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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 가부장제 체제의 부상과 쇠락, 이후의 새로운 질서
낸시 폴브레 지음, 윤자영 옮김 / 에디토리얼 / 2023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125/pimg_7375871784094087.jpeg)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은 돌봄 경제학 분야의 선구자인 낸시 폴브레의 신작이다. 코로나를 거치며 더욱 부각된 돌봄 노동과 재생산, 젠더 불평등 문제를 이론과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돌봄과 연대는 경제학이란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그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돌봄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놀라운 건 그냥 다들 하는거다.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 라고 치부하는 사회다. 10년 전인가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남편과 싸웠는데 친구 남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며 돈 버니까, 너가 그 외에 아이 돌보고 집안 일하는 게 맞지 않냐.”
더 화가 났던 건 그 말에 친구가 동조했다는 거다.
저자는 이런 얘기가 틀렸다는 걸 책 전반에 걸쳐 주장한다. 서로를 돌보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돌봄과 연대는 필수라고. 그는 1부에서 그걸 뒷받침할 이론을 설명하고 2부에서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이론과 근거를 펼쳐나간다. 그래서 1부가 2부보다 어렵다. 2년 정도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여러 수업을 듣고 페미니즘 책도 읽고 그래도 익숙한 학자 이름과 들어본 이론이 있어 차근 차근 읽어나갔다. 그 동안 읽었던 책들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나 돌봄 경제학 관련 책을 안 읽어봤다면 옮긴이 해제부터 읽고 2부 부터 읽는 걸 추천한다.
교과서처럼 공부하듯 읽는 게 쉽진 않았지만 작가가 수렵시대부터 짚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가부장제의 흥망과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돌봄의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그려나가야 하는지 다각도로 얘기하는게 좋았다. 하지만 그 역사는 또 여성이 얼마나 배제되었는가 다시 한 번 확인하는거라 속에 불이 나듯 화가 나기도 했다.
주석과 찾아보기도 잘 나와 있고, 교차정치 경제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니 세미나나 모임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좋으면서도 부담인 게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진다는 거다. 또 읽고 싶은 책을 한 가득 체크해놓았다. 또 한 번 느낀다. 책 값은 얼마나 싼 건지. 이런 방대한 내용을 한 책에 담아냈다니. 작가가 얼마나 아는게 많고 또 그걸 얼마나 체계적으로 풀어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돌봄과 경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의 돌봄 노동이 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