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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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이런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꼭 십대가 된 것 마냥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을 꼭 움켜쥐었다가, 한숨 쉬다 웃다 코끝이 찡해졌다. 

아이 밥 준비하다가도 잠깐 틈나는 시간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재미와 감동까지. 

책갈피에 있는 찬사가 괜한 찬사가 아니었다. 


제목의 아래층 소녀는 조 콴 이란 이름의 중국인 열일곱살 소녀다. 

그는 모자 디자인을 하고 싶단 꿈이 있었으나, 결국 모자 가게 에서 잘리고 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이 자랐던 페인씨 집 하녀로 다시 들어간다. 

자신을 돌봐주는 올드 진, 친구인 같이 일하는 노에미 등이 있으나 조는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않는다.

옳은 말은 못 참고, 자신의 주장을 할 줄 알고 하는 소녀. 그가 몰래 ‘스위티’라는 가명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그 칼럼이 유명해지며

예기치 않던 일이 벌어진다. 과연 조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작가인 스테이시 리는 중국계 미국인 4세로, 역사 배경, 판타지적인 요소를 포함한 소설을 잘 쓴다고 한다. 

이 작품이 첫 번역작이라 다른 작품들은 모르지만 이 책만 봐도 훌륭한 작가라고 느꼈다. 

1890년 여성 참정권 운동이 펼쳐지는 미국 애틀란타를 배경으로 인종 차별, 성 차별 등을 재밌지만 가볍지 않게 그리며 

캐릭터와 이야기, 문장 등이 재미있으면서 호흡 조절도 좋고 마지막 감동까지 다 잡았다. 

중간 중간 언어유희, 재치있는 문장도 보이는데 원서로 읽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와 네이선의 로맨스도 좋고, 요란스럽지 않고 숨기지만 숨길 수 없는 감정 묘사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이 점에선 루이자 메이 올컷이나 제인 오스틴이 생각나기도 했다. 

중국인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그 시대의 부조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이 점이 결말에 이르러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요즘 여성 서사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와서 좋은데, 이 책도 그런 의미로 청소년들이, 특히 여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자녀나 조카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십대 시절로 돌아가 그때 명작 소설을 읽고 잠 못 이루던 생각이 나서 고맙고 행복했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나오면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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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먹는 기분 - 정은 산문집
정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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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작가가 이전에 냈던 독립출판으로 나왔던 여행기가 새로 다듬어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왔다. 

네개의 챕터로 나눠져 보통 책 판형보다 길쭉하고 사진이 먼저 열장 내외 나오고 뒤에 글이 나온다. 

진회색 표지에 내용이 연상되는 선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그림이 책과 잘 어울린다. 

사진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지만 사진을 먼저 보고 여행을 간 것처럼 그 기분을 미리 느끼고 글을 읽는 구성이 좋았다. 

글을 읽으며 앞으로 돌아가 사진을 확인하며, 독자도 작가가 앞서간 발걸음을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책 내용은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 여행, 외국의 도시들, 그리고 한국에서 이야기다. 

마지막 한국에서 이야기가 나오면서 꼭 여행을 떠났다 착륙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좋지만, 미국 대도시에서 느낀 계급의 차이나, 한국에서 일도 많이 와 닿았다. 빛과 그림자 처럼 살아남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벗어나는 여행이 공존하니까.


작가는 일년에 한 번은 여행을 가야 했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여행가기 어려운 시기이다. 이 책은 그 여행을 대신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가워 할 책이다. 이젠 예전만큼 여러 이유로 여행을 맘 놓고 다니긴 힘들지만, 이 책으로 대신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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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 인간은 왜 취하고 상처 내고 고립되는가
마쓰모토 도시히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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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신과 의사가 월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살아남으려고 약과 술 등에 의존해 고통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만나며 자신도 변화하고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는 저자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의사가 쓴 에세이가 많이 나온 편인데 책을 몇 권 읽은 바로 비교하면 

이 책은 자신이 몰랐던 점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가족이 있었기에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 그때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고 사고를 치고 그리고 왜 반복할까. 


이 책을 읽으며 뭔가에 중독되는 건 그만큼 타인과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우린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 때도 있지만 왜 그걸 견디거나 이겨내는 방식이 다른지. 

저자도 처음에 놀랐던 자조 모임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의지를 다지는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면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약이나 술을 찾진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존증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때론 실망하고 힘들어도

타인과의 연결의 끈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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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의 목소리 1~3 세트 - 전3권 (완결) - 탑꾸 세트(포토카드 4종 + 탑로더 1종 + 스티커 1종)
정해나 지음 / 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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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사랑해본 적 있다면 가슴 저리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선 하나 단어 하나를 섬세히 그린 작가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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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얼티프리 - 동물과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생활
린다 뉴베리 지음, 송은주 옮김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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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후 위기가 턱 밑까지 올라왔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을 두렵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저자는 어린이, 청소년 소설 작가로 오랜 시간 환경 단체를 후원하고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목 크루얼티 프리 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이란 뜻이다. 제목도 생소하고 내가 잘못한 것만 생각하다가 서문부터 빠져서 즐겁게 읽었다. 

기후 위기가 즐겁다?! 라니 맞지않는 표현 같지만 작가는 심각한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계속 기운을 북돋아준다. 


난 반려 동물을 키우지 않고, 사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항상 마음 찔리는 게 있었는데, 책에서 내 인생 지표로 삼을 문장을 발견했다. 

“공정함을 지키고 잔인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모든 이를 위한 선택이다.” P.21


그렇다. 난 인간이 어떤 생물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구를 함부로 쓰고 훼손한 인간이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책 초반부터 작가가 이건 이런 책이라고 확실히 얘기해줘서 좋았다. 


작가는 먹고, 입고, 쓰고 버리는 거의 모든 범위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렵지 않다. 

왜 채식은 하냐고 묻지만, 고기는 왜 먹냐고 묻지 않는지 의문을 던지고, 패스트 패션, 동물원 존속 논란에 대해 쉽지만 정확한 언어로 주장한다. 


그리고 여러 환경 단체와 우리가 야생 동물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이 책에선 역자가 우리나라 단체들을 소개하고, 옮긴이 주에서도 우리나라 현황에 대해

따로 표기해서 비교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옮긴이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다른 종의 희생을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없다. 우리는 지금 우리를 떠받친 세상을 토대까지 뜯어먹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발밑이 어물어질 것임을 알지 못한 채.”


작가가 책 말미에는 딴지를 거는 사람들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도 알려준다. 작가가 목소리를 보태고 싶지 않냐는 말에 대답하지 않을 독자는 없을 거다. 


올해 세탁세제는 알약 모양으로, 수세미도 천연으로 바꾸고 샴푸도 유해하지 않은 걸 찾아서 쓰고 점점 하나씩 바꾸고 있다. 

사실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힘을 얻었다. 나도 모순적인 모습이 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작가가 원래 제목으로 하려고 했던 ‘친절하게 살자, 가볍게 걷자.’를 모토로 삼고 하나씩 해나가기로.


독서 모임에서 읽기도 좋고, 기후 위기라는데 있을까 의심이 든다면 책으로 시작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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