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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펀드 -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하는 발칙한 펀드
권산 지음 / 반비 / 2013년 5월
평점 :
맨땅에 펀드
(대평댁이 운용하는 농산물펀드 운용기)
맨땅에 펀드가 무엇일까?
맨땅에 헤딩을 들어봤어도 맨땅에 펀드는 대체 뭘까?
그 이름도 위대한 "맨땅에 펀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이라는 사이트를 먼저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지리산닷컴 또는 www.jirisan.com을 타이핑 한 뒤 클릭 하면 깔끔한 홈페이지가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그 홈페이지가 맨땅에 펀드의 출발지인 지리산닷컴이다. 그리고 한쪽 카테고리에 맨땅에펀드라는 게시판이 있으며, 그 게시판에 이 책의 근간이 되는 글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닷컴의 운영자이자 이 책의 저자는 맨땅에펀드를 다음과 같은 의도로 기획했다고 한다.
맨땅에 펀드 투자설명서를 일부 인용하면,
정서가 시장 논리를 이기기란 힘듯 노릇이지만 어쩌면 한국농업은 그 가여운 정서에 기대어 힘겨운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크고 무거운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작은 일입니다.
지리산닷컴(www.jirisan.com)은 마흔 가구 정도 되는 작은 시골 마을과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을 위해 펀드라는 도구를 생각했습니다. 소통을 위한 수단은 '밥상'입니다. 정확하게는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작물을 키우고 가공하는 비용을 먼저 받고 투자자들에게 제철 농산물을 보내드리는 방식입니다. 펀드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농산물은 판매를 통해서 펀드 운용 기금으로 사용하거나 수익으로 남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계획입니다. 이 방식 자체는 특별하지도 창조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만 펀드 운용 과정에서 매주 펀드를 위한 임대농지의 경작 상황과 마을 이야기를 전해드릴 것입니다.
상당히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게다가 요즘 도시에서는 부는 귀농열풍과 유기농을 비롯한 웰빙열풍과도 그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맨땅에 펀드는 출시와 동시에 전구좌 매진이 되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소상히 다루고 있다.
맨땅에펀드에는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수석 펀드매니저 대평댁을 비롯하여 우수한 운용역들은 다름아닌 농사에 능숙한 마을 할머님들이다. 농사에 능숙한 할머니들과 서툰 도시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농사일기를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직 시골생활조차 서툰 농사 초보들이 나선 농사이기에 수익성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아마 기존의 투자자들도 그런 점은 충분히 감안하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땅에 펀드는 투자한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깨알같은 정보과 그 음식이 투자자들에게까지 전달되기까지의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맨땅에 펀드는 유기농음식과 스토리 그리고 재미를 갖춘 펀드인 것이다.
지리산닷컴에서 다음 펀드가입자를 모집할 때에는 나도 꼭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논으로만 사용하던 땅은 땅콩이 잘 되지 않을 것이란 소리들이 많았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땅콩을 투자자들에게 보내줄 양만큼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가을에 뭔 이벤트 건 하나 걸리면 참가한 투자자들에게 땅콩죽만큼은 꼭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순결한 생각으로 고집을 부렸다. 개가 먹을 것 한 알, 사람이 먹을 것 한 알. 땅콩 종자는 그렇게 두알씩 투하했다. 종자 값이 5만 6000원이다. 과연 5만 6000원어치 땅콩을 수확 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수확이 많이 힘들 것이란 사실이다. 통상 땅콩은 모래땅에 심는다. 지난 몇 년간 황토에 심었는데 별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이 땅은 논으로만 사용하던 땅이라 지리산노을 언니의 소감에 의하면 '땅이 사람을 밀어낸다'고 한다. 텃밭에 적합한 땅으로 바꾸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리것이다. 무엇보다 들판이라 새와 들쥐, 두더지의 습격이 집요하게 이어질 것이다. 방법은? 사람 발자국 소리를 자주 들려주는 수밖에. 이런 과학적인 수단 이외에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 '맨땡에 펀드'니까 하는 짓이다.
일요일 아침에 대평댁은 나를 보자마자 "감자 싹이 예삐게 올라오구만"이라고 말을 붙였다. 이틀 전만해도 대평댁의 입장은 비관적 이었다. 그 비관의 바탕에는 '너거들은 힘들다.'는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밭고랑에 물 고인다, 두덕이 얕다. 비닐을 씌워야 한다, 그래봐야 팽야(계속,주욱~)틀렸다, 고랑방향이 글렀다. 그러던 엄니들은 예쁘게 올라온 감자싹을 보고 모두 자신의 텃밭인 듯 좋아한다. 이미 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땅속에서 벌레들이 어린 뿌리와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이제 펀드매니저들을 투입할 시기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녀들의 손길이 가기 시작하면 그녀들의 마음도 달라질까? 그러면 재미없지 끝까지 아웅다웅해야 재밌지. 비가 그치고 감자 싹이 일제히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우리 감자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