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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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인지언어학과 현실정치)


어느날 누군가 당신에게 뜬금없이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말을 건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일까? 

아마도 생각하지 말아야 할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나도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커다란 회색 코끼리를 생각했다. 

이것을 인지언어학이라고 한다.


인지언어학(認知言語學, 영어: cognitive linguistics, CL), 위키백과


인간 마음의 본질,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한 학제적 연구의 일환으로서 ‘언어, 몸과 마음, 문화’의 상관성을 밝히려는 언어 이론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지언어학을 바탕으로 보수와 진보의 현실 정치에 적용한 책이다.

현실정치에 적용하는 핵심은 '프레임'이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각자 자신의 프레임을 어떻게 인지언어학을 통해서 적용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진보정당을 우호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썼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 민주당을 상징하는 것은 당나귀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논조가 그다지 정치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아젠다과 그 아젠다를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방식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프레임 구성 이론과 적용 

2부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을 어떻게 프레임에 넣을 것인가 

3부 구체적인 쟁점의 프레임 구성 

4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5부 이론에서 행동으로 


이 책은 초반부는 탁월하다. 엄청난 몰입도를 준다. 

특히 보수층의 관점을 '엄격한 아버지'상으로 묶어서 설명하는 부분은 무릅을 치게 만든다. 

'엄격한 아버지'상의 프레임으로 보수진영을 바라보는 것은 아주 탁월한 통찰이다. 이 한가지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통찰은 미국의 공화당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을 이해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점은 후반부이다. 프레임의 분석은 놀라울 정도로 참신하지만, 그 이후가 미흡하다. 

민주당에 대한 프레임의 분석도 아쉬운점이 있으며,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도 처음의 울림에 비해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즉 후미로 갈수록 몰입도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인지언어학과 프레임에 대한 고찰에 힘입어 미국의 민주당과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나는 오바마의 당선에 저자의 프레임에 대한 고찰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지않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덧붙임


1. 이 책의 맹점이 하나를 꼽자면, 프레임을 쉽게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2. 그렇다고 프레임이 영구불변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은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저자가 언급하는 지식등 통함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변화를 의미한다.


'엄격한 아버지'모형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깔고 시장가합니다. '세상은 본래 험한 곳이고, 앞으로도 험할 것이다. 왜냐하면 바깥세상에는 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세상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살아기기가 힘들다. 어디에나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으며 절대 선이 있고 절대 악이 있다. 어린이들은 나쁜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 옳은 일을 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드는 일만을 하고 싶어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자녀를 선한사람으로 빚어내야 한다.(중략)

엄격한 아버지 모형에서는 도덕과 물질적 번영이 서로 결부되어 있습니다. 자녀를 도덕적으로 바로잡는 바로 그 훈육이 물질적 부를 약속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것은 바로 개인의 책임과 사익의 추구입니다. 기회와 개인적 책임, 절제력이 있을 때 사익을 추구하면 물질적으로 부유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더 부유해질수록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규제를 피해야 한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의 사업 비용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그럼으로써 더더욱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현상에는 '비용의 외부화'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위험한 폐기물을 투기해서 납세자들에게 그 처리 비용이나 그로 인한 고통을 전가하는 일이다.(중략) 심지어 여러분이 회사 웹사이트를 검색하거나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고 대기하느라 시간을 보낼 때에도 비용은 외부회되고 있다. 기업이 고객 응대 직원을 너무 적게 고용해서 이윤을 얻는 동안 바로 여러분의 시간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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