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약제사 - 제11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90
박정완 지음, 현민경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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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완 시인의 동시집 <고양이 약제사>를 읽었다. 제1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아이를 키우며 동시를 다시 읽는다.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이니 30년 만이다. 

아이는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지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며칠 가방에 넣고 다니며 잘 읽었다. 

“엄마, 엄마. 이거 봐봐.”

이럴 때 부르는 엄마 소리는 반갑다. 

신기하고 재밌단다. 이 동시집에는 신기한 시가 나온다. 네모난 시. ‘로스코 아저씨가 옆집에 산다면’은 로스코의 그림처럼 중간에 글자를 네모난 모양으로 배열한다. 아이는 이런 시도 있구나 놀라워한다. 

‘도도새’에서는 도도 라는 단어가 도도새의 도도이자 건반을 누를 때 도도이다.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니까 이 시가 또 눈에 들어왔는지, 이렇게 중의적 의미로 쓰는 걸 재밌어한다. 


아이에게 일과를 물어보면 대답을 잘 안 하지만 이렇게 책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나중엔 얘기를 잘 안하는 날도 오겠지만 그때까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도 좋았다. 일상에서 퍼올린 시어지만 또 의미를 곱씹게 되고 여운이 깊다. 

짧은 시도 조금 긴 시도 각자 매력이 다르고, 재미도 있으며 우주나 과학적인 사실을 소재로 삼기도 하고 또 잘 안 쓰는 시어도 나와서 의외의 재미가 있다. 

비읍비읍 우는 새끼에게 삐읍삐읍 알려주는 직박구리도 독제사가 되지 않기 위해 약을 제대로 쓰려고 한다는 고양이 약제사도. 상상력도 돋보이지만 따뜻하고 세심하다. 


동시를 좋아하는 분들도, 좋은 동시집을 찾는 분들에게도 모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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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쇠락, 이후의 새로운 질서
낸시 폴브레 지음, 윤자영 옮김 / 에디토리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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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은 돌봄 경제학 분야의 선구자인 낸시 폴브레의 신작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더욱 부각된 돌봄 노동과 재생산, 젠더 불평등 문제를 이론과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돌봄과 연대는 경제학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그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돌봄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놀라운 건 그냥 다들 하는거다.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 라고 치부하는 사회다. 10년 전인가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남편과 싸웠는데 친구 남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며 돈 버니까, 너가 그 외에 아이 돌보고 집안 일하는 게 맞지 않냐.” 

더 화가 났던 건 그 말에 친구가 동조했다는 거다. 


저자는 이런 얘기가 틀렸다는 걸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한다. 서로를 돌보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돌봄과 연대는 필수라고. 그는 1부에서 그걸 뒷받침할 이론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론과 근거를 펼쳐나간다. 그래서 1부가 2부보다 어렵다. 2년 정도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여러 수업을 듣고 페미니즘 책도 읽고 그래도 익숙한 학자 이름과 들어본 이론이 있어 차근 차근 읽어나갔다.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나 돌봄 경제학 관련 책을 안 읽어봤다면 옮긴이 해제부터 읽고 2부 부터 읽는 걸 추천한다. 


교과서처럼 공부하듯 읽는 게 쉽진 않았지만 작가가 수렵시대부터 짚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가부장제의 흥망과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돌봄의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그려나가야 하는지 다각도로 얘기하는게 좋았다. 하지만 그 역사는 또 여성이 얼마나 배제되었는가 다시 한 번 확인하는거라 속에 불이 나듯 화가 나기도 했다. 


주석과 찾아보기도 잘 나와 있고, 교차정치 경제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니 세미나나 모임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좋으면서도 부담인 게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진다는 거다. 또 읽고 싶은 책을 한 가득 체크해놓았다. 또 한 번 느낀다. 책 값은 얼마나 싼 건지. 이런 방대한 내용을 한 책에 담아냈다니. 작가가 얼마나 아는게 많고 또 그걸 얼마나 체계적으로 풀어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돌봄과 경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의 돌봄 노동이 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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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 테마소설집 1
정대건 외 지음 / 읻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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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소재로 여섯 명의 작가가 쓴 여섯 편의 단편집. 


난 MBTI를 신뢰하거나 좋아하진 않는다. 여기까지 쓰니 ‘당신은 인티제인가요?’라고 묻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대건 작가의 작품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티제는 MBTI를 믿지 않는다고. 그럼 난 답을 하지 않겠지. 역시 인티제인가? (사실 간이 검사는 I빼고 할 때마다 바뀐다. ) 


책을 읽기 전엔 MBTI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MBTI란게 작가의 말에도 나오지만 서로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물어보고 맞춰보고 하는 거니까. 소설은 결국 인간, 인간 관계의 이야기니까 어울리는 소재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첫번 째 단편 ‘디나이얼 인티제’다. 정대건 작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고 이 단편도 작가의 전작처럼 대화가 자연스럽고, 현실과 맞닿아있으며 자연스럽다. 마흔을 앞둔 영화감독 경민은 소개팅을 하고 은주를 만난다. 은주는 MBTI 신봉자. 몇 번 만나다가 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다투게 되고… 경민은 5년 전에 헤어진 유정의 연락을 받는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는 경민의 웃음으로 끝이 난다. 우리는 서로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MBTI를 본다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 과연 그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것만으로 우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마지막에 경민이 찾아본 꽃 이름처럼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데. 그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표지부터 톡톡 뛰는 이 책은 작가 노트와 마지막 QnA까지 하나로 쭉 이어진 느낌이 맘에 들었다. 책을 많이 안 읽어본 친구에게도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가볍게 부담없이 읽고 싶은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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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텍스투라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노승영 옮김 / 읻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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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에 이어 유레카를 읽었다. 아니, 읽었다 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어려울 거라고 나름 각오하고 읽었는데도 어려웠다. 오 이문장 좋다 하면서 읽다가 또 어딘가 미지의 세계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니까 내 느낌이 아예 맞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내가 뭘 읽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앞부분을 보다가 옮긴이 말을 읽고 웃음이 터졌다. 앞 부분 보다가 여기로 오는게 당신만은 아닐 거다. 자신도 그랬다고. 그 말에 위로를 받으며 옮긴이 말을 읽으니 조금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포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 시대에도 이 책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포가 주장이 현재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놀라운 건 분명하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문예지 창간 자금을 모으려고 자신이 강의한 걸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우주를 탐구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포가 안쓰럽고 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면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니까. 우리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우주를 보고 공부한 게 아닐까. 넓은 밤하늘 아래 포의 뒷 모습을 상상하며 이 책을 읽는다. 어렵지만 또 이런 책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문장을 만나기도 하니까. 포의 과학적인 발견과 시적인 우주 탐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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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9
손서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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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 서포터즈로 매 달 청소년 소설을 만나고 있다. 이번 달 읽은 <유령 아이>는 처음엔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자꾸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마이크는 시리아 내전으로 배를 타고 건너와  그리스 크레타에서 식당으로 관광객을 이끄는 호객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관광객 엠마를 만나 식당으로 안내하고 식사 뒤에 자신의 호텔로 가자며 마이크를 이끈다. 호텔 안 카페인 줄 알았던 마이크. 하지만 호텔은 허름하고 카페는 없다. 마이크는 엠마가 묵는 방에 따라 들어가는데…


관광지로 유명한 그리스 크레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작가를 모른다면 외국 소설이라고 느낄만큼 충분히 이국적이다. 시리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열 다섯 살 마이크. 식당 웨이터 더 나아가 호텔에서도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엠마와 방에서 벌어지는 일은 처음엔 충격적이었다. 왜? 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 후에 경찰이 식당에 마이크의 행방을 찾으러 오면서 소설은 환상 소설 또는 우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찰이 마이크의 인상착의를 묻자 제대로 기억 못하는 식당 식구들. 마음 아팠다. 마이크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유령처럼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경찰이 공을 차는 걸 보면, 그게 바로 마이크 처지를 보여주는구나 생각했다. 이리저리 차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는, 신경쓰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으로 떠도는 불법이민자들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은 놀랍고 가능한 일인가?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때로는 환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보여주는게 소설이니까. 그래서 더 마음에 남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가 소설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궁금한 독자들과 환상적인 우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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