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업 캐피털리즘 - 시장급진주의자가 꿈꾸는 민주주의 없는 세계 Philos 시리즈 30
퀸 슬로보디언 지음, 김승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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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퀼 슬로보디언의 신간 <크랙업 캐털리즘>을 읽었다. 이 책은 제목의 뜻 부터 파악하고 들어가야 한다. 

크랙업 캐피털리즘 이란 시장급진주의자들이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오직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여러 ‘구역’의 건설을 시도한다. 그들은 국가를 부정하지 않고 세계에 ‘구역’이라는 ‘구멍’을 뚫어서 국가 질서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게 바로 크랙업 캐피털리즘 이다. 


생소한 개념이라 어려운 책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읽어보니 홍콩, 싱가포르 등 작가가 주장하는 각각의 구역의 예를 역사적인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서 어렵진 않았다. 그 나라나 지역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작가가 말하는 구역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또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송도나 북한의 경제 구역도 예로 들고 있다. 우리가 자유 시장을 추구하고 그것이 겉으로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자유도 없고,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있는 ‘구역’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번역자의 글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 투자를 추진했고 이를 위해 해외 자본에 맞춤 임금이 낮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간을 제공했다. 


옛날보다 우리나라도 형편이 나아지고 선진국이라고는 하나 노동시장에서 여러 문제는 계속 나오고 있고 저자가 주장한 시장급진주의자들이 전세계적으로 구역을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발전만 볼 게 아니라 그 이면을 계속 파헤치고 제대로 봐야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운다. 


자본, 시장, 신자유주의 관련해서 관심있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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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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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소설 <멜라닌>의 첫 문장이다. 


시작부터 모든 걸 다 말하고 시작하는 듯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독자에게 재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준다. 

공장 노동자의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은 파란 피부로 태어났다. 이책의 세계에서는 블루 멜라닌이란 병으로 불린다. 여러 추측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건 없다. 

아버지는 미국에 사는 사촌이  사는 지역으로 이민을 가자하고 어머니는 반대한다. 

그때 외할머니가 위독하단 소식에 어머니와 동생은 베트남에 들렀다 오기로 하고 아버지와 재일만 미국으로 떠난다. 엄마가 비자 만료 때까지 오지 않으면서 아버지와 재일만 둘이 같이 사는 미국 생활이 시작된다. 


재일이가 사는 시대는 우리와 같기 때문에 최근 굵직한 사건들도 소설에 등장한다. 박근혜 탄핵부터 대통령 선거 코로나19까지. 한국의 여러 일들도 나오고, 미국에서 그 시기 일어났던 사건들도 언급된다. 

재일은 초반엔 조용히 지내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파란 피부인 클로이 등 친구 몇 명과 가까워진다. 

인종 차별과 괴롭힘.. 사건들도 이어지고 그 사이에서 재일이는 성장한다. 


과거나 현재나 항상 소외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점을 작가가 불루 멜라닌이란 파란 피부를 가진 재일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재일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사건들로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장애인, 이민자, 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생각하고 돌아보는데 이 소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진 않지만 우리가 계속 이들을 얘기하고 알려야, 지워지지 않고 우리와 같이 살아갈테니까. 


 호흡도 빠르고, 인물들이 다큐처럼 그려져서 흡입력있다. 청소년 부터 충분히 읽을 수 있고, 또 현대사와 접목해 생각해볼 질문도 던지는 소설이다. 이 세상에 재일이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또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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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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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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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씨 이야기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장재은 지음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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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와 민주화 운동 기념 사업회 협업으로 민주인권 그림책 8권이 나온다. 그 중 총 3권이 같이 나왔다. 

이 중 <타오 씨 이야기>는 베트남에서 온 타오 씨가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하루를 담았다. 


타오 씨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한다. 그 안에서 힘든 점도 외국인으로 받는 차별, 힘든 일이 있지만 타오 씨는 잘 모를 땐 웃는다. 돈을 벌어야 베트남에 사는 부모에게 보내고 같이 사는 초등학생 딸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불법 이주민으로 쫓기는 친구를 만나는 장면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주 노동자 실태에 대해서는 다큐도 나오고 책도 있고, 가슴 아픈 사건들도 있었으나, 처우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타오 씨도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까지 있는 조건부로 한국에 있는 상황이다. 


가슴 답답한 현실에도 마지막 장면을 보면 독자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이제 우리나라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와 거주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 양육자, 성인 모두 같이 읽고 얘기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같이 사는 사회로 만들어 가길 바란다. 


같이 나온 책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과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 도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좋은 그림책이니 게 세 권 모두 독자들이 많이 읽고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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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마법사 ㉡ :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 가느다란 마법사
김혜진 지음, 모차 그림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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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고 주변에도 추천하고 좋아했던 가느다란 마법사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가느다란 마법사와 진짜 못해 강아지>는 가느다란 마법만 쓸 수 있는 마법사와 한 장짜리 마법의 책 타파하와 먼지 뭉치 쓸모가 동네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나선다. 그들은 못해 강아지를 만나고. 그 강아지는 유호 앞에만 보이는데.. 유호는 어떤 걱정이 있는 걸까? 마법사와 친구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가느다란 마법사는 김혜진 작가만의 판타지가매력적이다. 누가 다치거나 폭력을 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한다. 유호의 걱정이 뭉쳐 강아지처럼 보이면 강아지 털을 쓸어내린다. 우리가 걱정이 많을 때 마음을 다독이며 쓸어내리는 것처럼. 


제목에서부터 ㄱㄴㄷㄹ 순으로 한글이 나오고, 못해 강아지, 쓸모, 이 책에 처음 등장하는 종이 얼굴과 설마까지. 또 말이 이어지는 마법이 끝말잇기인데 그 끝말잇기가 이렇게 마법 요소로 쓰일 줄 말라고 재밌었다. 쓸모, 설마 등의 사전적 의미가 이야기에서 복선으로 쓰이면서 결말까지 이어지는게 흥미롭고 어느 무엇도 쓸모없는 건 없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가 여운이 깊다. 


2권에서 3권의 내용을 암시하듯 끝나는데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지고 얼른 만나고 싶다. 초등 중학년부터 무해하면서 귀여운 판타지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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