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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정소연 작가의 에세이로, 그 동안 지면에 발표한 칼럼, 에세이, 해설 등을 모은 책이다. 칼럼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이 책이 궁금했다.
각 챕터 분량은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쓴 글을 묶었고 이 나라에 살며 보고 들은 일이라 책장이 쉽게 넘어가진 않았다. 처음엔 SF작가님 답게 제목을 지었구나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제목대로 세상엔 악당이 많았다.
성소수자, 갑질, 비정규직, 페미니즘, 미투 등 최근 몇년 사이 사회문제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맞서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도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만큼 작가는 변호사, 작가, 번역가 뿐만 아니라, 국제결혼한 외국인에게 한글도 가르치고, 학업이 어려운 아시아 나라 여학생들 학비도 보탠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실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난 뭘 할 수 있을까? 되물었다. 답이 쉽게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겠다고 이 책이 다시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투사처럼 외치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울컥했던 챕터는 세상이 지옥일지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글이었다. ‘손을 놓아야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은 순간이 온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혐오로 그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잃고 싶지 않다. ‘차별없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라는 말이 사무치게 와 닿았다.
작가님 SF작품은 단편만 몇 편 읽어봤는데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책 후반부에 실린 해설을 보며 번역하신 작품들도 궁금하다. ‘2021년 한국이 지옥이라고’ 얘기했지만 그래도 손을 잡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 말에 나도 공감한다. 이 세상에 분노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