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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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1 얼음 -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얼어붙은 이야기 - 곽재식
나는 이런 흐름의 이야기를 본 적이 없다. 이 책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 아는 인물이 자신의 삶을 풀어나가는 이런 이야기를. 이야기를 제대로 풀기도 전에 ‘나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 그게 결말이다.‘라고 다소 스포 같은 결말을 말해주다니.
그렇게 불을 붙여 시작한 이야기는 짐짓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스릴 있는 이야기였다. ‘아이스 때리기’라는 평생을 살아온 인생이 뒤집힐지 모를 조작의 위험에서 인생에 대해 생각하다니. 조금 감탄을 섞어 읽다 얼어붙었다. 이 모든 게 아이스 때리기를 당한 인물의 이야기면 어쩌지?

채빙 - 구병모
구병모는 어떻게 이렇게 잘 사랑하나.

얼음을 씹다 - 남유하
모두가 ‘어쩔 수 없으니’를 방패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다. 작가가 어떤 세계를 바라보고 어떤 삶을 풀어내고 싶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저 말을 핑계로 현재에서 어떤 이기를 품는지 또, 이 ‘우리‘에 서로가 어떻게 배제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조금은 예언 같다고도 느껴져 절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게 됐다.

귓속의 세입자 - 박문영
모두가 함께 ‘우리’로 묶일 때 자기 혼자만 이방인이라 생각하는 해빈이 있다. 그런 해빈에게 혼자 살아가는 게 마땅하다며 말을 건네는 존재가 있다. 그 둘은 언뜻 보면 시너지를 모아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닌 혼자서 견디는 것!이라고 외칠 것 같지만 엉뚱하게도 정반대로 흘러간다. 처음엔 ‘읭?’ 했지만 너무나 나의 삶이자 모두의 삶 같다고 생각했다. 어휴,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도 결국은 손을 내미는 듯해서.

차가운 파수꾼 - 연여름
연여름은 여름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팻말처럼 들고 얼음을 주제로 한 책에서 더운 여름을 배경으로 삼고 서 혼자만 차가운 파수꾼을 만들었는데, 또 그 파수꾼의 이름을 선샤인이라 지었다. 난 이런 식으로 살며시 장난치는 정세랑의 책을 좋아하는데 연여름의 글들이 마구마구 읽고 싶어졌다.
자기가 구축한 세계에서 조금조금 장난치는 걸 좋아하나 싶어서 ‘노이’란 인물의 이름에 대해 궁금해졌다. 검색 했더니 ’이탈리아어의 1인칭 복수형으로 한국어로는 우리‘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과연.

운조를 위한 - 천선란
이제는 조금 궁금하다. 천선란은 세상을 어떻게 이렇게나 사랑하는지. 왜 결국엔 희망을 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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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 픽
이유리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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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특별하다고 하니 괜히 그렇게나 특별한가, 사랑을 두고 삐뚤어진 생각을 자주 한다. 매번 사랑이 모든 감정 중 가장 상위의 감정인 것처럼 여겨지는 거 같아서 그런 게 있나, 감정은 다 특별하지 않나 싶어 다들 그렇게나 좋다고 하니 나만이라도 싫어하고 싶어 사랑이란 단어에는 진부하게를 빠짐없이 붙이고 소설이든 영화든 좋아하는 장르가 있냐 물어보면 좋아하는 건 너무 많지만 싫어하는 건 단 하나라며 로맨스를 말한다. 그래 놓고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할 거 같은 안은영, 습지에서 아마 사랑이었을 감정을 속삭이던 두 아이, 씨앗을 건넨 은결, 곤이와 강하를 아직도 가끔 떠올리는 건 얼마나 큰 모순인가.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모순이 표제작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가 너무 좋아 버려 거듭해졌다. 거기다가 이유리가 써낸 사랑은 연인 간의 사랑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 


이유리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진부한 사랑에 더 진부한 위로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라. 살짝 웃음이 날 정도로 너무 진부하다. 그런 진부함이 소재인데 이렇게 좋다니. 성재를 향한 사랑을 기체화 했을 때 그 색조차도 너무 진부하게 분홍색이었다. 진부해야 하는데, 가끔 언니들과 장난칠 때나 하는 ‘하~~~ 진부해’라는 걸 해야 할 정도의 설정인데, 진부함은 가끔 이렇게 신선함을 주는 건지 유려한 글을 써는 작가의 능력인지 진부하다의 뜻을 괜히 한 번 찾아볼 정도였다. 찾아보니, 진부한 건 나였다.

 

 비워낸 감정은 그 감정이 다시 차오르기 전까지는 불쑥 눈물이 터져버릴 정도의 공허함이 찾아오는 부작용이 있다. 부작용에 대한 대처는 따로 이뤄지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데, 수진은 새사람과 새사랑을 피우는 거로 시도해본다. 뒤에 내용은 너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 말을 줄이지만, 결말을 보고 진짜 어쩌면 이유리도 사랑이 생각보다 유달리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사랑에 회의적인 나라서 몰래 작가를 반사랑파에 끌고 오고 싶어서 그렇게 바라본 걸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 답할까. 진부한 질문에 진부한 대답을 하겠지. 대상이 사람이라면, 사람의 아픔은 내가 가져오고 행복은 나눠주고 싶은 거라고.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그런 사랑을 해봤냐 물어오면 나는 단숨에아니요라고 답하겠지. 연인간의 사랑을 제하고 온갖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나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을 앗아오더라도 존재하는지 궁금한 행복은 아주 소량이라도 남겨두고 싶다 생각하니. 내가 말한 사랑은 해본 적이 없는 거겠지. 싫다면서도 이렇게까지 생각해보는 그냥사랑입덕 부정기라고 해야 하나 고민된다, 남들은 어떤 사랑이라 하는지 어떤 사랑을 하는지 궁금해져 사랑도 읽어 볼까 아주 조금은 생각한다. 시작이 책이라 나쁘지 않게 진전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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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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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블루 - 이희영

- 삶이란 그런 것일까? 지도 한 장 없이 정확한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나는 것. 지금 걷고 있는 길이 과연 어디로 나를 이끌어 줄지 전혀 알 수 없는 불안한 초행길 말이다.
- 10년이란 세월을 길었다. 하지만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파일을 압축하듯 가슴 깊숙이 꾹꾹 눌러놓았을 뿐이었다. 추억은 사소한 자극만으로도 거짓말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 계절이 바뀌는 걸 변덕으로 보는 사람은 없어.
- 바림은 찬찬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혹여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 마음의 진심을 오역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 누구나 겪였을 이야기, 또는 겪고 있을 이야기.’엄마의 격려는 부담이 되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건 기대보다도 격려였나 보다. 무너질 수도 있는데 무조건 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시작된 격려가 싫었나 보다. 꼭 일어나야 하는 건가. 꼭 무너진 걸 다시 원상태로만 돌려야 하나. 다른 걸 만들어선 안 되나.
이 책은 무너졌을 때 일어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게 아닌 무너져도 된다는 말을 건네는 책이다. 무너지고 바로 일어나라는 게 아니라, 때가 되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라는. 물론 자꾸 말하는 ‘무너진다’는 지극히 타인의 시선으로 본 모습이겠지만.
그리고 나는 왜 모든 행위에 왜 목표가 있어야 하는지 진절머리가 난다. 그냥 좀 할 수 있지 않나? 책도 그냥 재미있어서 읽고 외국어 공부도 그냥 재미있어서 할 수 있지 않나. 왜 시작과 동시에 무슨 결과를 내라는 듯한 눈빛들이 끊이지 않을까. 나도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는 건 정말 잘 알지만, 나는 아직 너무 어린 거 같은데, 결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 정말 지금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두 번째 사진을 따로 첨부한 이유가 있다. 상대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불쑥 찾아오는 내 열등감을 들킨 기분이라 기분이 묘하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된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렇게 직면하니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누구의 행복에 먼저 박수를 건넬 수 있기를.
윈저 바이올렛에 일에 지쳤을지도 모르는 연예인에 대한 바림의 생각이 나온다. 연예인이라 하면 빠질 수 없는 대중들에 대한 평가에 대해 살짝 적어보고 싶다. 나는 굳이 나쁜 말을 모두가 볼 수 있게 명시해놓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맛없는 음식으로 규정하고 그 생각을 그대로 리뷰로 옮겨 쓰는 사람, 자신도 똑같은 이기적인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연예인에게는 잣대를 내미는 사람. 물론 연예인은 보는 눈이 많고 그 행위 자체를 따라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모든 게 sns으로 흘러가는 sns 공화국에서는 비연예인의 영향 또한 크지 않은가? 잘못된 유행은 아직도 만연한데 연예인에 비해 비연예인 다수의 행위는 적절한 행위로 포장되고 있는 거 같다. 연예인과는 상관없지만, 하나의 예를 들고 싶다. 벚꽃과 반려견을 함께 사진에 담기 위해 강아지를 던져 사진을 찍는 행위. 물론 강아지가 떨어지지 않게 했을 거로 믿고 싶지만 프레임 뒤에서 강아지가 떨어졌을지 던져지는 게 무서워 대소변을 지렸을지 누가 아나. 하지만 이게 sns에서 유행했다는 걸 안다. 과연 올바른 행위라고 할 수 있나? 모든 사람은 모든 행위에 떳떳하지 못할 거다. 잣대는 자신에게 먼저 내밀어 보자. 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비난과 비판을 구분해서 내뱉었으면 좋겠다. 모든 세상을 연예인이 어지럽히고 있다는 듯한 시선과 모든 세상을 연예인이 바꿀 수 있다는 듯한 시선부터가 모두가 꺼려 하는 연예인 공화국을 만드는 발판이지 않을까.
그리고 책의 내용과는 어긋날지 모르지만 괜히 낭만이 사라져가는 사회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니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내가 그리워져 울적해졌다. 아이유의 노래 드라마의 가사처럼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가 모두 나를 위해 피어난 줄 알았던 시절이, 세상이 온통 내가 해본 것과 아직 해보지 않은 것으로만 나뉘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까마득한 날을 그리워하며 나도 바림이처럼 온 세상을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바림질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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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존엄보장센터 함께 읽는 소설
남유하 외 지음, 김애연 외 엮음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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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존엄보장센터 - 남유하, 원종우, 김이환, 김주년 김창규

1. 국립존엄보장센터 - 남유하
내가 생존세를 내지 못해 국립존엄센터에 들어가게 된다면 24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쾌락을 좇을까 아니면 혹시 모를 아픔을 위해 더 이른 아픔을 택할까, 몰려오는 슬픔을 견디기 위해 더 큰 슬픔을 찾을까.
어쩌면 고령화 문제에 대한 지적 아닌 지적이 있다. 30년이나 지속된 센터이기에 시행 전은 전형준도 할머니도 거기에 혹여 가게 될까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즉, 노인들이 겪는 문제는 우리가 겪을 문제가 된다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가, 최근 장애인 시위가 생각나기도 했다.

2.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 원종우
나는 절대 맞지 않겠다. 삶응 주어진 축복이라기보다는 죽음으로 가는 시행착오이지 않을까. 하지만 젊음을 유지하는 약이라는 말엔 살짝 맞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주사를 맞아 계속 젊게 산다면 내가 자연적으로 살았을 나이보다 더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문에 갇혀 의미 없는 삶을 영위해가지 않을까?
죽음을 인지하고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있다는 식의 말이 인상 깊다. 죽음을 곁에 두어야만 용기를 낼 수 있다니. 노화로서 죽는 삶이 사라진 인생은 또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이할까 봐 모두 겁쟁이가 된다는 이야기. 정말 인상적이다.

3. 친절한 존 - 김이환
되게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말로 형용하기는 어려운 생각들만 든다. 인공지능에 종속해 인간이 산다는 이유로 테러를 하는 테러리스트가 인공 지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테러범이 한 말처럼 혹시 인공지능이 시킨 게 아닐까. 어쩌면 인공지능이 하는 것은 편리함을 위한 권유가 아닌 권유의 탈을 쓴 유도가 아닐까. 마블의 비전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울트론도 생각난다. 과연 선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은 선하기만 할 것인가. 모든 인공 지능이, 고도의 지능을 가진 모든 것들이 예외 없이 선할 수 있을까.

4. 인간의 이름으로! - 김주영
곳곳에 로봇을 혐오하는 인간이 숨어 있고 그들을 향한 범죄에 은근한 조력과 공감을 한다. 이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범죄를 일컫는 글이 아닐까. 여성, 동성애, 장애인, 노인, 아이, 인종, 다문화 등 여러 방면에 접목시킬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이 행하는 혐오는 그 인간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이 사회에서 혐오를 멋을 위한 치장으로 사용하기도 잘못된 형태의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범죄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글은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대한 비판이지 않을까. 인간의 이름으로. 가끔 사람들은 아니 생각보다 빈번하게 사람들은 자신이 신이 된 것 마냥 행동한다.

5. 유일비 - 김창규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 희망을 잃는 사람들은 유일비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자극적인 것만 좇을까.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희망을 잃게 만든 사람들이 희망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리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다른 희망을 찾을까. 아니면 이제는 자극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또 다른 굴을 팔까.

배명훈 작가가 SF를 읽는 법 중 하나로 모든 것을 은유나 상징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했다는 게 글에 실려 있다. 나는 SF를 좋아한다. 하지만 작가님이 추천하신 방식의 완전 반대로 읽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유명세에 닿지 않게 생각보단 별로였던 책 한 권이 생각났다. 생각보다 마음에 와닿지 않아 감상문에 그걸 담았었다. 올리기 전에 유명세에 끼고 싶어 수정을 하긴 했지만.
어쩌면 SF는 판타지와 상통하는 장르인데 나는 왜 굳이 사이언스 픽션에서 하나하나 의미를 찾으려고 했을까. 괜히 반성하게 되었다. 다음에 한 번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그 SF 책을 읽게 된다면 은유인지 고민하지 않고 상징인지 모색해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시 한번 받아들여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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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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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커버에 적혀있던 “오해 마시라. 이 소설은 죽은 소녀를 다룬 추리물과 전혀 다르다.”와 책 시작 부분에 ‘냉장고 속의 여자’를 다루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설명을 보자마자 두근거렸다. 과연 여성의 죽음을 어떻게 풀어냈을 것인가. 남성 인물의 각성, 재앙의 알림 등이 아니라 그 죽음을 어떻게 여성 중심으로 풀어낼 것인가.

최근 서평단으로 외국 작품을 자주 접하고 든 생각이 있다. 한국문학과 달리 외설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의 차인지 작가님의 특성 차인지는 쉽게 재단하지 못하겠지만 같은 소설이라는 장르임에도 간극이 꽤 크다.

우리는 언제까지 여성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그녀들의 죽음을 눈앞에 두어야 하는가. 엄마와 언니, 친구들 모두를 아울러 자매로 칭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자매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죽은 자매들을 보며 반복되질 않길 바라야 하는가. 언제까지 범죄들에게 주어지는 솜방망이 처벌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이 사회는 언제까지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된 피해자에게 질문을 던질까. 왜 그런 옷을 입었는지 왜 그런 화장을 했는지 왜 혼자였는지 왜 늦은 시간에 밖이었는지 왜 그런 곳을 갔는지 왜 그런 사람을 만났는지. 소름 끼친다 . 저런 질문을 던지는 인간들은 자신 안에 범죄자와 같은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저런 질문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여성들을 피해자로 방임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제목이 ‘네 이름은 어디에’가 아니라 내 이름은 어디에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죽은 여성들,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주는 메세지라면 ‘내’보다는 ‘네’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제목을 정할 때 이런 이유였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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