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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숨길까, 지금 내 마음을 - 미숙해서 아름다운 청춘의 히든 트랙
정민선 지음 / 바다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숨길까 지금 내 마음을
(정민선작가의 감성에세이)
어떻게 숨길까 지금 내 마음을이라는 이 책의 타이틀만큼 작가의 소녀같은 감수성을 잘 표현하는 문구가 있을까?
남중 남고출신에 남자형제뿐인 대표적인 대한민국 무뚝뚝한 남자인 내가 읽어도 가슴 한켠이 아련하게 감성이 자극되는 신기한 책이이라고 표현하면 설명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의 직업은 방송작가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경험해본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머리로만 읽는 책이 아니라, 눈과 마음과 청각을 이용해서 책을 읽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마땅히 책에서 소개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에 나오는 음악을 생략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은 마치 3D영화관에서 3D안경을 쓰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정민선 작가는 에세이 중간마다 그에 어울리는 노래들를 소개한다. 마치 작가가 참여했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책으로 만나는 듯한 묘한 느낌도 든다.
(사실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영 시간대에는 꿈나라에 있기 때문에 챙겨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 분위기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 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아련한 첫사랑부터 알콩달콩한 연애감정까지 대부분이 사랑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렇지만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학창시절에 라디오를 듣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무래도 디지털화, 도시화, 획일화된 현 시대에 아날로그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지난 열흘간 아침마다 사무실에서 "어떻게 숨길까 지금 내 마음을" 을 읽었다.
하루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한 셈이다. 알콩달콩 아련한 에세이가 읽고 싶어지는 겨울아침. 시계바늘처럼 주어진 일들만 하고 살다보니 내 감성은 다 어디갔나 싶기도하고, 돈버는 기계가 된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울적하던 찰나에,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담은 에세이를 읽는것이 나에게는 작은 선물이자, 또한 힐링이 되었던 것 같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우리 아빠가 매번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진짜 기회'는 쉽게 지나가지 않는대요. 항상 준비된 자세로 있으면 언제고 다시 찾아오는 게 '진짜 기회'라는 거죠. 세상엔 엄청 많은 숫자의 '가짜 기회'가 있는데, 우리는 그게 진짜인 줄 알고 놓친 걸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거래요. 그건 그냥 '가짜 기회'였어요. 내년엔 '진짜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
누구보다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데,
네가 행복해 보이니까 갑자기 내 맘이 휘청거린다.
너를 향한 나의 알 수 없는 마음들.
생일날 우울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은 것은 높은 기대치에 비해 대부분의 상황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나도 몇 해전까지는 생일 즈음에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관계, 나의 가치, 삶 등에 대해 평소 잘 하지도 않던 철학적인 생각과 버무려진 우울의 바다에 빠져 보냈던 날들. 하지만 거짓말처럼 서른 살 생일을 기점으로 전부 사라졌다. 미역국을 끓여주는 엄마가 있고, 용돈을 주는 아빠가 있고, 바바을 사주는 오빠가 있다. 식탁에 둘러앉아 쑥스럽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식구들을 보니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타인에게 기대는 것도, 누군가 내게 기대는 것도 싫다면 그것 역시 극도의 개인주의라고 누군가 그랬다. 다들 서운하다고 했다. 하지만 순간을 응축시켜 놓은 듯한 내 감정에 네가 데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데일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나를 뜨겁게 안아줄 수 있을까. 꽃노래도 1절이라는데 징징거리고 싶진 않아. 전화를 걸지 못하는 이유가 수천가지는 되는 것 같아 나는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