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단어 -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르네 피스터 지음, 배명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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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인 르네 피스터의 <잘못된 단어>를 읽었다. 

이 책의 저자의 위치가 독특한데 독일 기자지만 주로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사람들에게 미국의 정치와 사회적 현상을 보여주며 우리도 이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게 주 내용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건, 진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거나 아니면 과거의 잘못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나, 문제가 되는 일이 있다는 거다.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날수록 양극화는 심해지고 사람들의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어렵고,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주장한다. 


독일에 사는 저자가 미국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 우리나라 실정에 딱 들어 맞진 않는다고 느꼈다. 

주로 예를 드는 SNS인 트위터는 우리나라에선 소수만 한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페미’라고 부르며, 페미니즘이 나쁘다고, 여성 우월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직접 들은 얘기다)  있었다.


계속 평행선만 달릴 순 없고,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독단적인 좌파의 모습도 있을 거다. 작가가 근거로 든 사례들을 보며, 우리나라도 이런 사례들이 있나 돌아보았다. 뾰족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서로 극단적으로 대하면 답은 안 나올텐데, 우리나라 정치에서 언제 제대로 토론하는 걸 본 적이 있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이 책을 읽으며 사상 검증 구역 : 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서로 어떤 성향인지 모르고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살면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누군지 모르고 의견이 나누는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꿈같은 얘기지만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명함, 직함을 떼고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사람 대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면 양극화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까. 책을 읽고나니 여러 의문과 무거운 질문만이 남는다. 우선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전히 제대로 일할 사람들이 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꼼꼼히 살펴보며 제대로 된 투표를 해야겠다. 그리고 무조건 반대가 아닌 보다 나은 타협은 가능한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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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 여자의 죽음으로 사랑을 다시 읽는다 허사이트 시선 총서 3
윤단우 지음 / 허사이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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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이 책은 공연 취재와 비평을 하는 윤단우 작가가 고전을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미치거나 병들어 죽는 여자들, 여자에게 사랑이 없는 삶은 죽음, 남자에겐 죽일 권리가 있다 

총 세 챕터로 고전들을 나누고 소개와 해석을 통해 우리에게 기존에 읽었던 방법과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반 정도는 읽고 아는 작품이었고 다른 작품들도 유명한 작품이라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다. 

이렇게 여성주의 시각에서 고전을 들여다보는 책들이 나오는 게 반가웠고, 어렸을 때 별 생각없이 읽었던 고전들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 의미있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오랜 시간 고전에서 여성은 수없이 죽었고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했다. 이게 꼭 사랑이라는 이유 뿐만은 아닐거다.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쓰고 우리도 그걸 생각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미 그 움직임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 SF소설이나, 다양한 여성작가의 소설, 에세이 등에서도 다양한 여성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직접 목소리를 내지 못한만큼 앞으로 모든 여성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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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Philos 시리즈 27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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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북서퍼 2기로 참여하며 이 책을 받고 반가웠다. 저자의 책인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잘 읽었고 그때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이다.


제목대로 아무 지식도 없는 무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이다. 기존 자본론 기본서와 달리 이 책은 TV프로그램 강연에서 시작했고 글로 다듬어서 자본론을 모르는 대중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자본론 일부 내용을 저자가 해석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출판되는 입문서 중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하는 책들도 많다. ‘쉽게 써야’ 사람들이 읽는다고 생각해 그 점만 신경쓰면 변죽만 울리다 끝난다.  있어 보이는 문장들만 나열한 책도 있다. 그래서 어떤 분야의 입문서, 기본서가 읽고 싶다면 청소년 대상 책을 찾아 보는게 실패할 확률이 훨씬 적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훌륭한 입문서, 기본서다. 저자는 쉽지만 깊이있고, 정확한 언어로 설명한다. 예로 든 일본의 상황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할 이야기이고 차분한 논리로 독자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이 지난 자본론을 왜 들고 온 것일까?’ ‘소련이 몰락했으니 자본론도 필요없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에 반박한다. 우리는 왜 예전보다 똑같이 일하거나 더 일해도 편하게 살 수 없는지, 분업을 해도 일은 줄어들지 않고, 기후 위기가 닥치는지 저자는 자본론에서 이런 문제 해결책,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오래 일하지만 여유가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자급 자족이 안되므로, 상품을 사야하므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필수인력 자리 보다 불쉽잡(쓸데없는 회의, 캐치 프레이즈 등)만 늘어난다. 매 페이지마다 체크하고 동의하고 싶은 문장이 많았다. 


나도 요즘 생각하는 건 ‘사람들이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일하면’ 꽤 많은 사회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점이다. 하지만 기업과 부를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탈성장 코뮤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 협동조합 등 서로 함께 모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관리하는 걸 말한다.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각자는 그의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그의 필요에 따라!” 

<마르크스 전집 19권 21쪽 ‘고타강력비판’ 중에서> 


더 이상 성장이 필요한 시대는 지났다. 생산은 부족하지 않다. 과도한 생산은 부족한 국가나 지역으로 재분배를 해야 한다. ‘탈성장 코뮤니즘’은 2021년 다다서재에서 나온 지속불가능 자본주의에서 자세히 나오므로 이 책에 이어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자가 말하는 걸 당장 실행할 수 없을지라도 보다 지역 경제와 문제에 관심 갖고 할 수있는 걸 실천하겠다. 저자의 다른 책과 앞으로 나올 책도 챙겨 읽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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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슬럿 - 젠더의 언어학 Philos Feminism 3
어맨다 몬텔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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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게 또는 여자답게 말하라 는 얘기를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목소리가 조금 커지면 어디 여자가 목소리를 크게 하냐고. 지금 생각해봐도 어이없는 일이다. 틀린 얘기도 없는데 목소리 큰 게 무슨 문제일까. 


저자도 이런 이야기가 궁금했다. 언어학자이자 기자인 어맨다 몬텔은 왜 언어가 젠더에 따라 다르고 차별받고 부조리한지 영어 역사부터 짚어가며 하나 하나 따진다. 본인 스스로 언어 덕후를 자신하는 만큼 자료 조사를 했겠지만 수많은 언어 역사와 정치인, 연예인 언어학자의 연구 등 사회언어학 전반적인 연구까지 다양한 예시와 근거를 들어서 읽는 내내 재밌으면서도 화가 나기도 했다. 


전세계가 그렇다. 이 책에도 나오는 문법에도 젠더가 나뉘는 예시 (불어 등) 만 봐도 알 수 있다. 언어의 기본형은 남성, 하지만 비속어는 여성에 대한 게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이 책의 한국 버전으로 먼저 떠오른 책은 이라영 작가의 <정치적인 식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여성을 음식 또는 먹는 행위에 비유한 언어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비하표현도 많다. (김치녀, 된장녀 등) 워드 슬럿에서도 지적하지만 남성의 비하표현은 또 여성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오염된 언어를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이 책 마지막 장에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보는데 결론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좋은 쪽으로 바라는 사람이 많으면 그쪽으로 바뀔 거라고. 그래서 저자가 you know, 알잖아를 자주 쓰는 여성의 화법을 긍정하는 챕터가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불확실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연대와 공감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젠더를 차별하지 않고 말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계속 지향해야 한다. 내 언어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예민하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직시해야 하는 문제이다. 나부터 점검하며 내 언어와 상대방의 언어에 촉각을 세우고 다듬어 나가야겠다. 더불어 이 책에 가장 많이 언급된 데버라 캐머런의 페미니즘 기본서인 제목 그대로 페미니즘, 이 책도 추천한다. 페미니즘 첫 책으로 시작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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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강낭콩 이야기친구
김원아 지음, 이주희 그림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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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이 학교에서 온 책읽기로 김원아 작가의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를 읽었다. 

아이가 자기도 3학년이고 7번이라며 반가워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1,2>도 같이 잘 읽어서 이번 신간도 반가웠다. 


<너와 나의 강낭콩>은 4학년 교실에서 강낭콩을 키우며 준영과 기훈이 부딪치고 또는 싸우다 마음을 푸는 과정을 그렸다. 친구와의 다툼, 부모와 갈등, 친구가 좋아지는 마음 등 이 나이 또래라면 충분히 겪는 일들을 세심하게 담았다. 아이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오해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마주 보는 게 강낭콩이 자라는 모습과 맞닿아서 좋았다. 강낭콩처럼 싹이 나서 줄기가 얽히고 어떤 화분은 잘 자라지 못해 꽃을 늦게 피우기도 하지만 결국 다 열매를 맺는다. 콩이 몇 개인 건 중요하지 않다. 또 그 콩을 심어서 다시 강낭콩을 키울 수 있으므로. 


아이가 어렸을 때 작은 화분을 갖고 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이렇게 세심하게 화분을 들여다 본 적 있었나 나를 돌아본다. 강낭콩처럼 아이들도 자란다. 잘 몰랐다가 어느새 돌아보면 훌쩍 자랄 아이들. 매일 더 잘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지만 좀 더 세심히 들여다 봐야지 아이들의 변화를 봐줘야지 생각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면, 강낭콩이나 식물을 직접 키우며 기록할 수 있는 일지도 부록으로 받을 수 있다. 초등 저학년부터 양육자와 같이 읽고 식물을 키우며 얘기나누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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