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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0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향수
(밀란 쿤데라 전집 중)
향수(鄕愁)
[명사]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
향수(鄕愁). 이 단어는 주로 1)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잘 사용할 일도, 또한 향수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힘든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어가 때로는 2) 과거에 대한 그리움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 듯 하다.
이 책의 제목인 향수(鄕愁)는 위의 두가지의 의미 모두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레나와 조제프 이 책에 나오는 두 주요인물은 고향을 떠나 망명하였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공산주의의 붕괴와 함께 귀향한다. 이레나와 조제프는 어떤 의무감과 비슷한 감정으로 고향에 귀향한다. 그러나 그들은 고향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시간의 흔적만 확인 할 뿐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풋풋했던 첫사랑에 대한 향수 뿐이다.
그러나 고향에서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도 결국 좋지않은 마무리를 맺게 된다.
(이래서 첫사랑을 찾는게 아니라고 하는 것인가)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일부를 인용하면(밀란 쿤데라의 독특한 문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뒤에 남겨둔 시간이 거대하면 할수록 우리에게 되돌아갈 것을 권유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격언은 자명한 이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틀렸다. 사람이 늙어 가고 종말이 다가오면 매 순간이 점점 더 소중해지며 그의 추억들과 허비할 시간이 없게된다. 향수병의 수학적 역설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향수가 가장 강할 때는 소년기, 즉 지나간 삶의 부피가 대단히 적을 때다.
나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두 존재들의 감동을 상상해 본다. 예전에 그들은 자주 만났고 그래서 똑같은 경험, 똑같은 추억으로 맺어졌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추억이라고? 바로 거기서 오해가 시작된다. 그들은 똑같은 추억을 갖고 있지 않다. 두사람 모두 과거의 사소한 두세 상황을 간진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제각기 다르다. 그들의 추억은 서로 비슷하지도 않다. 양적으로도 비교될 수 없다. 한 사람을 다른 사람이 자신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를 기억한다. 기억력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이는 두사람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일 텐데) 상대방에 대한 그들의 애착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이러한 설명은 수긍하기가 보다 힘들다) 이레나가 조제프를 공항에서 보았을 때 그녀는 그들의 지나간 연애의 모든 사소한 것들까지 기억했다. 조제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첫 순간부터 그들의 만남은 언어도단의 부당한 불평등에 놓여 있었다.
밀란 쿤데라의 책은 처음 읽어 보았다.
책은 저자의 이름처럼 쉽지않고 딱딱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독특하다. 무거우면서도 깊이있는 문체와 딱딱하지만 할말을 다하는 고집스러운 면도 확인된다. 무엇보다도 불친절하다. 그러나 그런 점 때문에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그래서 진한 여운이 남는 것 같다.
시점도 독특하고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새롭고 신선한 느낌의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