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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 비정상의 시각으로 본 정상의 다른 얼굴
조던 스몰러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The other side of normal)
왜 사람들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려 할까?
인간은 너무 복잡하고 미묘한데,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조차 너무 다른 인간을 계량적으로 어느범위까지가 정상이고 어느 범위부터는 비정상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바람직 할까?
이 책은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책이다.
철학적인 주제를 논하고자 쓰여진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분명히 철학적인 부분이 있기에, 중간중간 책을 덮고 생각하게 만든다. 정신과학과 철학적 문제의 만남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 지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정상과 비정상은 같은 곳에 있다
2. 유전자는 뇌를 어떻게 조율할까? - 기질의 생물학
3. 민감기에 뇌는 어떻게 달라질까? - 양육의 생물학
4. 공감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 마음 읽기의 생물학
5. 사람을 믿는 것이 왜 중요할까? - 애착과 신뢰의 생물학
6. 성性은 어떻게 정신 장애가 될까? - 성적 매력의 생물학
7. 나쁜 기억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 두려움과 정서 기억의 생물학
8. 새로운 정상에 대하여
이 책은 쉽지 않다. 다루고 있는 내용부터 만만항한 책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가장 뜨거운 학문중에 하나인 정신과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있는 부분이 많다.
저자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저자는 뇌와 호르몬을 비롯하여 생명에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서술함으로서 이러한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생명체에 어떤 역할을 하며, 이 프로세스가 조금이라도 어긋날 경우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는지를 서술함으로서 정상과 정상에서 벗어난 것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이다.
참으로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뇌와 호르몬등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추가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
덧붙임.
1. 정신과학, 복잡계 경제학, 뇌과학, 진화심리학은 교집합이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된다. 순수학문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학문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학자들에게는 최근 가장 뜨거운 분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학문들에 근간에는 통찰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에 대한 이론은 '만물이론'이라는 하나의 이론으로 풀어내려고 했던 스티븐 호킹처럼 최근 학문의 근간에는 통찰이 숨어 있다.
2. 생물학은 미묘하다. 소량의 호르몬으로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뀐다. 눈에 보이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해야 건강한 사람이듯이, 우리뇌와 호르몬도 정상적인 범위에서 조절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는 당분간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될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한편 수줍음/대담함 영역의 정반대 쪽에 있는 아이들, 즉 인생 초기부터 기질적으로 대담한 아이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 대담하게 접근한다. 그들은 충동적이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 아이들이 그리는 궤적은 기질적으로 내성적인 아이들과는 상당히 달라 보니다. 거의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진 한 연구를 보면, 세 살 때 '과소 통제'되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폭력범죄, 알코올중독, 부주의한 성관계, 음주운전 등 위험한 행동에 연루되는 경우가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였다.
고작 아홉개의 아미노산 한줄로 이루어진 옥시토신은, 산모가 아기를 세상으로 밀어내는 데 도움을 주고 모유가 나오도록 하며, 산모의 뇌를 움직여 우는 영아를 갓난아이로 여기도록 만든다.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사놈의 뇌하수체에서는 일연의 화학적 억제가 일어나며, 이를 통해 옥시토신의 양이 증가한다. 이때 옥시토신을 맥박이 뛸 때마다 산모의 혈류로 방출된다. 산모에게 출산 기미가 보이면, 옥시토신은 자궁이 수축되도록 촉진시키며, 분만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와 동시에 산모의 혈액에서 나오는-아마도 태아의 뇌에서도 나올-옥시토신은 아기가 자신의 힘으로 시련에 맞서나가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중략)
한편 산모가 아기를 보고 냄새를 맡고 살갗을 만지면 뇌가 자극을 받아 옥시토신이 방출된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영아를 사랑하고 돌보도록 산모를 준비시킨다. 어떻게 하냐고?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옥시토신이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 우리에게 즐겁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에 담겨있는 경제성과 효율성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