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이란 - 테헤란 기숙사 카펫 위 수다에서 페르시아 문명까지
최승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 이런 이란

(이란과의 첫만남)

 

최근 이슬람문화가 유럽을 시작으로 영미권, 우리나라까지 깊숙히 들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상은 이슬람권 문화에 대해서 너무 무지하기 때문에 오는 오해도 많을 것이다.

 

미지의 것만큼 첫 인상이 중요한 것이 있을까?

백지에 그림을 그릴때, 붓에 칠한 첫번째 물감이 그 그림의 색과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듯,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는 첫인상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아직은 낯설은 이란과 이슬람문화에 대한 첫 대면은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사진들이었다.

 

이란의 다양한 곳에서 생활했던 저자에게 이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란에 대한 첫인상으로 꽤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일반적인 대중들이 느끼는 이란과 이슬람문화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이란의 맨얼굴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IS추종 무장단체등 이란의 어두운면에 대한 언급은 거의 등장하지 않아, 객관적인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이는 저자가 이란에 머문기간이 채 2년이 안되기 때문에, 이란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웠을 때문이기도 하고, 현재 이란 대사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이란의 어두운면을 부각하기가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란과 이란사람들에 대해 충분히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이란의 사람들과 문화, 음식, 경제등을 다양하게 접해볼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테헤란에 첫발의 내딛다

2. 이란의 청춘, 카펫 위의 수다

3. 우리집으로 오세요!

4. 페르시아와 차도르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정한 나라, 기름이 많이 나는 나라, 무슬림의 나라 정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란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이란은 상당히 역사가 깊은 나라이고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이다. 그리고 그런 배경에는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고대부터 오랜 문명을 가졌고 그만큼 땅의 주인이 자주 바뀌기도 했었던 이란은 그러한 영향으로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한 시대를 호령했던 페르시아 시대의 문화가 현재의 이란에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란의 여성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 들이 많다. 

일부 다처제가 허용되고, 남편에 의해 여성이 살해가 되기도 하는 나라라는 인식때문에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 여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책에서는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란이 이슬람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자유와 여성인권이 보장되었던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 과도기적인 부분도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슬람화 이후 여성의 인권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관심있게 볼 수 밖에 없는 나라이다.

 

덧붙임.

 

1. 페르시아어는 신비한 느낌이 있다. 꼭 벌레가 기어가면서 땅을 파먹은 것 같다.

학부때 페르시아어를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손에서 생성되는 페르시아 글자는 예술적으로 보였다. 페르시아어는 이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란의 미술과 예술문화를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2, 이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쿠르드족은 뜻모르게 인상깊어 따로 찾아보았다.

쿠르드인은 중동의 쿠르디스탄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인구는 25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독자적인 국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민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동에서는 아랍인, 터키인, 페르시아인(이란인)의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 팔레스타인과는 다르게 민족이 연합되지 못하고 자기들끼지도 치고박고 싸우는 것 같다. 나라잃은 설움을 간직한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일까? 나라없는 민족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다.

 

3. 이란에는 '시게'라는 게 있다. 일명 계약결혼이다. 우리나라에도 한때 유행했던 '계약커플'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법적으로 허용이 되는 제도이다.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권에서 '시게'라는 제도는 일종의 타협점인 것이다. 

 

4. 이슬람에서는 이자도 금지하고 있어 수크크라는 요상한 채권이 거래된다. 명목상 이자는 아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자나 마찬가지다. '시게'와 '수크크'는 현 이슬람문화의 현주소인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아마도 니테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차라투스트라가 페르시아 태생의 조로아스터라는 것을, 괴테가 대적할 자 없다고 극찬한 시인이 바로 페르시아의 시인 하폐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천일야화>속 이야기꾼으로 알려진 세헤라자드는 페르시아의 황비이며, 이슬람권의 유명한 학자들, 일명 이슬람문명의 핵심브레인들도 바로 페르시아인이었다. 페르시아인이 활약했떤 중세 이슬람문화는 오늘날 서양문화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생각지 못한 이란의 역동적인 모습 아래 흐르고 있는 페르시아 문명의 향기는 그렇게 나를 이란으로 이끌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는 독특한 문화 특성을 만들어냈다. 이란 주위에는 무려 일곱개의 나라가 인접해 있는데 북쪽에는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이, 서쪽에는 터키와 이라크가, 동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아 맞닿아 있다. 페르시아인이 이란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크르드족, 투르족과 코카서스계의 아르메니아인, 조지아인, 투르크꼐의 아제르바이잔족, 셈계에 속하는 아랍인과 유대인 등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외세의 침략이 잦기도 했지만 동시에 동서양문화가 만나 풍성한 문화를 꽃피을 수 있었다.

 

이란인에게 아랍어는 '정복자의 언어'다 7세기 중반,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아랍에 침략당해 이슬람제국에 속화되면서 이슬람과 함께 전파된 아랍어는 당시 페르시아에서 쓰던 파흘라비어를 밀어내고 이란의 행정문화언어가 되었다. 이슬람제국이 멸망한 13세기까지 500년 넘는 세월 동안 페르시아의 공식 문서나 책에 표기된 언어는 아랍어였다. 그러나 이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계속 페르시아어를 써왔기 때문에 제국의 힘이 쇠약해진 9세기, 페르시아어는 결국 부활했다. 페르시아의 구술 언어를 아랍어로 표기하면서 많은 아랍어 어휘가 페르시아어화되었다. 마치 중국의 한저어가 일본과 한국어에 스며든 것과 같은 이치다.

 

빈말은 이란인 특유의 언어 습관이다. '터로프(Taarof)'라고 불리는 이문화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 본인 체면도 지키고 상대방도 존중하는 일종의 언어 에티켓인데. '베파르머이드'는 가장 대표적인 터로프 표현이다. 이말에 정해진 뜻은 없다. 나보다 상대방을 앞세우는 태도만 같고 상황마다 의미가 변한다. 출입구와 엘리베이터, 계단 앞에서는 "먼저 지나가세요", 은행이나 관공서 직원이 말하면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정도가 된다.

 

이란 여인들은 주로 차도르, 숄, 루싸리, 마그나에 이 네가지의 히방의 쓴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우선 '차도르'는 얼굴만 쏙 빼고 전신을 다 가리는 히잡이다. 차도르라는 말도 페르시아어로 '차양'혹은 '천막'이라는 뜻이다. '숄'은 목도리처럼 생긴 기다란 스카프로 주로 내가 애용한 히잡 종류다. 쓰기도 편하지만 머리 안 감았을 때 이것만큼 편한 것이 없다. '루싸리'는 페르시아어로 '머리에 쓰는 스카프'란 뜻인데 실크 소재의 사각형 스카프를 반으로 접어 머리에 두른 뒤 턱 아래에서 매듭을 짓는 식이다. '마그나에'는 두건 같은 머리 가리개인데 면사포를 쓰는 것처럼 뒤입어 쓴다. 주로 여대생들과 사무직 여성들이 많이 쓰는데 좀 답답해 보이지만 써보면 의외로 편하다고 한다.

 

일부다처제보다 더 악명 높은 제도는 시게, 일명 계약 결혼제도다. 결혼공증서에서 성직자에게 여성과 남성이 각각 차례로 "나는 ㅇㅇㅇ금액을 받고 ㅇㅇㅇ기간동안 결혼할 것임을 맹세합니다.","나는 이 결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종교 서약을 하면 그 순간 둘은 부부로 인정받는다. 정해진 결혼 기간 따위는 없다. 1시간이든 한세기든 합의만 한다면 가능하다. 시게는 이슬람분파 중에서도 시아파만 인정하는 결혼풍습인데,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 사회에서도 시게를 보는 눈은 곱지 않다. 역사적으로 이어온 전통문화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으로는 '이슬람판 매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시게에서는 남성만이 이혼을 결정할 수 있고, 시게를 경험한 여성을 타부하는 편견을 이겨내며 살기도 쉽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