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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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30여년 간 청소년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그간의 경험이 이 책에 담겨있는데, 3분의 2정도를 왜 요즘 아이들이 힘든지, 뭐가 가장 힘들고 문제인지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 중 가슴 아팠던 이야기가 많았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버지, 봐요. 아버지가 더 이상하잖아요. 죽기 살기로 매 순간을 사는 아버지가 더 이상하다고요.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요즘은 누구나 안하는 것을 더 원하는 시대라고요. 부모님이 바라는 좋은 대학을 온 것으로 저는 족하다고요. 저는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고요. 좀 내버려 두세요. 지금 군대 안 가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하는 것 말고 다른 관심이 없단 말이에요.”
P.49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교를 갔는데 학교 다니는 거 외에 노는 걸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다. 심리 검사까지 받지만 아버지의 불안심리가 높은 것으로 나온다. 어른은 시대가 어려우니 열심히 해야 한다지만 이 사회 현실은 열심히 하는 것으로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시대가 달라졌다.

아이들은 이 감정들에 뿌리를 둔 여섯 가지 대처 양식인 ‘순응’ ‘무기력’ ‘자해’ ‘은둔’ ‘비행’으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고 있습니다.
P.79

이별과 분리를 건강하게 서로 배워야하는데, 서로를 향한 독립이 어려워서 얽킨 실타래 같은 관계로 부모와 지지조 볶고 하면서 인생이 저물어가는 것이 한국인, 한국 부모들의 삶이고 아이들의 삶입니다.
P.109

몸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업었고, 뇌를 사용하여 외우고, 문제 풀고 손을 사용하여 답을 찍거나, 답을 쓰는 일만 거의 전적으로 하다가 성년이 된 셈입니다.
P.161

아이들은 어렸을 때 부터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요즘은 수학을 포기하고 중학교 때는 학교를 포기하고, 고등학교 때는 인생을 포기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돌리거나 요즘 아이들은 그래, 라고 말할 수 없다. 좋은 학교를 간다고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성인도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안하는데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수 있을까?
이제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책에서 나오는 여러 이야기 중에 부모부터 생기넘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희망을 만들어야 아이들에게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역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멀어지는 대화법 리스트를 보면, 마음에 찔리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말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했냐, 안 했냐?
부모니까 말해준다.
네 얘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내 소유물이 아니고 인정하고 같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살면서 아이에게 화가 나거나 힘들 때마다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 다져야겠다. 지금 이순간에도 힘든 아이들의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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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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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보려고하나 잘 안됐는데 이 책으로 좀 더 쉽게 한나 아렌트를 알아보고 읽을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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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해요
조지 섀넌 지음, 유태은 그림, 루시드 폴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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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너무 쉽게 하고 보는거라 잊고 있는 게 많다.

그 중에 손도 그렇다.


‘손으로 말해요’는 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며 감정을 전하는지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을 그린 유태은 작가는 몇년 전 ‘우리 아기 좀 보세요’를 사서 아이와 함께 너무 잘읽었다.

아이가 일어나면서 자기까지 내용을 따뜻한 그림으로 엮었는데 아이가 자기 전에 읽어주곤했다.

처음엔 외국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작가라니 신기하고,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다가 그림에 폭 빠졌다.

작가님의 그림은 독자를 폭 안아주는 거 같이 따뜻해서 좋다.

그리고 책을 번역한 루시드폴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뮤지션이다. 미선이 음악 부터 좋아했고, 그 동안 번역한 그림책도 계속 찾아봤기 때문에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두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가 어떻게 조화를 이뤘을지 궁금했다.

책이 양장본이라 덧싸개와 표지가 그림이 다른데 덧싸개를 쭉 펼쳐보면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된다. 세 아이와 부모가 행복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겉표지는 집에서 나와 놀고 있는 그림이라면 안에 표지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아래 가족의 모습에 마음도 따뜻해진다.

이 책도 ‘우리 아기 좀 보세요’처럼 하루동안의 일을 순서대로 그리고 있다.

그 책은 아이가 하루동안 보는 것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손이 하는 일에 집중한다.

해가 뜨고 잠을 깨우고 놀이를 하고. 밥을 먹고, 기타를 치고 청소를 하고 잘자라고 말해주는 것도 모든 손이 하는 일이다.

동시처럼 운율이 살아있어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도 재밌었다.

손으로 모든 걸 하지요.

사랑해, 말하면서요.


라고 시작한 문장은 아래와 같이 두번 정도 변주되어 마무리 된다.

모든 손으로 끝나는 문장이라, 아이와 함께 어떤 손이 좋아, 맘에 들어? 얘기하기도 좋았다.

손으로 못 할 게 없어요.

사랑해, 말한다면요.



손으로 모두 할 수 있어요.

사랑해, 말할 수 있어요.



여러 손이 나오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손은

눈물을 닦아 주고

나를 꼭 안아 주는, 손



이었다. 이 문장을 읽으며 평소에 아이가 울거나 속상해할 때 난 어떤 엄마인가 생각하면 반성했다.

아이가 힘들 때는 꼭 안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

그림책을 읽으면 이렇게 아이가 생각나고 난 어떤 엄마인가 고민하고 발전할 수 있어 좋다.



사소한 궁금이라면,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꼭 아빠가 루시드폴 같아서. 작가가 루시드폴을 모델로 그린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가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꼭 닮아서 루시드폴이 번역한 게 더 잘 어울렸다.



어린 아이에게 자기 전 읽어줄 책을 고민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이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나누며 기분 좋게 잠들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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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신혜정 옮김 / 북노마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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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수첩 전편집장 카우북스 대표인 마쓰우라 야타로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 인상을 담은 에세이다. 우리나에도 번역본이 몇 권 나와있고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한다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 작가의 에세이는 처음이고, 나이도 꽤 있는지라 뭔가 잔소리 같은 이야기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는데, 예상과 달리 좋은 문장도 이야기도 많았다. 새하얀 표지처럼 순수하고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초원의 집을 읽는 부인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책은 잘 사주셨는데, 아프시고 일을 못하셔도 버린 책이라도 가져온곤 하셨다. ABE 전집이 다는 아니지만 일부가 있었는데 거기에 초원의 집 시리즈가 있었다. 부인이 얘기하는 아버지가 집에 무사히 돌아와 기뻐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어렸을 때 읽은 기억이 살아나면서 반가웠다. 드라마도 있었고, 그땐 그들이 참 부러웠다. 난 못 가져본 화목한 가족이기 때문에.

좋은 문장도 많았다. 한 번에 휙 지나가는 글이 아니라 곱씹어 볼수 있어 좋았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본다’라는 말을 아주 좋아해서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렇게 한다. 무심코 타인이나 주변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무엇이든 손은 잘 알고 있다. P.37

그래서 생각났는데, 나는 옛날부터 ‘실패 노트’라는 것을 써서 어느새 열 몇 권을 모았다. 성공하거나 완수한 것은 그다지 흥미가 없고 실패하거나 반성한 것을 그저 닥치는 대로 글로 옮긴다. 실패를 어물쩍 넘어가지 않고 잊으려 하지도 않고 기록하는 것이 재미있다. P.46

놀고싶다고 하면 언제라도 놀아준다. 소망이 이루어지면 아이는 “이제 됐어”라고 스스로 말하는 법이다. 언제나 부모가 지켜보고 귀를 기울여주고 소망을 들어준다고 믿으면 아이는 안심해서 그만큼 부모의 손길이 들어가는 일을 덜 하게 된다. P.136

읽으며 가장 와 닿았던 문장. 반성했다. 난 얼마나 많은 핑계를 댔는지. 아이에게 내 핑계를 얘기하지 말아야지. 매번 그러지 못해도 무조건 놀아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지. 생각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안녕하세요” 인사는 자신 있지만 “안녕히 가세요”가 도무지 서툴러 늘곤란해진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클수록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면 반드시 T 선생님과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라고 중얼거린다.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P.178

표제작이기도 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고 외우고 싶을만큼 좋았다. 찡하면서도 아름다운 수필이었다. 어렸을 때 이런 기억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를. 나이 먹으면서 느끼기에.

유머도 있고 순수함과 감동,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책이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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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동, 자기만의 방 - 여행자의 마음으로, 여행자의 집을 꾸리는 삶
한량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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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동, 자기만의 방

이 책은 작가 한량이 원서동에 ‘자기만의 방’이라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운영하면 쓴 에세이다.
독립출판물로 나온 책이 북노마드에서 새옷을 입고 나왔다.
이 숙소는 자신이 여러 나라에서 지낸 경험에 모티브를 얻어 마련했다고 한다.

원서동 집을 얻느라 부동산을 끼고 돌아다닌 이야기 부터 집을 남편과 함께 손수 꾸미고 가꾸는 과정. 첫 손님과 외국에서 오는 여러 손님들 이야기까지. 내가 꼭 집에 초대받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 같아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떠오른 단어는 ‘단정하다’ 였다.

단정하다 : 깨끗이 정리되어 가지런하다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숙소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글이 단정했다.
좋은 에세이는 좋은 사람이 쓴다고 믿기에, 좋은 에세이, 사람을 알게 돼서 좋았다.

좋은 글, 문장이 참 많다. 미리 얘기하면 그 감흥이 덜할까 몇개만 소개한다.

특히 나는 사대문 안에 있는 집을 샀다는 사실에 감격했는데, 그건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너무 많이 읽은 이유일지 모른다. 바뀌지 않는 정경. 개발 제한과 고도 제한이 있는 동네. 허물 수 없는 궁궐과 미술관과 도서관이 있는 곳. 그게 내 안에 잠재한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건드렸다. 영원을 추구하는 것을 담고 있는 작고 아담한 집. 이곳에서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많은 재미난 일이 떠올랐다. 앞으로 일어날 우여곡절을 아직 모른 채.

P. 34

이 문장을 읽으며 나도 신혼집 구할 때 생각을 했다. 결혼 전 이사했는데 신랑과 내 짐을 용달차에 실어올 정도로 짐이 없고 단촐했다. 동생이 도와주고 신랑이 애써서 청소하고 아무것도 없는 집에 이불만 깔고 누웠을 때 기분이란. 누우면 냉장고가 닿는 원룸에서 4년을 살았던 기억에 모든 게 다 내것같았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집은 구하기 힘들지만 그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다. 요즘도 또 재계약이 다가오니 고민이다. 어떤 곳으로 가야할지. 연장할 수 있을지. 그래서 작가가 부러웠다. 이런 곳은 얼마나 좋을까. 궁궐, 도서관, 미술관이 가까이 있다니.

집 안팎을 들고 나는 나의 동선은 현재형으로 묘사하면서, 식물들의 자람은 과거형으로 그리게 된다. 인간이 관찰하기에는 너무 느린 속도라 그렇겠지. 언제나 지나고 보니 훌쩍 커있다. 지나고 보니 훌쩍,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오월도 중순이 코앞이다. 언제나 무럭무럭 자라고 싶다. 마음도, 생각도.

P105

식물은 과거형이라니.. 이 문장에 감탄했다. 그래 맞아. 그렇지. 식물을 그렇게 못키우고 키우면서도 이 문장에 또 식물을 기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자랄까. 난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

한량 작가는 지금 삼청동에서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도 언젠가 책으로 나오겠지. 그때는 꼭 나오자마자 읽고, 단정한 이야기 또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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