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믹스처 -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대 DNA의 대답
데이비드 라이크 지음, 김명주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믹스처는 유전학자 데이비드 라이크의 첫 책으로 현장에서 직접 겪고 느낀 유전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고대 인류의 DNA를 분석해 고대 인류가 언제 이동하고 인류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그들의 DNA가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연구한다.
겉표지만 보고 어려울까 겁을 먹긴 했지만 역시 읽는 게 만만치 않았다.
총 3부로 나눠진 이 책에서 1,2부는 고대 인류의 DNA를 연구한 내용이다.
자료도 많고 꽤 전문적인 이야기라 이해하는 게 쉽진 않았다.
게놈, DNA 보다 난 교잡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기억으로 인류 역사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이 정도 단어만 기억만 남아있는데,
이 책을 보니 인류 역사를 단순히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자 말대로 아직도 연구가 더 진척되야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 인류는 과거에 세 네번의 큰 이동이 있었고 수많은 교잡 끝에 지금 현재인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결국 인종차별이나 순혈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고대 DNA는 매우 다른 집단들 사이의 대규모 이주와 교잡이 인간의 선사 시대를 만든 중요한 힘임을 입증했다. 순혈 신앙으로의 회기를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는 엄밀한 과학에 역행하는 것이다
p.175
1,2부의 연구를 바탕으로 저자의 통찰력을 보여준 3부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고대 DNA와 고고학에서도 남녀 불평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부 남성은 현대 자손에게 칭기즈칸 보다 많은 DNA를 남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 점이 변이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소수의 남성에게 절대적인 권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불평등이 있었다는 증거가 게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금도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증거를 가볍게 넘기지 못할 것 같다. 물론 불평등을 인간 본성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역사의 교훈은 그 반대를 가르쳐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안의 악마와 맞서 싸우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우리 몸에 새겨진 사회적* 행동적 습성과 끊임없이 싸우는 것은 종으로서 우리 인류가 할 수 있는 고귀한 행동 가운데 하나이고 인류가 거둔 승리와 성취 대다수도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불평등에 오랜 역사가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 이상, 우리는 더 섬세한 방법으로 그것에 대항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p.328
DNA 연구를 통해 인종마다 유전적 특징이 다르지만, 그 중 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류 역사에서 집단의 교잡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는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이 내용에서 난 코로나 19 사태를 떠올렸다. 이 책은 질병만 다루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행동이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다는 사실. 이 다음 문장을 읽으며, 놀라면서 감동받았다.
이런 연결의 내러티브는 설령 내가 성서에 등장하는 여성 가장이나 가부장의 자손이 아니라 해도 유대인임을 느끼게 한다. 설령 내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유럽 또는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이주한 사람들의 자손이 아니라 해도 아메리카임을 느끼게 한다. 나는 영어를 말하지만 영어는 100년 전 내 조상들이 사용했더 언어는 아니다. 내가 속한 지적 전통은 유럽 계몽주의지만 그것은 내 직접적인 조상이 속한 전통이 아니다. 설령 내 조상들이 그런 것들을 발명하지 않았다 해도 설령 내가 그것들과 밀접한 유전적 관계가 없다 해도 나는 그런 것들이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개인의 조상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게놈 혁명은 우리에게 공통의 역사를 제공한다. 우리가 적절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런 역사는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악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고 우리 모두가 인류의 유산을 물려받을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p.362
앞으로 DNA 연구, 게놈 혁명은 어떻게 될까. 저자는 고대 DNA 연구는 전문화 될거라고 전망한다. 과거 나치 독일이 있었듯이 인간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항상 좋은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DNA 연구 결과를 인종, 민족주의적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데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며 이 책을 마친다.
유전학, DNA를 다룬 책은 처음이었고, 내가 제대로 이해를 했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3부에서 이야기는 흥미롭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서 좋았고 기뻤다.
어렵지만 우리 인류의 기원을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다만 1,2,부의 큰 산맥을 하나 넘으면 멋진 풍광이 볼 수 있다는 것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