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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2 김부겸 - 김부겸 편 - 경계境界를 경계警戒하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1월
평점 :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김부겸-
(신개념 정치인)
바이오그래피
biog·raphy 전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창간호 '이어령'에 이어 두번째 인물로 '김부겸'을 선택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상당히 신선한 접근을 하는 매거진이지만, 두번째 인물로 김부겸 전국회의원을 생각한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바둑으로 비유해 보자면, '이어령'이라는 첫 수가 신선하면서도 단단한 한수였다고 한다면,
'김부겸'이라는 두번째 수는 허를 찌르는 한 수이자,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하는 수이다.
(대체 누가 정치인을 테마로한 잡지를 사겠는가 말이다)
또한 김부겸이라는 두번째 수를 통해 이 매거진의 향후 방향은 매우 광범위해졌다.
만약 두번째 인물이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김훈이나 조정래등의 작가였다면, 행보가 좁아 졌을 것이다. 전혀 새로운 인물 게다가 일반 대중들이 가장 관심없고, 호감보다는 비난을 받기 쉬운 '정치인'을 택했다는 것은 편집부의 놀라운 독창성과 용기를 엿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편집부의 이러한 선택은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
전혀 관심없던 인간 '김부겸'에 대해서 이 매거진을 통해 새로운 '김부겸'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에 관심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높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는 없었다.
정치에 큰 관심은 없지만, 매거진을 통해서 본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은 지금까지 알던 정치인과는 다른 면이 확실히 존재한다. 그것은 '공심'과 '주관'이다.
나에게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도덕성'을 꼽을 것이다.
왜냐하면 간접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얼마나 잘 대리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즉, 도덕성의 문제에 직결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선거 할때와, 당선이후의 자세가 다르다. 당선이후에는 사리사욕을 채우다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런데 '김부겸'은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지만 가장 결핍되기 쉬운 자질인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매거진에 실린 그의 말들이 모두 사실인지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이런 진정성을 보여주는 정치인들이 하나둘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를 읽은 소득은 첫째는 '김부겸'을 알게된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한국정치의 역사를 리뷰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본 한국정치는 말로만 정당정치였다. 각 당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합당과 신당창당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났는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국내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정당이없다. 정당이 빈번하게 바뀌면, 정당정치의 의미도 퇴색된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정당은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은 반성해야 하고 그들에게 표를 준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
덧붙임.
1. 이책의 서문은 상당히 좋다. 편집장이 직접쓰는 것 같은데, 보통 내공이 아니다. 본문보다 더 여운이 오래가는 서문이다. 이번에도 '텍스트를 비롯한 언어'와 '인식'의 관계에 대한 짧은 글이 실려 있는데, 장탄식이 나올 정도록 깔끔하다.
2. 386세대를 비껴난 세대인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정치에 대해 참여의식이나, 관심이 386세대에 비해서는 덜하다. 나도 그 한 사람으로서, 지역감정이나, 파벌을 이루는 현정치에는 관심도 없지만, 정치인들이 적어도 이 책의 주인공인 '김부겸'과 같은 공심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정치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인이 먼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흙탕물에서도 고결함을 지키고 있는 정치인들이 많다면, 정치도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우리는 언어 기호를 통해 외부 세계를 인식한다. 창세게 1장 3절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처럼 대상이 있어서 언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있어서 대상이 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말은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여 말하지만 프랑스어에서는 모두 파피용 Papillon이라 한다. 우리 사고는 기표와 기억의 관계에 의해서만 작동하며, 모든 의미들은 의밀의 대상이 아니라 의미를 모사한 언어
우리가 만난 김 전 의원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삶을 앓았던, 한국 정치사의 경계인이었다. 그는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의 경계에서 정치를 해왔다.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서 경계를 허물어 양극단을 교통시킬 수 있는 사람은 이제껏 정치적 타자 혹은 이방인으로 살아온 사람일 것이다. 김부겸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경상도 사람이 야권에서 정치를 한다는 건 가혹한 거예요. 내가 명확하게 어느 한편을 드는 정치노선을 택했다면 이런 오해는 안 받았겠죠.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까 선명함에 문제의 해답이 있는 게 아니더라고. 진영 논리에 충실하고 상대편에게 고함을 치는 게 다가 아니더라고. 내가 처음 정치를 할 때 생각했던, 가난하고 억눌리고 힘든 사람들의 삶을 단 한보라도 전진시킬 수 있는 성과물을 내려면 여야가 공존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러다 보니까 당에선 온건파로 불리면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제정구가 던진 상생이란 화두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가지고 지금까지 온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