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에디톨로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최근 도서정가제인해 출판업계와 유통업계에 대한 말들이 많다. 그런데 독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책이 결코 적게 출간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수많은 신간서적들이 줄지어 나오지만, 정작 읽을만한 책은 드문것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책이 팔릴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양서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책을 얼마나 빨리 내놓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깊이가 부족한 인스턴스 서적들이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여러모로 독자들에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 중에도 믿고 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김정운 교수의 책도 그중에 하나다. 김정운 교수는 다작하는 편이지만, 그의 책에는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2. 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 

3.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 

 

김정운 교수는 이 책에서 재미 있는 일화를 이야기한다.

동서독의 통일의 발판이 기자의 오보였다는 것, 창조는 편집에서 나온다는 것을 자신이 주구장창 이야기 했으나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언론이나 유명인이 말하고 나서야 재조명을 받는 것을 보고 어지간히 속이 상했나 보다. 김정운교수는 이 책의 서두에서 '에디톨로지'라는 신조어를 쓰면서 자신이 생각해 냈다고 아주 못을 박고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 세상에 처음부터 창조되는 것은 없다. 모방되고 편집되는 것이다. 관건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모방과 편집의 과정에서 어떤 통찰력과 부가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이 책에서 말하고자는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다. 김정운교수는 지식, 문화, 관점, 장소, 마음, 심리학등을 통해 에디톨로지를 설명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을 전에 저자의 다른 책을 통해서도 받았었는데, 김정운교수의 성격이 약간 용두사미인 성격이 아닌가 싶다.

(나도 좀 성격이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회독 할 수 있었다. 후반부에도 몰입도가 필요한 책은 한번에 읽기가 어렵다)

 

덧붙임.

 

1. 꾀짜스러운 외모와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로 김정운 교수가 가십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오해되기도 쉬운데, 김정운교수는 자신의 뚜렷한 철학을 가진 사람중에 하나다. 그리고 글도 지루하지 않게 쓴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에디톨로지!editology!' 먼 훗날 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도록 영어로 만들었다.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의미다. 내가 주장하는 에디톨로지, 즉 '편집학'은 글래드웰 같은 작가가 어설프레 주장하는 에디팅과는 차원이 다른 이론이다. 에디톨로지는 그저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하게 짜깁기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편집의 단위','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 과정에 관한 설명이다.

 

에디톨로지는 다시말해 '편집학'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나는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가 원고를 모아 지면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 혹은 영화 편집자가 거친 촬영 자료들을 모아 속도나 장면의 길이를 편집하여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 같은 '편집의 방법론'을 통틀어 나는 '에디톨로지'라고 명명한다.

 

우리의 생각은 '그림'인가 아니면 '문장'인가? 심리학의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갑론을박 끝에 심리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대충 이렇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어려울 때는 문장으로 생각한다. 그림으로 생각하는 것을 '심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그 생각의 내용은 그림인가? 문장인가? 우선 아버지에 대한 그림이 떠오른다. 즉 심상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다. 문장은 그 다음이다. 복잡한 일이 있을 때만 우리는 문장으로 생각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생각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가 있다. 문장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유는 언제나 2차적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지식인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식인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독일 학생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이 공부한다. 정리하고 외우는 양을 따지면, 카드로 공부하는 독일학생들의 학습량은 노트로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상대도 안된다. 독일 역사, 유럽 문화 전반에 관해서도 한국 학생들이 훨씬 던 많이 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이 따라갈 수 없는 결정적 차이가 있엇다. 자기 생각이다. 독일 학생들은 모은 카드를 자신의 생각에 따라 다시 편집한다. 편집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를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달'이라는 개념과 관련되 프로이트, 피아체, 비고츠키, 융의 이론을 자기 기준에 따라 다시 정리한다. 이때 정리는 그저 알파벳 순으로 하는 것이 안다. 자신이 설정한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카드를 편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편집된 카드가 바로 자신의 이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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