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눈속임 - 앤서니상 수상작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유혜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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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마자 새벽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 통찰력. 작가 애정이 담긴 인물들. 어느 하나 빠지지않는 소설. 작품.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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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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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책을 읽어도 보통 고전을 읽는 경우가 적다. 나도 고전은중고등학교 때 읽었던 게 대부분이다. 지금은 아이 키우면서 더 읽기 힘들어졌는데 예전에 모임에서 죄와 벌을 선정해서 읽고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 몰랐던 의미도 알게 되고, 이해의폭도 더 넓어지고, 고전이 이래서 의미가 있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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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틈틈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 주요 내용만 보고 책을 신청한터라 책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책의 만듦새도 좋고, 표지도 맘에 들고, 특히 제목이 너무 좋았다. 안 어울리는 조합 같지만, 퇴근길엔 카프카라..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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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루의사실 로 유명한 의외의 사실님이 글을 쓰고 그린 이야기다.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묶은 것인데, 총 열세권의 고전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글과 그림을 담아냈다. 꽤 두껍지만, 그림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읽는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만, 내 감상과 작가님 감상을 비교하고 또 이런 이야기가 있었나 생각해보고 음미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소개했던 책 중 반 이상은 읽은 책이라 재밌었고 안 읽은 책은 아 이런 내용인가 추측하는 재미도 있었다. 작가님 감상을 읽으며, 이 책들이 더 읽고 싶어졌으니.. 책 읽으며 장바구니도 같이 무거워졌다.
인상적인 문장이나 그림이 많았지만 몇 개꼽자면,
죄와 벌에서 103쪽에 보면
그림으로그린 라스콜니노프의 방과 함께 작가도 '관 같은 작은 골방에서 궁핍 속에 살며 자신 만의 관념을 만들어 가던 젊은 라스콜니코프는'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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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고 상상했던 방이 그림으로 나오자, 주인공 하나로 꽉찬 그 방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주인공의 심정을 짐작하게 한다.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사람이나풍경이 그림으로 묘사되면서 다시 한번 책을 되새기고 공감할 수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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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책을 다시 읽는 느낌도 받게 되는데, 대학교 수업 시간에 읽어 가물 가물했던 오이디푸스 왕 편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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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6
의지는 의지일뿐...
자신이 하는 일련의 행동과 결정들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선의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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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고 아, 그랬었지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왜 오이디푸스왕을 읽고 좋았는지 느끼게 해준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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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엔 작가의 감상뿐 아니라, 책마다 감상, 소설의 한 구절이 나오는 장면, 작가의 간략한 설명과 키워드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고전이 나오는 순서대로 읽으면서 책을 다 읽고 퇴근길엔 카프카를 읽으면 감상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독서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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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친숙하지 않다면, 또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은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둘이 도란 도란 얘기나누는 기차여행도 괜찮다고. 먼저 떠나본 사람이 추천한다. 꽤 괜찮은 여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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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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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노트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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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를 처음 알게 된 건 #타카노후미코 의 #노란책 을 읽고나서다.
노란책의 주인공인 소녀가 푹 빠져 읽은 책이 회색노트였고. 내용이 인상적이라 검색해서 회색 노트가 #티보가의사람들 1부라는 걸 알게 됐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은 이미 절판이고. 도서관에만 한 권씩 있을 뿐이었다.
궁금하던 차, #민음사 #쏜살문고 로 #회색노트가 나온다는 소식을 알았고 운 좋게 #첫번째독자 가 되어 나오자마자 읽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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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한 책은 쏜살문고만의 특색이 살아있는데, 책 내용을 보면 참 예쁘고 잘 담았다 싶을 표지와 손에 딱 잡히는 책 크기가 맘에 든다.
160여 페이지 정도되는 소설이라 짧았지만 책장이 넘어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재밌었다.
1900년대 초에 나온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요즘 시대에도 통하는 이야기고
작가가 두 주인공 캐릭터 구축 부터 그들에게 일어나는 사건,
심리 묘사등이 잘 되어 있어 여정에 따라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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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인 자크와 다니엘은 집안환경 부터 성격까지 정반대인데, 두 사람은 기존의 가치관 도덕관념등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그 마음은 서로 교환 노트를 주고 받으며 그 마음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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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이 사랑에 견줄 만한 것을 아무리 찾아 보아야 헛된 수고일 뿐이야. 우리의 크나크 비밀에 견두어 보면 모든 것은 빛을 잃는 느낌이야! 이것이야말로 우리 둘의 존재를 따뜻하게 해 주고 빛나게 해 주는 하나의 태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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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1
다니엘은 자기보다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개성이 풍부하여 끊임없이 자기를 놀라게 하고 가르침을 주는 이 소년의 매력을 제일 먼저 느낀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게다가 그 자신 역시 무엇인가 격정적인 면이 있었고 자유와 반항을 열망하는 성격을 지니고 이썽ㅆ다. 한편 자크는 가톨릭 학교의 준기숙생이며, 종교적 생활 형식을 중요시하는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시능ㄹ 둘러싸고 있는 장벽을 또 한 번 뛰어넘어 본다는 쾌감 때문에 이 프로테스탄트 소년의 관심을 사려고 했다. 그는 그 소년을 통해 자기의 세계와는 대립되는 세계를 이미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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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교에선 그 노트가 그들이 불건전하다, 아마도 동성애를 의심했던 모양인데 그래서 그 사실이 자크 집에 알려지며 자크는 다니엘과 가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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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싫었던 그 시절. 그땐 그랬다. 나도 어른들이 말하는게 싫었고 이 시대는 종교 문제, 전쟁등 큰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두 사람 10대의 방황으로만 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회색노트는 특히 청소년 소설로도 나와있던데, 어렸을 때 읽어보지 못해던게 아쉬웠다. 그때 읽었다면 데미안을 읽었을 때처럼 한동안 열병을 앓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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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방황은 결국 돌아오기 마련인데, 두 사람은 여러 고초를 겪다가 바로 눈 앞에서 죽어가는 말을 보게 된다. 죽은 말과 그걸 대하는 주인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나도 어어렸을 때 눈 앞에서 닭을 잡는 걸 보고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예민했던 시절에 그런 장면들은 기억에 남고, 아이들이 한뼘 더 성장하고 어른이 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죽음의 두려움, 사람도 동물처럼 언젠가 죽는 다는 것, 그걸 무심하게 넘기는 주인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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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7
벌써 시커멏게 파리가 들러붙어 부풀어 오른 말의 혀를 들춘 뒤에 검지를 입 안에 넣어 벌려 누르스름한 이빨을 보이게 했다. 그 사나이는 허리를 굽힌 채 얼마 동안 자줏빛으로 변한 말의 잇몸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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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결국 이별한다. 자크는 아버지가 억지로 어딘가로 보내고 겨우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만다. 편지를 읽는데 내가 울컥하더라. 자크도 다니엘도 안타깝고. 두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우정은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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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1
그러나 저 세상의 문턱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생각할 사람은, 친구여, 그건 너일 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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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넘기면 다음 이야기가 안 궁금할 수 없다. 작가는 8부작으로 티보가의 사람들을 완성했는데, 지금은 절판이라 중고나 도서관에서 빌려봐야 한다. 난 뒷 이야기를 이어서 읽기 시작했고 이 책을 다 읽으면, 또 다른 이야기를 더 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몰랐던 고전을 알게 돼서 기쁘고, 두 사람의 여정을 이 책으로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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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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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강주룡 은 기사를 읽고 알게됐다. #한겨례문학상수상작 이라 궁금하기도 했지만 가장 궁금했던 것 강주룡 이라는 인물이었다.
여성 최초로 고공 농성을 했다니. 일제시대에 말이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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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건 다들 그렇겠지만 강주룡이었다. 이렇게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는 보기 힘들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에서도, 독립운동에 뜻을 품은 남편을 따라나서 운동에 힘을 보탠다.
몇 달만에 결국 발길을 돌렸지만, 남편이 위급하단 소식에 바로 찾아가 서슴없이 칼을 들어 피로 살리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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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7
주룡은 단도를 칼집에서 뽑는다. 말이 칼이지 날이 잘 서지 않아 힘주어 눌러 그어야 한다. 신음을 참으며 주룡은 천천히 손을 움직인다.
왼손약지에서 핏줄기가 길게 흘러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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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고 시댁에서도 쫓겨나 평양에 고무공장에 취직하고서 자신을 잠깐 의심하던 때도 있지만, 그의 굳은 심지는 변하지 않았다.
난 책을 읽는 내내 난 그럴 수 있을까 되물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못할거야.. 꼭 모든 사람들이 나서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선봉에 강주룡이 있었다는 것.
이제야 알게 됐지만 여성으로 성별에 관계 없이 자신이 믿고자 한 바를 실행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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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0
내 배운 것이라군 예서 배워준 교육밖에 없는 무지랭이지마는 교육 배워놓으니 알겠습데다. 여직공은 하찮구 모단 껄은 귀한 것이 아이라는 것.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 고무공이 모단 껄 꿈을 꾸든 말든, 관리자가 그따우로 날 대해서는 아니 되얏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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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2
내심 아녀자의 무학무식이 당연하구, 여러분이 공산자인가 공산주의자인가 하는 거이니 부인도 도매급으루 공산 부인인 거이 당연하다 여기시디요. 이 말이 옳지 않다면 시비 가려주시라요. 특렸다 하신들 여러분이 부인에겐 이런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고 혼차서 예 와 있는 것은 변하지 않습네다. 부인들께선 아일 적부터 배운 법도대루 남편에게 순종하여 집을 지키고 있는 거이 아닙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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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작가는 얘기한다. 사람이었다고. 그도 사람이었다는 것을.
너무 뻔한 명언이지만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강주룡. 그의 이야기를 더 길게 여러 이야기를 풀었으면 했다. 대하소설로도 나올 거 같은 그 이야기가 무엇일지 이젠 알 수 없지만 그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고. 또 역사속에서 사라져간 무수한 여성들. 앞서 길을 닦은 그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때 얘기나 지금이나 별로 여성에겐 이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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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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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호쾌한여자축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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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말 잘쓰고 싶었다. 그 마음이 너무 커 글을 시작도 못하게 만들다니. 책이 너무 좋으면 너무 좋아. 꼭 읽어봐. 이렇게만 말하고 싶지만 글이란 그렇게 쓰면 안되는 것이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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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인 김혼비가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하다가 축구를 하게 되면서 약 1년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다. 이보다 완벽한 시나리오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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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이번 게임은 혼비 씨도 뛰어요.”
“네?”
“은경씨한테 시합용 조끼 받아서 은경 씨 위치로 가시면 돼요.”
네? 시합이요? 이제 입단한 지 1시간 10분 지났는데? 인사이드킥 빼고는 배운 것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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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동안 웃다가 울다가 꼭 이상한 사람처럼 푹 빠져 있었다. 이건 참 신기한 일이다. 난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다만 신랑이 축구 보는 것과 게임인 피파를 좋아한다는 것 뿐. 그래서 옆에서 주워들은 유명한 선수 이름 몇 개가 전부이다. 그런데 너무 재밌었다. 저자가 글도 잘 썼지만 꼭 이웃에 있을 거 같은 친숙한 인물들이 축구에 빠져 운동장에서 땀흘리고 때로는 부딪치는 모습에 나도 같이 웃고 울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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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5 안도할 새도 없이 공을 보는 순간 마음이 다시 급해졌다. 아직 골라인 근처에 공이 있다는 게 소름끼치도록 불안하고 싫어서 황급히 다가갔다. 한시라도 빨리 저 밖으로 걷어 내려고 공을 툭 쳤는데, 쳤는데! ( 이 다음은 꼭 직접 읽어봐야.. 읽다가 숨 넘어가도록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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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3 무심코 대화를 듣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당황했다. 아무도 울지 않는데 이중에서 가장 이방인인 내가 대체 왜, 대화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저 묵직한 간절함이 말의 마디마디에 배어 나오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그들만이 알고 있을 시간들 속에서 그들이 우는 것을 본 것만 같았다. 저기 쓰러져 있는 저 선수는 언젠가의 누군가였을 것이고, 언제나 모두의 공포 속 바로 자신이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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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난 깍두기였다. 고무줄 놀이도, 피구도 깍두기. 요즘엔 줄넘기도 배우는 학원이 있다던데, 난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잘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었고, 그땐 그래도 그래 넌 이걸 잘하지 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깍두기가 되어 팀에 피해만 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이 생각났고 후회했다. 그래도 그때 농구 보는 걸 좋아했는데 좀 더 해볼 걸 그랬나. 체력장하는 날, 실기시험 보는날 아프다고 하고싶을만큼 싫어했으면서 나도 그 넓은 운동장을 못 뛰어본 게 아쉬웠다. 그래서 김혼비씨와 그 선수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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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골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난 지금 마무리가 너무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에 이어지는 이야기까지. 나도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축구를 취미로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몰랐을 것이므로. 그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에 흐뭇하고 기쁘고 나도 뛰고 싶다 생각하면서 왜 이제야, 또는 아직도 왜 뛰지 못하나 생각하면 답답하다. 그래서 이 문장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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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0
일 나가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어떻게든 일상에 축구를 밀어 넣는 이 여정 자체가어떻게든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어야 하는 하나의 축구 경기다. 기울어진 축구장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모두들 최대한 모두의 일상에 축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몰아주고 공간을 터 주고 리듬을 맞춰 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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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꽤 오랜시간 저자를 알고 지냈다. 직접 뵌 건 아니지만 참 좋아하고 흠모했다. 힘들 때 위로 받고 언젠가 책을 내시면 좋겠다 혼자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너무 기뻤다. 그 분 같은 책이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서. 난 아직 축구의 매력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밌으니까. 정말이지. 이거 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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