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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읊조리다 -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칠십 명의 시인 지음, 봉현 그림 / 세계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순간을 읊조리다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시집을 얼마만에 읽는지 모르겠다
추석연휴 슈퍼문(Moon)이 창밖에서 환하게 등을 밝혀주는 가운데,
벼르고 있던 순간을 읊조리다를 읽었다.
제목처럼 순식간에 읽을 수 있지만, 여운은 오래가는 것이 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순간을 읊조리다는 70인의 시인이 쓴 70 가지 싯구를 모은 책이다.
때론 시의 일부를 발췌한 것도 있기 때문에, 호흡이 짧은 대신 여백이 크다.
이 책은 그 여백을 서정적인 그림들로 채우고 있다.
서정적인 삽화와 시한편은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고즈녁한 가을 밤에 찬찬히 둘러보기에 적합하다.
'순간'을 읊조리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수록된 시들은 읽을 때의 읽는 사람의 심상에 따라 단어와 시 전체의 분위기가 좌우된다.
그렇기에 이 순간이 시인에게도 독자에게도 소중한 것이 아닐까?
초중고를 졸업하고는 시와 담을 쌓고 지내온 세월 또한 강산이 변할 정도는 된지라, 시인들의 이름은 하나같이 생소하다.
그러나 싯구와 그림들을 하나하나 사탕까듯 까보니 숨어있던 감성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것 같다.
읊조리다.
[동사] 뜻을 음미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시를 읊다.
난생 처음 써보는 단어인 '읊조리다'처럼 새로운 경험을 한 가을밤에
본문 중 기억에 남는 싯구를 몇가지 인용해 본다.
1. 밥상을 차리고 마음에도 조금 밥을 떠넣는다.
<세상의 밥상에서> 김은자
2. 나는 나사못
돌고 돌아
온몸으로 걸아나가는 꿈을 꾼다
<나사못> 이수명
3. 달력을 넘기다 손이 찢어졌어요
어머니가 웃으시며 붕대로 감싸 주셨어요
얘야 시간은 날카롭단다
<인터넷 정육점> 조인선
4.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혼자라는 건> 최영미
5.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환절기> 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