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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 “저처럼 우울한 엄마들이 진짜 있나 궁금해서 왔어요”
수미 지음 / 어떤책 / 2023년 10월
평점 :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장면들.
장면 1.
아이가 3-4개월 쯤인가. 조리원, 산후 도우미도 끝나고 도와주던 엄마도 본가로 가셨다. 이직 준비중이던 남편도 새 직장에 출근하고 나와 아이만 거실에 있던 오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서 해가 잘 안드는 창밖을 내려다 봤다. 떨어지면 어떤 기분일까. 순간 든 생각에 무서웠다.
장면2.
아이 24개월 영유아 검진을 하고 소아과 건물을 나와 아이가 탄 유모차를 길 한 켠에 세워두고 펑펑 울었다. 의사 앞에선 절대 울지 않겠다고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돌 되기 전부터 계속 느리다던 아이 발달. 그때 의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 잊었다. 그런 얘기였을 거다. 엄마를 탓하는 말. 이러면 애가 큰일난다는 말. 기억하면 괴로웠기에 살려고 잊었다.
그 밖에도 떠오르는 여러 기억들.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위로받았다.
이 책은 작가가 우울증 진단을 받기 전부터 진단을 받고 나서 그리고 치료받고 생활하는 이야기, 작년부터 시작한 우살롱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모임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작인 애매한 재능도 잘 읽어 이 책이 궁금했고 운 좋게 서평단 참여로 읽으며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작가님과 때로는 친구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이건 나만 읽으면 안된다며, 몇 구절은 남편에게 읽어주었다. (남편분과 육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 육아 관련 구구절절 공감한 얘기도 많았지만(아무리 대충해도 끝이없는 집안일.. 소아과 찾기 어려움, 소설 보다가 중간에 끊기 등등) 또 좋았던 건 작가가 공부하며 쓴 얘기라는 점이다.
우울증 관련 책을 비롯하여 페미니즘 등등 여러 책을 인용하고 작가가 삶에서 실천하는 모습은 나에게도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책을 읽으며 난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지나왔나 돌아보니, 여러 일이 있었다. 첫번째는 아이 7개월 때 아파트로 이사간 것.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반경이 넓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지금은 안 하는 모임이지만 아이 3살 때 독서 모임을 시작한 것.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모임을 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책이다. 그리고 책으로 만난 사람들.
아이가 주는 기쁨을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지만 아직도 육아와 돌봄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다. 아이를 키우는 보람만으로 살기엔 그 무게가 너무 무겁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우리부터 편견을 거두고 엄마도 우울할 수 있고 힘들고 그런 어려움을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시작이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걸 허락해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책에 작년에 다른몸들에서 주최한 강연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때 참여했던지라 반가웠고, 작가와 우살롱 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책으로 연결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위로받을 수 있길. 육아 동지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