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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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F 소설 앤솔로지가 많이 나온다. 이번엔 사계절 출판사에서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를 소재로 다섯 작가의 단편이 담긴 책이 나왔다. 

심청전, 해와 달, 흥부전, 별주부전, 장화 홍련전 을 재해석한 소설들. 소개만 듣고도 궁금했는데 다섯 편 모두 색깔이 달라 흥미로웠다. 


김이환 작가만의 세계를 좋아해서 <밤의 도시>가 궁금했는데 해와 달을 이렇게 해석하다니 우선 놀랐고, 밤만 있는 도시에 고장난 해라는 이미지와 해 근처에 예전 물건을 찾으러 가는 두 주인공. 그들의 대화와 벌어지는 일들이 끝까지 집중하게 한다. 반전으로 보이는 결말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힘든 일도 어쩌면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단순하지 않을까? 되물어 보면서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결말이었다. 


<깊고 푸른>의 심청이는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의 모습 같았다. 영리하고 용감하며 좌절한 아버지에게도 힘을 주려고 하는 체구는 작아도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마지막엔 내가 속이 시원할 정도로 통쾌했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작가들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앤솔로지를 읽으면 새로운 작가들도 알게 되고, 취향의 작가를 만날 수도 있다. 소설 좋아하는 분들,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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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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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 책의 마지막 챕터를 읽는 내내 울었다. 눈물이 많은 나도 잠도 다 못 깬 아침에  눈물이 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난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이 책은 리베카 솔닛의 첫 회고록이지만 서문에서 그는 회고록이자 회고록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집단적인 맥락 속에서 담았다고. 작가가 젊었을 적 오래 살았던 집을 시작으로, 동네 흑인 사람들, 게이 친구, 미국 원주민 문제를 조사하며 겪은 일, 젠더 문제, 작가로 자리 잡기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체로 시간 순서대로지만, 이 책은 제목대로 유명 작가가 되기 전 내용이 반 이상이다. 제목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은 리베카 솔닛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자신의 언어를 찾으러 부단히 노력하고 자리잡으려고 했던 기억들을 말한다. 그래서 세상엔 없었다. 작가 표현대로 지워진 ‘비존재’ 시절이다.  


그런 시절을 겪고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성공을 거두고 리베카 솔닛은 지금까지 꾸준히 써왔고, 우리나라에도 많이 번역됐다. 나도 많이 읽진 못했지만 이 책이 다섯 번째로 읽는 리베카 솔닛 책이였으니까. 처음에 나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알게 돼서 속 시원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멀고도 가까운> 때 그 편견이 깨졌고 이번 책은 작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 번 작가의 시선과 문장, 내용 모든 것에 감탄했다. 꼭 마른 화분이 물을 쭉 빨아들이듯 솔닛의 모든 문장에 내 눈과 머리와 마음 온 몸으로 흡수됐다. 


포스트잇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좋은 내용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 책이 한 권 더 있어, 나눔해야지 하고 붙였던 포스트잇을 중반엔 후회할 정도로.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책에 다 연필로 쓰고 붙이고 했을텐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언어를 찾았고, 또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작가의 태도와 지워진 여성의 존재를 어떻게 알릴지, 그와 더불어 인종, 환경 문제에도 발벗고 나서는 이야기가 아름다움 문장으로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나의 고민이기도 한 언어를 찾는 문제가 와 닿았다. 글을 쓰는데는 자신감보다 신념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는 문장도 절절히 공감했다. 글을 쓰고 책은 내는 것 보다 나의 단어와 문장을 찾는 게 먼저라고 요즘 생각하기 때문에 아래 문장을 읽으며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우리는 자신이 겪은 혼란스럽고 유동적인 경험 중 일부만을 선별하여 종이 위에 모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글쓰기는 대리석 덩어리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다. 거친 강물에서 겨우 몇줌의 부유물을 건져내는 일이다. 그 찌꺼기를 어떻게 잘 늘어놓아볼 수는 있겠지만, 강 전체를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164)


이 문장 말고도 마음에 남을 내용은 많고, 마지막 챕터에서 눈물을 쏟았던 문장은 이 책의 주제라 여기서는 비밀로 한다. 읽은 분과 같이 꼭 나누고 싶다. 


리베카 솔닛을 좋아하는 독자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누구라도 책에서 마음에 담을 문장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나처럼 울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도 우리에게 감정을 나누고 우리가 이런 시간을 겪었고 힘들었지만 우린 살아낼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낭독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이라도 같이 2 정도 챕터씩 따로 읽고 나서 모여서 마음에 담은 문장들을 낭독하고 싶다. 그때 마지막 챕터 이야기를 나눈다면 눈물이 날지 몰라도 그땐 웃으며 책을 마무리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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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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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챕터를 읽으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도 우리의 돌로 성을 지을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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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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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가 그리스로마신화에 빠져있다. 정확히는 학습만화 그리스 로마신화에 빠진거라 누가 누구 아들이고 딸이고 재미있거나 멋있는 장면을 좋아한다. 이런 학습만화에서 글이 있는 책으로 어떻게 넘어가나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하지만, 아이에게 이 책은 읽지 말고 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 그때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신간을 권하곤 한다. 이 책 #고대그리스 도 아이가 좋아하겠다 싶어 읽고 싶었고 좋은 기회로 읽게 됐다. 


<고대 그리스>는 책세상 어린이에서 나온 똑똑 세계사 시리즈 4권 중 한 권이다. 다른 책들 이집트, 로마, 해적도 다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이 가장 흥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조금씩 읽고 있는데 아이와 내가 재미있어 하는 포인트가 달랐다.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했고, 이윤기 작가 책도 읽었지만 고대 그리스에 대해 몰랐던 게 많았고, 새로운 정보를 알게 돼서 재밌었다. 아이는 아무래도 헤라클레스의 열 두 가지 임무가 나온 만화 부분이나 신화 관련된 내용을 좋아했다. 


단순해 보이는 그림체지만 정보가 꼼꼼하게 담았고, 그 시대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와 이야기 나누기 좋다. 보통 그림책 보다는 글이 꽤 많아서 한글 떼고 읽기 시작할 때 양육자와 같이 읽어주면서 연습하면 딱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좋아하는 친구들도 흥미있게 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인들의 식단과, , 학교, 학자 등등 모든 담겨 있으니 책을 시작으로 아이가 관심있는 다른 책들로 뻗어나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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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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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취미는특기악플은막말 로 생각학교 (생각정원) 출판사에서 나오는 앤솔로지를 처음 접했다. 원래 김이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관심 있었는데, 악플을 주제로 5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읽고 청소년의 고민을 공감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엔 두번째 앤솔로지 <어느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를 만났다. 참여 작가들은 조금 바뀌었지만 김이환 작가님 신작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이번 단편집의 주제는 몸이었다.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 내 몸에 변화가 있던 날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좋았던 기억이면 좋을 텐데 사실, 나쁜 기억이 더 많다. 생리대 사용법도 익숙하지 않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때 이런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텐데 생각도 들고 반가웠다. 

각각의 신체가 소재로 나오고 두 편은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 네 살, 내 사랑 오드아이>에선 요즘 많이 쓰는 컬러렌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 예상못한 결말을 향해간다. 두 주인공이 대화나누며 이해해가는 과정이 따뜻했다. 


<소녀들의 여름>은 이야기내내 여름 냄새가 난다. 땀 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헤어스타일이 다른 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 주인공의 취향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지아의 새로운 손>은 두 손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 기계 손으로 살고 있는 지아의 이야기다. 기계손인 다른 친구를 만나 서로 사는 곳, 형편도 다르지만 우정을 나눈다. 두 곳 다 문명이 파괴됐던 곳이지만 지아가 사는 곳은 돈을 없애고 모든 것을 다 나누고 무료로 하는 걸 선택했고, 다른 도시는 뭐든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것도 많이 필요한 곳이다. 원인은 달랐으나 결과는 다른 두 도시 이야기에 이번 대선이 겹쳐지면서 결국 우리와 나라, 지구를 위하는 건 무엇일까 생각도 해봤다. 


어른이 되어도 몸을 긍정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읽으면서 몸을 아껴야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지 생각도 해본다. 잊고 살다가도 나는 내가 끌어안아줘야 한다는 . 책을 통해  소개에 나온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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