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아침 이 책의 마지막 챕터를 읽는 내내 울었다. 눈물이 많은 나도 잠도 다 못 깬 아침에  눈물이 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난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이 책은 리베카 솔닛의 첫 회고록이지만 서문에서 그는 회고록이자 회고록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집단적인 맥락 속에서 담았다고. 작가가 젊었을 적 오래 살았던 집을 시작으로, 동네 흑인 사람들, 게이 친구, 미국 원주민 문제를 조사하며 겪은 일, 젠더 문제, 작가로 자리 잡기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체로 시간 순서대로지만, 이 책은 제목대로 유명 작가가 되기 전 내용이 반 이상이다. 제목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은 리베카 솔닛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자신의 언어를 찾으러 부단히 노력하고 자리잡으려고 했던 기억들을 말한다. 그래서 세상엔 없었다. 작가 표현대로 지워진 ‘비존재’ 시절이다.  


그런 시절을 겪고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성공을 거두고 리베카 솔닛은 지금까지 꾸준히 써왔고, 우리나라에도 많이 번역됐다. 나도 많이 읽진 못했지만 이 책이 다섯 번째로 읽는 리베카 솔닛 책이였으니까. 처음에 나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로 알게 돼서 속 시원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멀고도 가까운> 때 그 편견이 깨졌고 이번 책은 작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 번 작가의 시선과 문장, 내용 모든 것에 감탄했다. 꼭 마른 화분이 물을 쭉 빨아들이듯 솔닛의 모든 문장에 내 눈과 머리와 마음 온 몸으로 흡수됐다. 


포스트잇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좋은 내용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 책이 한 권 더 있어, 나눔해야지 하고 붙였던 포스트잇을 중반엔 후회할 정도로.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책에 다 연필로 쓰고 붙이고 했을텐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언어를 찾았고, 또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작가의 태도와 지워진 여성의 존재를 어떻게 알릴지, 그와 더불어 인종, 환경 문제에도 발벗고 나서는 이야기가 아름다움 문장으로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나의 고민이기도 한 언어를 찾는 문제가 와 닿았다. 글을 쓰는데는 자신감보다 신념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는 문장도 절절히 공감했다. 글을 쓰고 책은 내는 것 보다 나의 단어와 문장을 찾는 게 먼저라고 요즘 생각하기 때문에 아래 문장을 읽으며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우리는 자신이 겪은 혼란스럽고 유동적인 경험 중 일부만을 선별하여 종이 위에 모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글쓰기는 대리석 덩어리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다. 거친 강물에서 겨우 몇줌의 부유물을 건져내는 일이다. 그 찌꺼기를 어떻게 잘 늘어놓아볼 수는 있겠지만, 강 전체를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164)


이 문장 말고도 마음에 남을 내용은 많고, 마지막 챕터에서 눈물을 쏟았던 문장은 이 책의 주제라 여기서는 비밀로 한다. 읽은 분과 같이 꼭 나누고 싶다. 


리베카 솔닛을 좋아하는 독자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누구라도 책에서 마음에 담을 문장을 발견하고 공감하고 나처럼 울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도 우리에게 감정을 나누고 우리가 이런 시간을 겪었고 힘들었지만 우린 살아낼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낭독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이라도 같이 2 정도 챕터씩 따로 읽고 나서 모여서 마음에 담은 문장들을 낭독하고 싶다. 그때 마지막 챕터 이야기를 나눈다면 눈물이 날지 몰라도 그땐 웃으며 책을 마무리 있을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