을까요.


질문이 많은 책이었기에 독서노트보다

북에세이로 기록해보았어요.


카프카의 부조리한 세계를 좋아하거나, 

한 권의 책을 덮고도 오래 해석하게 되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읽는 속도보다, 읽은 뒤의 시간이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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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에게
한종윤 지음 / 다산글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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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의 책을 만났다.
저자 한종윤은 15년 이상 가족과 세계여행을 했고, 지금은 대안학교의 선생님으로서 아이들과 10년 여행을 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 학생의 인권은 매해 올라가고 교육 시스템은 더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해가 지날수록 아픈 아이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고 무기력증, 우울증, ADHD 증세가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일반인 독자들에게도 아주 좋은 깨달음을 주는 인문학적 에세이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후회를 하는 사람은 어떤 선택 앞에서도 후회를 한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전진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하지만, 아이들의 후회는 성인의 후회보다 더 불안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후회하는 것을 습관으로 들이지 않게 하려면, 부모나 교사가 이렇듯 아이들에게 '괜찮다'는 것을 자꾸 이야기해 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는 교육자로서도 멋진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왠지 우리나라 교육계가 든든해지기까지 한다.

아이들에게 도전의 가치를 가르치고, 경제관념을 심어주며, 스포츠를 즐기며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고, 왜 예의 바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납득시키는 선생님. 그가 대안학교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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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면의 주인
유정아 지음 / 유한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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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귀면의 주인>은 제목부터 시선을 붙드는 소설이다. ‘귀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운 때문일까. 낯설고도 서늘한데, 또 한편으로는 그 안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아 궁금해진다. 이 책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현대 한국의 공연계로 옮겨온 작품이라고 한다. 익숙한 고전의 그림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빚어냈다는 점에서 먼저 흥미가 생겼다.

무대는 늘 아름답다.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고, 누군가는 그 위에서 환호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눈부신 장면 뒤에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귀면의 주인>은 바로 그 지점을 바라보는 소설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감춰진 상처와 욕망, 말해지지 않은 진심이 숨어 있는 세계. 그래서 이 소설의 배경이 ‘무대’라는 것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처럼 보인다.

나는 이 책이 특히 ‘가면’이라는 상징을 어떻게 다룰지가 무척 궁금해하며 읽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 속에서의 얼굴이 있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얼굴이 있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써 감추는 얼굴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면은 단지 숨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어쩌면 진짜 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장치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질문을 품고 있는 듯하다. 가면 뒤에 숨은 것은 추함일까, 아니면 너무 여려서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마음일까. 나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장르소설을 조금 더 깊이 읽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이 작품이 단순히 미스터리나 로맨스의 재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요즘은 누구나 보이는 얼굴을 갖고 살아간다. 꼭 연예인이나 스타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얼굴을 꺼내 보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진짜 감정은 더 깊숙이 숨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시대에 ‘가면’과 ‘얼굴’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생각보다 더 낯설지 않고, 오히려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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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기록 히에로글리프
유정아 지음 / 글로서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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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판타지 소설 <나일강의 기록 : 히에로글리프>가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이 소설은 전생과 환생이라는 판타지 속에 사랑하는 연인을 현생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는 스토리이다. 그러나 운명은 현생에서도 바꿀 수 없는 건가.

고대 이집트의 시간 위에 올려놓은 한국 판타지.

제목부터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은 크게 두 갈래의 시간감각을 내세운다. 하나는 현재를 사는 인물들이 기억과 꿈을 통해 과거에 닿아가는 흐름이고, 또 하나는 과거 고대 이집트의 권력과 사랑, 그리고 비극적 장면이 지금의 삶을 흔드는 흐름이다.

"내가 왜 이 장소를 알고 있을까?" 같은 데자뷔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서사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는 방식은 이런 장르가 가진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비교적 분량이 적은 페이지 수라서 몰입해서 읽으면 하루, 이틀 만에도 완독이 가능하다.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 이야기의 단서와 호흡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이야기의 흥미로운 지점은 전생 서사가 개인의 로맨스로만 끝나지 않고, 기록과 진실이라는 주제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기억은 언제나 편집되고, 사랑은 때로 진실을 가리며, 선택은 시간의 방향을 바꾼다.

'히에로글리프'라는 상징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읽히지 않은 문자가 아니라, 누군가가 끝내 남기고 싶었던 진실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반면 히에로글리프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아야 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히에로글리프로 남겨 나의 흔적이 발견되길 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대로 남긴 흔적이지만 끝까지 비밀로 부쳐지고 싶은 누군가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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