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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 SF 작가 최의택의 낯설고 익숙한 장애 체험기
최의택 지음 / 교양인 / 2023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02/pimg_7375871784069285.jpeg)
최의택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아니, 나만 보았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휠체어를 타고 온 분을 멀리서 보았고, 책을 사랑하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도서전이 끝나고 작가가 기고한 에세이를 보고 알았다. 아 그분이었구나. 작가와 내가 경험한 도서전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2021년 제1회 문윤성 SF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알려진 최의택 작가의 에세이다. 책을 읽기 전, 조금 무겁고 슬프겠지? 생각했고 <비인간>을 읽으며 궁금했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풀고 싶은 궁금증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덕질을 하는 작가는 나와 비슷하다. 장애를 체험하며 수술을 하고 글을 열심히 쓰던 시기를 지나 소설가가 된 작가를 나는 경험해 본적 없지만 그 시선을 따라가본다.
작가는 독자의 예상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장애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작가는 솔직히 말한다. 처음엔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설을 쓰면서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자신이 반장으로 계속 뽑히고 마음껏 누볐던 초등학교 생활도 그립지만, 한 자모씩 쓰는 글쓰기의 고단함과 기쁨도 이야기한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와 또 다르다. 장애 체험기, 소설가가 되기까지 습작 기간의 고민과 노력, 자신의 작품이야기, 독서 에세이까지.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재밌다. 게다가 배우 덕질 얘기까지. 덕후의 마음은 덕후가 알죠. 사랑에 빠지는 그 마음이 묘사가 절절해서 얼마나 공감했던지.
‘경이감’을 얘기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한계라고 생각하고 가지않던 길을 올라 6차선 대로 위 육교에서 달리는 차들을 마주한 작가는 경이감을 느낀다. 그게 바로 SF를 쓰는 이유라고. 읽으면서 나도 벅찼다. SF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고, 때로 통쾌하게 인물들이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나도 자유다.
작가는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쿨하게 돌아선다. 즐거우면 그럼 됐다고. 인사하며 돌아서는 작가를 향해 괜히 손을 더 열심히 흔든다. 다른 책들도 읽겠다고. 앞으로도 계속 써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