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법칙 - 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 이야기
임성준 & 조셉 H. 리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소수의 법칙

(Winning Laws)

 

이 책의 두 저자는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의 위상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세계적인 IB, 그것도 본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특별한 엘리트들에게 가능했던 일이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인이다. 이 책은 그들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투자와 경제에 관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스스로 책을 보는 편견이 생겼다. 

그것은 주로 세계적인 석학들이 집필하는 학문적(이론적)인 책과 투자의 대가의 반열에 오는 투자자들이 집필하는 실제적(경험적)인 책이 그 것이다. 나는 투자자로서의 피가 더 뜨거운지 항상 후자 쪽 책을 더 흥미있게 읽는 편이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학자들인 쓴 학문적인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선호도가 경험적인 책을 더 흥미있게 느끼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두가지 모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지은이들의 경험과 철학을 말하고 있으면서, 학문적인 깊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Chapter 1 ‥ 하이에나를 위한 변명

Chapter 2 ‥ 인간은 겁쟁이 종족의 후예

Chapter 3 ‥ 유일하게 정확한 미래 예측, “모른다”

Chapter 4 ‥ 이기는 소수가 되는 길

 

이 책은 경험많은 투자자이면서, 또한 경제학적 소양이 뛰어난 두사람이 집필하였기 때문에 주제도 상당히 광범위하고 자유롭다.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는 산양처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화두를 가지고 고찰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마치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삼촌과 점심시간에 공원에 앉아 이야기하는 느낌도 들고, 편안하고 유쾌하면서도 알찬 내용들이 많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재미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인간의 발명품 중에서 순도 100%의 시장 규범에 의해서만 작동되는 것은 금융시장이 거의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제로섬 게임인 금융시장에서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반대편에서 돈을 많이 잃는 상대방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초이성적 시장 규범앞에서 무력화 된다. 만약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어떤 내기나 게임을 해서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다른 사람이 져서, 승자가 패자의 인생 파탄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승자는 극심한 자괴감에 시달릴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승자는 패자에게 일부러 게임을 져주거나 자신의 전리품 중 일부를 패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그런 자비를 바라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오직 돈과 나의 이익, 시장 규범만이 존재할 뿐 패자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집착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하다. 의식과 의도와 같은 인간의 내면적 심리 상태를 이해해서 행동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전통적 방법과 정반대로, 행동의 결과를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적 상태를 파악하려고 하는 행동주의 시리학의 거두 스키너는 동물들을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였다. 그 중 하나의 실험에서는 처음에 4~5마리의 비둘기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먹이를 주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비둘기들은 먹이를 줄 시간이 되면 각기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비둘기는 왼쪽으로 돌고 어떤 비둘기는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고개를 반복적으로 까닥거리는 비둘기도 있었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비둘기도 있었다. 비둘기마다 먹이(결과)가 나오는 원인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고, 그래서 먹이를 지속 시키기 위해 특정한 행동(원인)을 반복하게 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를 조금 확대 해석한다면 원시인들뿐만 아니라 비둘기에게서도 확인되는 패턴 발견에 대한 집착 성향은 자연의 한 속서일지도 모르겠다.

 

그 핵심은 달러를 무한대로 찍어 시장에 뿌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정책이 아직 수출 주도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에게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위안화 고평가를 두려워하는 중국은 미국이 달러를 추가로 찍어 낼 때마다(달러가치가 하락한다) 위안화도 같은 비율로 추가로 찍어내 달러를 매입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안화의 가치는 그대로 있는데 달러 가치가 하락하니 자연스럽게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환율을 잡을 목적으로 위안화를 추가로 발행하는 일은 중국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임금을 상승시키고 임금인상이 다시 수출 상품의 가격을 높여서 결국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그럼 자본주의가 자체적으로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자식과 부모간의 세습이다. 세습은 단순히 유산을 물려주는 경제적 세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 유전병과 같은 생물학적 세습부터 우월한 부모과 같이 생활한 자식이 성장하면서 얻는 양질의 영양공급, 교육기회와 같은 환경의 세습, 그리고 부모의 생활 방식, 가치관을 배우는 정신적 세습 등 부모로부터 자식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유 무형의 혜택을 포함한다. 세습은 완전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아담 스미스의 이론과도 앙숙관계이고 공정사회와 평등을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와도 천적이다. 왜냐하면 세습은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단순히 재수 좋게 부모 잘 만나면 탄탄대로를 걷게 되는 로또와 같은 것이어서 실력이 아니라 운에 따라 기회가 불평등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과거에 비해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에서 서울 출신이 더 많아졌고 서울 출신 중에서도 강남 출신이 더 많아졌다. 이것은 단순히 유산의 세습이 아닌 총체적 세습이 강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이다. 세습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사회 계층은 고착화 되고 세습 혜택을 받지 못한 젊은이들은 지독한 박탈감에 시달려서 일하기 싫어질 것이며 체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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